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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Sep 20. 2022

객관


"뚱뚱한 사람들은 우리 옷을 입지 않았으면 한다."


모 캐주얼 패션 브랜드의 전 CEO가 한 말이다. 이 브랜드는 미국 10~20대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섹시한 화보와 외모 마케팅으로 주가를 올렸는데, 그 성장세가 영원할 것으로 본 듯하다. 어느 순간부터 전 CEO는 선을 넘는 언행을 보였다. '과체중인 여성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물이 흐려져서, 여성 옷 XL 사이즈 이상은 팔지 않는다, 우리 옷은 날씬하고 잘생긴 사람들이 입어야 한다, 내가 유색인종 직원들을 해고한 이유는 그들이 못생겨서이다.' 와 같은 만언(慢言)을 공석에서 서슴없이 했다. 그는 직원에게 폭언과 추행도 일삼았다. 그의 만행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불매운동을 벌였다. 영업이익이 하락했고 기업은 매각 위기에 처했다. 브랜드의 관계자들은 상황을 방관했다. 어디가 문제인지 가늠할 의지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이 브랜드는 현재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자기 객관화. 자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이해하는 사고법이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동물이어서 오만과 편견에 빠지기 쉽다. 이를 예방하는데 필요한 능력이 자기 객관화이다. 자기 객관화의 목적은 자아 발전이다. 나를 냉정한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나의 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나의 억한 감정을 확인해서 개선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주체도 인간이어서, 그릇된 관념에 빠질 수 있다. 바르지 않은 태도와 생각은 브랜드의 눈을 가린다. 위로 예시로 든 브랜드가 그러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지 못했다. 그 결과는 모질었다. 따라서 브랜드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브랜드의 행보에 이상이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잡화점 서울은 자기 객관화로 브랜딩을 이어간 곳이다. 잡화점 서울은 넥타이, 티셔츠, 후드 집업, 바지, 셔츠 등 실용적이고 멋진 물건을 판매한다. 잡화점 서울의 김용인 대표는 위기의 순간마다 자기 객관화를 발휘했다. 잡화점 서울에는 10초 넥타이라는 물건이 있다. 김용인 대표가 개발한 자동 넥타이이다. 넥타이의 목 뒤쪽이 벨크로(일명 찍찍이)로 연결되어서 탈부착이 간편하다. 매듭에는 딤플(넥타이 매듭 아래에 넣는 주름 장식)이 있어서 멋스럽다. 일반적인 넥타이는 묶고 풀어야 하지만, 10초 넥타이는 이미 매어진 넥타이를 목걸이 착용하듯이 걸면 된다. 제품은 시제품일 때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정식 출고 이후, 10초 넥타이는 잡화점 서울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일부 고객들이 10초 넥타이 구매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당시 10초 넥타이는 넥타이 대검(넥타이 폭이 넓은 쪽) 길이와 매듭 종류가 세세하게 나뉘어 있었다. 넥타이에 익숙한 사람들은 취향대로 골랐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많은 선택지로 불편함을 겪었다. 본인에게 맞는 넥타이 길이와 매듭을 몰랐기 때문이다. 김용인 대표는 마니아의 시선으로 넥타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 시선이 접근성을 떨어뜨렸다.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고, 김용인 대표는 10초 넥타이의 구성을 대폭 개선했다. 대검 길이는 4개 사이즈로 매듭은 한 종류로 줄였다. 4개 사이즈 외의 길이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맞춤 서비스는 남겨두었다. 넥타이 대검 폭은 8.0cm와 8.5cm로 추렸다. 온라인몰에 작성한 제품 설명서의 문구와 표를 다듬어서 가독성을 높였다. 이제는 넥타이 초보자도 10초 넥타이를 무리 없이 구매한다.


시간이 지나고 김용인 대표는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바로 노동의 매몰이었다. 10초 넥타이는 잡화점 서울의 효자 제품이었으나, 드는 품이 많았다. 신제품을 기획하고, 원단을 발주하고, 완성품을 검수하고, 넥타이를 매서 포장해서 택배로 부치고, 재고를 정리하는 일을 김용인 대표는 혼자서 했다. 특히 넥타이의 매듭 비율과 딤플의 균형감은 그만의 기술이어서, 사람을 뽑더라도 직원이 김용인 대표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더욱이 고객들의 요구사항은 점점 높아졌다. 지속적인 넥타이 품질 개선이 불가피했다. 모든 시간이 하나의 일에 투입되었다. 그의 노고는 곱절이 되었다.


김용인 대표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돌아가는 광경을 살폈다. 사업은 창업주의 개입이 없어도 운영된다. 장사는 그 반대이다. 그는 사업이 아닌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나서지 않으면 잡화점 서울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브랜드의 체질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해외 브랜드의 상품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수입품은 이미 완성된 것이어서 처리할 일이 적다. 브랜드 발굴, 상품 발주 및 촬영, 발송이 업무의 대부분이다. 수입품은 그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어도 매출을 견인해 나갔다. 그것들은 그것들의 자력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또한 수입품은 10초 넥타이 판매에도 영향을 주었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검색해서 잡화점 서울에 들어온 사람들이 넥타이까지 구매한 것이었다. 시야에서 벗어나니 해결책이 보였다. 김용인 대표는 비로소 잡화점 서울의 청사진을 그리며 내일을 대비할 수 있었다.



자기 객관화는 스스로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 직면은 자존심이 상하고 고되고 답답한 일이어서 인간은 실상을 회피한다. 그러나 외면의 골이 깊을수록 잘못된 현실에 갇히고,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 몇 번의 성공, 익숙함, 귀찮음, 부정적인 심정 혹은 지레짐작하는 태도에 의해, 브랜드는 문제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곤 한다. 과거의 영광과 연민과 게으름은 브랜드 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브랜드에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브랜드를 관찰해야 한다. 본체에서 멀어져야 막힌 맥이 어디인지 아는 법이다. 그 맥을 찾아 뚫을 때 브랜드는 또다시 흘러간다. 주기적인 브랜드 객관화는 브랜드의 존속을 위해서 필히 실천해야 할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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