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패션인들에게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덥고, 습하고, 비가 장대 같이 내리는 시기에 멋을 부리기란 쉽지 않다. 땀으로 자주 세탁하니 옷감이 금방 상한다. 아끼겠다고 땀에 전 옷을 안 빨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래저래 여름은 옷질하기가 애매하다. 그래도 방법이 있다. 옷질의 기준을 '가성비'에 두는 것이다.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며칠씩 이어지는 장마가 혼재하는 여름에는 옷이 늘 젖는다. 어차피 한 시즌 지나면 반팔 티셔츠 대부분은 땀과 빗물과 세탁에 의해 여기저기 늘어나고, 색은 빠진다. 어느 브랜드의 옷이든 마찬가지다. 버텨낼 재간이 없다. 따라서 '저렴하고 적당히 튼튼한' 반팔 티셔츠를 몇 벌 사서 입는 것이 낫다.
나는 열이 많은 체질이다. 여름이면 맥을 못 추린다. 초여름까지는 버틸만한데, 7월 말부터 8월은 약속이 있지 않는 이상 외출을 자제한다. 습하고 뜨거운 한여름의 열기가 나는 아직도 낯설다. 이런 내가 '여름 멋쟁이는 무더위도 참는다'는 말에 꽂혀서, 그 더운 계절에 비싸고 화려한 옷으로 멋을 냈었다. 원단은 무겁고 몸 앞판에 두툼한 프린팅이 된 옷들이었다.
나는 그 옷들을 입을 때마다 폭포가 됐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이다. 한번은 탈수 증세 직전까지 갔었다. 숨 막히는 더위에는 여름 멋쟁이도 별수 없다. 눈앞이 아찔한 상황을 겪고 나서야 나는 1~2만 원 선의 얇고 가벼운 반팔 티셔츠로 여름을 난다. 특히 '수피마 코튼 100%'로 만든 반팔 티셔츠를 고른다.
일반 목화솜과 수피마 목화솜의 차이. ⓒWright Bedding
면도 종류가 있다. 수피마 코튼은 면 중에서도 고급 면에 속한다. 면은 목화솜으로 만든 원단이다. 수피마는 일반 목화솜보다 솜털이 길고 질기다. 솜털 조직은 치밀하고 매끈하다. 그런 수피마의 솜털을 실로 만든 후 엮은 것이 수피마 코튼이다. 일반 면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보풀이 적게 생긴다. 색감도 오래 유지되는 편이다.
수명은 평균 2년이다. 관리 여부에 따라 그 이상 입기도 한다. 현재 내가 입고 있는 수피마 코튼 반팔 티셔츠는 2021년 기준 3년째 입고 있다. 처음보다 색은 바랬지만, 사이즈도 변하지 않았고 보풀도 없다. 가격은 1만 원대이다. 브랜드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1~3만 원이면 구할 수 있다. 3벌 정도면 여름내 돌려 입기 충분하다. 이 정도면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 있겠다.
면·폴리에스터, 폴리에스터 100% 등으로 만든 티셔츠도 있다. 건조가 빠르고 구김이 덜 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땀 배출이 잘 안 되고 보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디자인이나 핏이 마음에 든다면, 한 두벌 구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외출복으로 입지 못할 만큼 보풀이 생겼으면, 잠옷이나 동네 마실용으로 활용하면 된다.
등산복, 골프복, 웨이트 트레이닝 복과 같은 스포츠 웨어는 합성 섬유와 궁합이 맞다. 기능성 원단에 속하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강도가 높아서 신체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분야에 적합한 소재다. 사용 목적에 따라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라는 '흡한속건' 기능을 더하기도 한다.
사실 여름에는 옷보다 몸이 중요하다. 멋진 몸을 가진 사람들은 몇천 원짜리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멋지지 않던가. '몸이 곧 패션'이라는 공식은 여름에 더욱 통용된다. 그러므로 평소에 운동과 식단으로 몸을 가꿔서 여름을 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조각 같은 몸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군살 없는 건강한 표준 체형만 되어도 옷 태가 산다. 그 정도는 누구나 노력하면 만들 수 있다. 몸이 좋으면 옷질이 즐거워진다. 몸 관리가 여름 옷질의 정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