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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Sep 20. 2022

반복


나이키 광고에는 특징이 하나 있다.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광고를 보면 주로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이키는 그들의 고군분투를 조명한다. 축구, 농구, 권투, 달리기, 테니스, 춤, 스케이트 보드 등 각 분야의 선수와 꿈나무들이 훈련에 매진한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추월당하고 동작이 무너지고 좌절하는 그들의 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그들은 힘들어하되 멈추지 않는다. 다시 일어서서 자세를 가다듬고 연습한다. 밀려오는 고통을 밀어내며 전진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표를 이룬다. 경기에서 승리하고 관중의 환호를 받고, 한 층 성장한 본인에 기뻐한다. 마지막으로 Just Do It 문구가 뜨며 영상은 끝난다. 나이키의 메시지는 스포츠에 열정적인 사람 모두를 격려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이를 1988년부터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이키 하면 운동인들의 감동적인 서사를, 나아가 그들처럼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떠올리는 것은 나이키의 반복적인 노력에 의한 결과이다.



지인들을 떠올려 보자. 지인들마다 고유한 느낌이 있을 텐데,  느낌은 각자의 언행이 되풀이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브랜드 특유의  역시 반복을 통해 드러난다. 대중에게 인식시키려는 이미지를 지속해서 전해야, 대중은  브랜드가 어떤 곳인지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거듭되면 브랜드의 이미지는 선명해지고, 그때부터 브랜드에 이끌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남성복 편집샵 클로띵스는 반복의 원칙을 지키는 브랜드이다. 클로띵스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 그래서 클래식 캐주얼이라는 옷 장르를 선보인다. 클래식 패션의 전통성과 캐주얼의 편안함이 더해져서, 원단은 튼튼하고 디자인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좋은 옷들이다. 범용성과 내구성이 높은 옷이 수명이 길어서 시류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고, 수년 이상 간직한다고 클로띵스의 손영규 대표는 이야기한다. 그는 손님이 매장에 방문했을 때 어울리는 옷을 권한다. 손님과 어울리지 않는 옷은 옷장에 자리만 차지하거나 얼마 못 가서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에서 그런 옷은 지속 가능한 패션과 거리가 멀다.


클로띵스를 열 무렵에, 손영규 대표의 주변에는 패션이나 마케팅, 경영 업계에 종사하는 인맥이 없었다. 조언을 구할 사람이 전무해서 1부터 10까지 그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그는 효율을 고려하여 기본적이고 검증된 기법으로 브랜드의 기초 체력을 키우기로 했다. 바로 브랜드의 소식을 반복해서 알리는 것이다. 손영규 대표는 클로띵스가 지향하는 옷을 조화롭게 꾸며서 사진으로 찍고, 그의 소셜 미디어에 매일 발행했다.


클로띵스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을 합치면 2022년 8월 기준 약 8,000개에 육박한다. 2014년에 클로띵스가 설립되었는데 8년간 하루에 1~2개씩 올린 셈이다. 그의 기록은 사진을 포함하여 각각의 옷이 어디 브랜드인지, 어떤 핏과 착용감인지, 어떻게 코디하면 적절한지, 옷에 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떠한지도 담고 있다. 초기에는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기록이 쌓이면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그의 게시물 수가 증가했다. 잠재 고객이 클로띵스를 알게 되는 경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손영규 대표가 쓴 패션 정보에서 도움을 얻었다. 그들은 또 다른 정보를 얻고자 크롤띵스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재방문했다. 방문객 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늘었다.


손영규 대표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기록했다.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게시물 업로드를 지켰다. 몇 해가 흘렀다. 클로띵스는 패션 마니아 사이에서, 질 좋고 평생 간직할 만한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있다. 대기업도 살아남기 어려운 패션 업계이다. 하루아침에 뜨고 지는 패션 브랜드가 수십에서 수백에 이른다. 아수라 속에서 클로띵스는 건재하다. 어느덧 설립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의 중요성을 지속 가능한 습관으로 알린 결실이다. 꾸준함 속에서, 클로띵스다움이 완성되었다. 반복의 힘은 강력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반복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반복하는 행위가 실체를 완성한다는 의미이다. 브랜딩이 그가 말한 내용의 예이다. 브랜딩 Branding은 Brand에 영어의 진행형 어미인 ing가 합해진 단어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날마다 상기하고, 외부에 알리고, 점검하고, 보완할 때, 비로소 브랜드의 특색이 드러난다. 앞 글에서 다룬 인내의 원칙과 마찬가지로, 임계점에 달하는 순간에 반복이 지닌 효과를 브랜드는 경험하게 된다. 단기간에 결과를 내는 브랜딩 기술이 있다면, 전 세계의 브랜드가 생존의 문제로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도 30년 이상 자신들의 이미지를 그리지 않는가. 브랜딩은 반복해서 매만져 나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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