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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귄 Jan 12. 2021

올해 무슨 계획을 세워야 할까

그야말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

연말연초가 되면 습관처럼 하는 게 있다. 신년계획 세우기. 말만 들으면 거창하겠지만 실상은 소소하다 못해 '이런 걸 뭐하러 계획씩이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2019년 12월에 세웠던 계획을 예로 들자면 1년간 못본 영화 50편 보기, 해외여행 1번 가기, 수영 배우기,  매달 책 한 권 읽기 정도다. 


남들은 비웃던 이 목표들... 2020년은 어땠나. 이전처럼 영화관을 실컷 갈 수 없었으나 다행히 넷플릭스 덕분에 목표를 이뤘다. 하지만 수영장에 방문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고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렇게 대부분 연초에 세우는 나의 목표는 '일상 지키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엔 거의 실현했다)


연말에 다시 그걸 꺼내 상당수 달성한 새해 계획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무사히 1년을 보냈구나. 올해도 좋아하는 영화를 잔뜩 봤구나. 맞아 유럽여행도 갔고 여름에 간 제주도도 좋았지. 올해는 책을 좀 덜 봤네... 라고. 


게다가 한해 한해 해가 거듭될수록 자잘한 목표들이 쌓이면서 꽤 큰 산을 이루기도 한다. 처음엔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여권도 없었는데 목표한대로 동남아로 떠났고 최근엔 유럽여행도 갔다. 또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무작정 살을 뺐었는데 매해 목표를 수정해서 건강하게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1년에 100만원도 근근히 모으고 있었는데 어느덧 1000만원씩 모으고 있기도 하고!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한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꼭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 멋있는 커리어우먼으로, 혹은 꽤 많은 부를 축적하거나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릴때는. 하지만 대부분이 그런 삶을 살지 않는다. 그 대다수 중 하나가 나란 걸 인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행복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 사람은 여러 행복을 맛 볼 수 있고 아주 작은 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물론 큰 성과를 이뤄서 얻는 행복도 크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 사람도 행복을 쉽게 얻지 못 하는 게 세상 이치다. 


세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만큼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없고 큰 뭔가를 이룬다고 반드시 행복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꿈을 꾸는걸 하지 않는다. (재미없는 어른으로 자랄 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으면 불행해질 수 있다. 작게나마 성취를 통해 누구나 기쁨을 얻는다. 내가 소소하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이유다. 당장 전지현 같은 몸매가 될 수 없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당장 문장가가 될 순 없지만 글 쓰는 연습을 하는 것과 같이. 안주하는 삶이 무료하기도 하고.


내가 갖고 있는 엽서 자랑. 더 예쁜 것도 있다 ㅎㅎ


새해 목표는 항상 예쁜 엽서나 포스트잇을 구매해서 적곤 한다. 여행 가서 기억 남는 장소를 만나면 엽서를 한 장씩 구매해서 이렇게 새해 목표를 적는데 쓰고 있다. 올해 목표는 몇 해전 연희동 어느 술집에서 사장님이 나눠주신 엽서에 적었다. 목표로 삼은 몇 가지를 적자면.


영작문, 영독해 주 1회 이상 하기

못 본 영화 50편 이상 감상하기

브런치 월 3회 이상 업로드 하기

브런치 구독자 20명 모으기 (가능할까..?ㅎㅎ)

심폐소생술 배우기

etc...


2021년도는 작년에 비해 더 해내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백신이 언제 나올지 코로나19가 종식될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새해를 맞이한 내가 '아, 그때 더 많은 계획을 세울걸'이라며 후회하는 12월 31일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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