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글 안 써진다

아무리 해도 한 장 이상은 쓸 수가 없다.

by 이다이구

하나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정말이지 글이 하나도 써지질 않습니다.


도저히 무엇을 써야 할지 감도 안 잡히고 글감도 안 잡혀서 미궁 속에 빠진 기분입니다. 차라리 몇 달 글을 올리지 말까라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하지만 재능이 없으면 양으로 승부를 보라는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다룬 명언을 생각하며 뭐라도 끄적여 보자고 다짐합니다.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아서 결국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글을 쓰고 있는 이 모습이 스스로도 우습습니다. 여담이지만, “우습습니다”라는 말을 글자로 적어 놓고 보니 상당히 우습습니다. 말로 할 때는 자연스러운 것들이 글로 적히면 어색해지는 단어들을 마주할 때 묘한 즐거움을 얻습니다. 스스로 “어라? 이게 맞는 맞춤법인가?” 하고 피식 웃게 됩니다.


글쓰기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독서는 요즘 특히 더 즐겁습니다. 요즘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과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고 있는데 오랜만에 즐거운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들은 자기 자신을 담고 있어 더욱 흥미가 갑니다. 그의 단편 중 상당수가 가난한 소설가의 이야기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다자이 오사무도 영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이었던 적이 많았나 봅니다. 그의 서한집에는 이러한 내용의 편지가 있습니다.


요즘, 매일 한 장씩 글을 쓰고 있어. 아무리 해도 한 장 이상은 쓸 수가 없다.


이 문장은 제 문장 수집 노트에도 적혀 있습니다. 글쓰기에 난항을 겪을 때마다 가장 많이 위로를 받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첫째로 다자이 오사무 같은 위대한 작가도 글쓰기에 난항을 겪을 때가 있었다면, 제가 글쓰기에 난항을 겪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둘째로 그럼에도 매일매일 한 장씩 글을 쓰는 그의 성실함을 떠올립니다.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으면 브런치에서 위와 같은 알람이 옵니다.


이런 알람을 받을 때면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작가도 아니고, 오매불망 내 글을 기다리는 수많은 구독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글 안 쓴다고 닦달까지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최근에는 내가 언제까지 계속 이곳에 글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지 벌써 5년이나 되었으니 이젠 할 만큼 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몇 분 만에 뚝딱 해치워버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점점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라고 말을 해도 아마 계속해서 글을 쓸 겁니다. 이걸로 위대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아마 그냥 매일매일 한 장씩은 글을 쓸 겁니다. 많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몇 사람이라도 보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혹은 그럴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말입니다.


매일매일 한 장씩 글을 쓰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성실의 영역이 아닙니다. 삶의 일부입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어쩌다 한 번 나오는 걸작이 아니라, 매일 차곡차곡 쌓이는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매일 꾸준히 한 장씩 글을 씁니다. 요즘 오히려 매일 적립되는 한 장의 중요성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문장 수집 노트에 적힌 문장이 저를 계속 쓰게 만듭니다.


요즘, 매일 한 장씩 글을 쓰고 있어. 아무리 해도 한 장 이상은 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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