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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Sep 20. 2022

품질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주체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브랜드 활동이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값을 매긴 물건을 판매할 요량이라면, 브랜드는 그 값에 걸맞는 품질을 구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그다음을 논할 수 없다. 브랜딩 원칙들의 총합을 10이라고 볼 때, 품질의 비율은 1/3 이상이다. 물건의 근본이 갖추어져 있어야만 부수적인 요소들이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 남성이 인플루언서가 광고하는 해독주스를 마시고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서 응급실에 실려갔다. 어떤 여성은 모 브랜드의 화장품을 바르고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모 장난감 브랜드의 제품에서 허용치 이상의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고가의 의류 브랜드 티셔츠의 형태가 세탁 두어 번에 틀어졌다. 저품질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감당한다. 어느 순간부터 품질보다 보이는 것에만 공을 들이는 브랜드가 많아졌다. 이를 테면 마케팅과 광고이다. 욕심을 내는 브랜드는 브랜드 이야기까지 개발한다. 그들은 신박한 문구와 영상과 이미지와 감성이 브랜드를 완성한다고 믿는 듯하다. 물건이 하자투성이인데 연예인 광고 모델이며 감동적인 메시지며 저렴한 가격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브랜딩에서 품질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브랜드의 색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품질에 신경 쓰는 것이 먼저이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위치한 패션 편집샵, 스페이드 스페이스는 품질주의를 표방한다. 뛰어난 자재와 기술로 제작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스페이드 스페이스의 오승복 대표가 지향하는 바이다. 스페이드 스페이스의 품목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외국에서 가져오는 브랜드 제품이다. 다른 하나는 PB(Private Brand)이다. 스페이드 스페이스가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만든 재킷, 바지 등을 가리킨다.


수입품의 경우, 오승복 대표는 올바른 재료와 제작법을 고수하는 브랜드만 매장에 들인다. 원가 대비 판매가가 높아서 매출이 안정적이고, 시장에서 인기가 있어서 고객 유치에 유리해도, 품질이 그의 기준 이하이면 그 브랜드는 수입하지 않는다. 그는 관심이 있는 브랜드를 최종 수입하기 전에, 샘플을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해본다. 잦은 세탁에 원단이 버티는지, 착용 횟수에 따라 형태가 틀어지는지, 색 빠짐이 발생하는지, 급격히 해지는 시점이 있는지, 외부 마찰에 봉제선이 쉽게 끊어지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물건은 한눈에 파악할 수 없기에 다양한 환경에서 겪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샘플 감정은 품질 좋은 물건을 선별하기 위해 그가 항상 지키려는 준칙이다.


PB를 제작할 때, 오승복 대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국가의 부자재를 쓰지 않는다. 일본과 유럽 국가에서 내구성이 검증된 원단, 가죽, 실을 가져온다. 재료는 물건의 기둥이므로, 재료의 질이 떨어지면 완성품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생산은 국내 생산업체에 맡긴다. 오승복 대표는 업체와 1:1로 계약을 맺는다. 생산업체와 직접 계약하면 작업에 관한 의견을 담당자들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어서, 생산 품질을 관리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생산대행업체를 고용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으나, 작업 담당자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공정에 관여하기가 어렵고, 대행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는 제품의 낮은 품질과 비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합이 맞는 생산업체를 찾는 일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는 직접 계약을 고수한다.


스페이드 스페이스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그들은 스페이드 스페이스의 물건을 믿고 구매한다. 품질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오승복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를 호화스럽게 치장하지 않는다. 블로그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의 품질주의 신념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는 20년 30년 이상, 나와 나이 들어가고 또 누군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옷을 알리는데 노력한다.



저명한 스포츠 코치들은 기본기를 강조한다. 그들에 의하면, 기본기가 있는 스포츠 선수는 어느 경기에서도 평균 기량을 보인다. 기본 실력이 좋으니 기복이 적고, 기복이 적으므로 끊임없는 경기 변수에 대응할  있다. 기본기를 무시하고 잔기술만 연습하는 선수는 슬럼프가 빨리 찾아온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부상으로 인해 재활 훈련을 하더라도 수월하게 극복한다. 그러므로 스포츠 선수는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 대회 성적에 집착하지 말고, 세간의 주목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종목의 근간을 이루는 동작을  것으로 만드는데 매진해야 한다. 뿌리가 굵은 선수는 높게 성장한다.


나는 품질이 코치들이 말하는 기본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타협한다는 핑계로 술수를 부리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그 브랜드들은 그럴싸한 눈속임으로 판매품을 치장하기 바쁘다. 수십 년 혹은 100년 이상 된 브랜드들의 특징이 무엇인가. 기본 이상의 만듦새를 보증한다는 것이다. 품질이 잡혀 있는 브랜드는 치열한 시장에서 비교적 선방한다. 신박한 아이디어에만 기대는 브랜드는 궤도에 올라도, 그 기간이 짧다. 소비자들은 어리석지 않다. 돈을 주고 산 물건이 허접하면 그 브랜드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브랜드의 본질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삶의 개선은 제대로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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