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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 Oct 15. 2020

승무원상, 승무원 이미지가 대체 뭔데?

        

홀로 일본 여행을 떠났을 때, 

사진을 찍어달라는 어느 여행객의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사진 찍어드릴게요! 근데 혼자 오셨어요?"      

" 네, 이틀 전에 정해서 갑자기 온 거라..."     

.

.

.

"아... 혹시 승무원이세요?!"                   


그때, 사실 살짝 띠용 했다.     

어.. 아니요.라고 웃으면서 얼버무리면서도 나의 직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이 

왜 승무원이냐고 묻는 걸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내 키가 158.9인데..!!  (근데 아침에 재면 160!이다. 진. 짜.로!)         


“제가 아는 언니가 00 항공 승무원인데, 그 언니랑 뭔가.. 분위기가 비슷해서요! 

언니도 막 갑자기 혼자 여행 가기도 해서 당연히 승무원인 줄 알았어요 "                      


나는 단 한번도 승무원이 없던 적이 없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그저 승무원 면접 교육에 도움을 주는 일개 학원 선생일뿐. 

하지만 그 날. 

문득 흔히 말하는 ‘승무원 상’ 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승무원 면접 교육받기 위해 상담을 오면 ‘제가 승무원 상인 가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한다. 

일부 승무원 면접 교육 시설에선 첫 상담을 오면 ‘너는 00항공상이다’ 란 식으로 학생들을 기대에 부풀게 하며 등록을 유도하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쌍꺼풀을 하면 00 항공에 붙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성형외과 상담실장을 방불케 하는 외모 교정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상담을 받고 와서 내게 와서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라고 묻는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은 꼭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 질문이 그 유명한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보다 무섭게 느껴지곤 했다. 


‘얼굴’이 중요한 게 아닌데. 유독 대한민국에만 있는 이상한 미에 대한 집착이, 

말도 안 되는 기준과 루머를 만들어내는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뜨끔 했던 것이다.     


승무원상 이란 것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히 승무원이란 직업에 어울리는 ‘얼굴’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것을 차마 부정하진 못하겠다.      

다만 그것이 하얀 피부, 가지런한 치아, 동그란 눈 같은 것이 아니라 대면 서비스 시 고객과 편안하게 소통 가능한 ‘호감형’이란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얼굴보다 ‘승무원이란 직업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유리하다란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백날 이런 얘기를 해봤자,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하는 말은 ‘그래도! 그. 래. 도! 1차 면접은 이미지잖아요!’라는 울부짖음이다. 아.. 지금도 귀에서 그 목소리들이 윙윙 거린다.           

이 글을 쓰면서도 또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승무원 면접은 ‘이미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항공사 기준 1차 면접은 가장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이 우르르 면접장에 들어간다.     

체감 면접 시간은 10분~15분. ( 물론 일부 항공사는 1차 면접에 공을 들여 30분 내외로 보기도 한다. )          

내가 면접관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시간은 평균 1분 30초 내외라는 소리다. 

짧은 시간, 큰 실수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혹은 내가 답변을 제일 잘한 것 같은데 떨어지는 결과를 받아보면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내가 승무원 이미지가 아닌가 보다.’      


혹은      


‘내가 안 예뻐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현직 승무원들의 인스타그램들을 찾아보며 한탄한다.      

'이렇게 예쁘니까 승무원이 됐겠죠?' 혹은 이번에 합격한 지인의 지인 사진을 보여주며 말한다. '     

얘 진짜 예쁘죠. 이번에 1차 합격했대요'      


하아....... 이런 생각을 뼈 속 깊이까지 하고 있는 지원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선생님인 나는 말 그대로 미친다.                 

물론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부 지원자들의 모습을 통해 승무원 지망생들은 외모에만 집착하는 이상한 집단으로 볼까 이 글을 쓰면서도 걱정이 크다.      

