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옷질 01화

들어가며

옷을 바라보는 관점

by 코지오


다년간 옷질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질 좋은 옷'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질은 '소재의 품질'을 의미한다. 그동안 경험한 바에 의하면, 소재가 아쉬운 옷들은 수명이 짧았다. 세탁 몇 번에 목이 늘어나거나 보풀이 흉하게 일어났다. 가격대와 상관없었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후줄근해지는 옷이 있었다. 명품이라고 해서 더 튼튼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저가 브랜드에서 구매한 옷이 수년째 멀쩡할 때가 있다. 세월의 흔적이 있을 뿐, 올 하나 나가지 않았다.


나에겐 '옷의 질'이 중요하다. 아무리 멋지고, 유명한 명품이고, 나와 어울리는 옷이라도 오래 입지 못할 만큼 약하면 나는 그 옷을 구매하지 않는다. 질이 떨어지는 옷은 금방 망가진다. 망가진 옷은 재활용하기도 어렵다. 결국 버려야 한다. 버린 만큼 다시 사야 하고, 버려진 옷은 쓰레기가 된다. 나는 이러한 소비 행태가 싫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내 돈을 아끼기 위해서, 소중한 옷을 오랫동안 입기 위해서. 나는 소재가 좋은 옷을 선택한다. 이것이 나의 옷질 철학이다.




22살까지 나의 몸무게는 105kg였다. 역도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서 몸집이 제법 컸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옷을 사러 가면 사이즈 맞는 것이 있는지 찾기 바빴다. 나에게 옷은 '몸을 가리는 용도'에 불과했다. 멋 부림은 사치였다. 나는 늘 크고 맵시 없는 옷을 입고 다녔다. 주변 친구들이 멋진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나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어느 날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는데 내 모습이 그날따라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튀어나온 뱃살, 접힌 턱살, 두툼한 눈덩이와 손발. 20대의 몸이라고 하기에는 안쓰러워 보였다.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평생 이대로 살 것 같았다. 그날부로 나는 독하게 살을 빼기로 했다. 친구들처럼 멋진 옷을 입고 활보하는 날을 꿈꾸었다.


1년 동안 70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표준 체형이 되어 입을 수 있는 옷이 많아졌다. 탁자보처럼 넓은 옷만 골라야 했던 시절과 달랐다. 옷 태도 좋아져서 지인들의 칭찬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자연스럽게 '옷 입는 재미'에 눈을 떴다. 그 재미는 강렬했다. 그렇게 나의 옷질 역사가 시작되었다.


2013~2016년은 내가 옷에 가장 심취한 시기였다. 시간 날 때마다 백화점이나 편집샵을 뻔질나게 돌아다녔고, 패션 잡지를 매달 구해서 최신 패션 정보를 습득했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는 휴대폰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드나들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옷이 있으면 앞뒤 재지 않고 지갑을 열었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 옷이 괜찮은 것인지 꼼꼼하게 확인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운 좋게 튼튼한 옷을 구매하면 오래 입었지만, 아닌 경우에는 밑단이 해지거나, 몸통 프린팅이 떨어지거나, 세탁 후 사이즈가 줄어드는 등 여러 문제로 한 계절이 지나가기도 전에 버려야 했다. 큰맘 먹고 산 옷이 그러면 며칠 속이 쓰렸다. 유행이 지난 옷은 나중에 다시 유행이 찾아올 때 꺼내 입으면 되지만, 망가진 옷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버린 옷만 수백만 원어치다.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번 돈과 용돈을 허무하게 태웠다. 아까웠다. 생각 없이 옷질을 하다가는 통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제대로 옷을 고르는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옷장에 남아 있는 옷들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온종일 이 옷 저 옷을 만져 보면서 찾은 해답은 '소재'였다. 특정 옷 종류에 적합한 소재나 소재 배합이 사용된 옷은 견고했다.


그제야 그간 버린 옷들이 왜 약했는지 이해가 됐다. 어떤 옷은 고급스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예민한 소재를 사용했다. 또 다른 옷은 원가 절감을 위해 불필요한 소재를 섞었다. 유행이란 명분으로 실용성이 떨어지는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옷도 있었다. 그것들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들이었다. 겉멋만 있고 내실 하나 없는 옷들이었다.


이후 나는 옷을 고르는 기준을 완전히 바꿨다. 무조건 소재를 최우선으로 본다. 옷을 사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그에 맞는 소재를 고른 다음 디자인을 살펴본다. 디자인이 근사해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핏이 좋아도 소재가 형편없으면 장바구니에 넣지 않는다. 이렇게 산 옷들은 3~4년이 지나도 현역이다.




옷질에 수없이 많은 돈을 쓰고 나서야 옷 소재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이것을 깨닫는 데까지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분명 옷이 예뻐서 샀는데 얼마 입지 못하고 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혹은 어떤 기준으로 옷을 구매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 글을 기획했다.


스타일에 대한 언급은 자제할 것이다. 스타일은 지극히 개인 취향이라서 내가 감히 왈가불가하기 어렵다. A 체형에는 B 스타일이 안 어울린다고 해도, 막상 입었을 때 괜찮은 경우를 자주 봤다. 이런 이유로 소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자주 입는 옷들의 소재로 글을 쓸 것이다. 모든 옷을 깊이 경험한 것은 아니어서, 아는 옷만 다루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옷 종류는 성별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추렸다.


나는 패션 전문가는 아니다. 관련 종사자에 비하면 배움의 끈이 짧다. 그러나 일반인치고 옷에 꽤나 격정적으로 빠져 살았다. 그 기간이 10년 가까이 된다. 옷을 고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정도의 지식은 가졌다고 본다. 당신의 건강한 옷질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 썼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었으면 한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전부다.




2021.09.19. 일

코지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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