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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인 변화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내는 법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by 이다이구 Mar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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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명문장입니다. 데미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아브락사스는 누구이고, 왜 아브락사스인지, 이 이야기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먼저 아브락사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브락사스는 영지주의의 신 중 하나로 선악이 혼합되어 있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선한 신도 아니고 악한 신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아브락사스에게 날아가야 한다고 했을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칼 융의 정신분석학을 이해해야 합니다. 칼 융은 인간 정신의 구성을 세밀하게 구분했는데 그중 커다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페르소나와 그림자입니다. 페르소나란 사회의 요구에 의해 인의적으로 만들어진 자아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을 따르고, 대다수의 호감을 얻기 위한 매너를 지키는 등 사회가 원하는 인물상이 바로 나의 페르소나가 됩니다.


칼 융의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정신 에너지가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가 부정적인 에너지를 적절하게 분출하지 않는다면 그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쌓이게 됩니다. 또한 특정 에너지를 많이 만들어내면 균형을 이루기 위해 우리 정신은 그 반대되는 에너지도 동일한 양만큼 만들어 우리 정신 어딘가에 저장해 둡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우리는 분노, 슬픔, 시기, 질투와 같은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무의식 깊은 곳으로 내려보냅니다. 우리가 규칙을 지키는 만큼 규칙을 어기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마음 또한 우리 무의식 깊은 곳으로 보냅니다. 이러한 감정과 정신 에너지, 욕구 등이 모인 곳이 바로 그림자입니다.


겉으로는 착해 보이는 사람이 사실 마음속에는 커다란 흑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는 필연적이며 오히려 그림자가 크다는 것이 그 사람의 생활이 매우 도덕적이라는 반증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림자의 부정적인 정신 에너지도 결국 언제 가는 표출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너무 참았다가는 이상한 방향을 분출될 수도 있습니다.


칼 융은 이러한 잘못된 에너지의 표출의 대표적인 예로 십자군 전쟁을 꼽았습니다. 기독교 세계에서 지나친 금욕과 도덕적인 생활로 인해 중세 유럽인들은 부정적인 정신 에너지를 표출할 기회를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성전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그동안 축척된 부정적인 정신 에너지를 어긋난 방법으로 표출시킨 것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여기서 알은 "무조건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해!"라는 강박입니다. 지나친 금욕과 교리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해 온 중세 유럽의 사회, 항상 예의 바른 모습을 유지하며 직장상사와 연장자에게 복종해야 하는 사회, 그리고 특정한 미덕을 강요하는 수많은 이데올로기들까지, 우리는 어느 시대건 알 안에 갇혀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우리는 그러한 세계관을 파괴해야만 합니다. 중세 유럽의 기독교적 사회는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키르케고르의 신앙적 개념 재정립, 니체의 허무주의와 같이 그 시대의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사람들에 의해 변화되었습니다. 그들은 기존 사회에 창의성, 활력, 성장, 변화, 그리고 역동성을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눌러놓은 그림자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물론 우리의 페르소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사회의 요구에 전적으로 반항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브락사스는 그림자뿐만 아니라 페르소나까지 어우러진 존재입니다. 만일 모든 질서를 부정한다면 이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본인조차 혼란에 빠지게 될 겁니다. 다만 우리는 질서를 바탕으로 그림자의 강력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활력을 불어넣고 재창조를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전의 세상은 파괴되겠지만, 그 위에 세워진 세상은 더욱 나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갇혀있는 알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억눌러온 그림자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둘을 적절히 조합하여 알을 깨고 더 나은 세상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까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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