     

최근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외적인 요소보다, 내적인 아름다움과 승무원 생활에 꼭 필요한 제2 외국어 실력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가장 낮은 자세로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체력단련을 위해 새벽 수영을 하고, 마라톤에 도전하기도 하며 영어는 물론 일본어와 중국어까지도 가뿐히 섭렵한다.            

     

다만 그 ‘일부’의 걱정과 일부의 입김이 때로는 지나치게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승무원 준비생들의 세계라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지금까지 나는 수 천명의 지망생들의 얼굴을 마주했고, 그중 300명에 가까운 합격생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 그렇게 긴 세월, 수많은 얼굴들을 마주하다 보면 문득 ‘어? 합격할 상인데?’ 하는 느낌을 가진 지원자들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혹은 아주 특별할 것 없던 지원자가 어느 순간 반짝반짝 빛나며 ‘지금 당장 기내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데?’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건 얼굴이 아닌 분위기 때문이다.           

     

그 특유의 분위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일상의 생각과 행동, 걸음걸이와 태도, 말씨와 표정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물론 '그' 분위기란 건, 하나로 딱! 잘라서 정할 수 없다.      

누군가의 분위기는 포근하고, 누군가의 분위기는 한 없이 해맑다. 또 누군가는 알게 모르게 차가움이 넘치지만 그만큼의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진다. 이 모든 분위기를 동시에 풍겨내는 사람도 있다.       

그 어떤 승객과도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 만 같고, 단호해야 할 순간엔 정확하게 행동할 것 만 같다. 우리 항공사 유니폼을 입혔을 때 위화감이 없을 것 만 같은 그런 느낌.         

     

승무원상 이란 건, 이런 특유의 느낌이다. 그래서 표준화해서 점수화할 수 없고 그래서 1차 면접의 결과가 늘 ‘완벽하게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1차 면접은 면접관의 첫사랑을 닮아야만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일명 '이미지 면접'을 통과할 수 있는 순간의 임팩트를 주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서비스 태도, 자신만의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음성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본 스피치 능력이 기반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일부 지원자들은 이것을 슬쩍 생략하고 ‘개구리 뒷다리~’를 외치며 미소 연습에 돌입하니 지켜보는 입장에선 환장할 지경인 것이다.  미소 연습은 필수지만, 미소에만 집중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      

     

내가 ‘혹시 승무원이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고 했던 감사한 이유 역시. (- 사실 이것을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     

오랜 시간 승무원 지망생들을 교육하며 나도 모르게 체화되어 온 올곧은 자세와 단정한 말씨, 또 언제나 머금고 있는 미소 같은 것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그리 예쁜 얼굴에 속하지 못한다. 일상을 지내다 하루에 3번 정도 스쳐 지나가도 3번 다 못 알아볼 정도로 아주 평범한 편에 속한다. 심지어 작은 키까지 더해지니 존재감이 클 리 만무하다.      

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일반 승무원 과외 선생님들과 달리 외모를 드러내는 인스타를 하지도 않았다. 늘 내 미니미인 ‘부엉이 인형’이나 선물로 받은 물건 같은 것들이 내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거나 했다.     

 

스승의 날 즈음이면 꼭 꽃 선물이 대거 들어오곤 했다. 프로필 사진 바꾼 5월 7일이 스승의 날 인증 :)



이런 나도. 일반 사람들 눈에 ‘승무원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건 승무원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그런 분위기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외적인 요소에 집착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     

평소의 생각도, 행동도,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나’를 닮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               

비단 승무원 지망생들뿐만 아니라.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이 이 사실을 잊지 않길 바라본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강의하듯 말로 풀어낸 후 글로 옮깁니다.

강의하던 습관이 있어서 인지 이게 편하네요.

흐름과 내용은 거의 동일하나(말로 쓴 후 타자로 옮기다 보니...^^;; ) 

글로 담기엔 조금 TMI나 싶은 내용들 들어있습니다. 

라디오 듣듯 편하게 브런치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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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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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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