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트 셔츠는 흔히 '맨투맨'으로 불리는 옷이다. 1926년도에 탄생했으며,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옷이다. 긴 팔 형태이고 목, 손목, 허리춤에 립(RIB-시보리) 처리가 되어 있다. 한여름을 제외하면 어느 계절에나 활용할 수 있다. 봄가을에는 단 벌로 연출하고 겨울에는 점퍼 안에 입을 수 있다.
나는 한 화보를 본 이후부터 스웨트 셔츠를 사 모았다. 화보 속 모델은 스웨트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전까지 나에게 스웨트 셔츠는 아무렇게 입고 훌렁 벗어던지는 평범한 옷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그 화보 한 장이 나의 고정관념을 깼다. 스웨트 셔츠도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때가 2013년 9월 말이었다. 나는 근처 백화점으로 달려가 그 모델이 입었던 것과 비슷한 어두운 회색의 스웨트 셔츠를 골랐다. '패션 아이템'으로서 소비한 나의 첫 스웨트 셔츠였다.
나는 먼저 지오다노나 길단, 트리플에이처럼 저렴한 브랜드로 시작했다. 돈이 모이면 겐조, 아크네, 스톤 아일랜드 등 상위 브랜드로 넘어갔다. 2년 정도 정신없이 샀다. 대략 12벌 이상이었다. 그중 3벌만 지금까지 입고 있고 나머지는 수명이 다해 처분했다. 남은 스웨트 셔츠 3벌은 버려진 것들과 다르다. 그 다름이 옷의 격을 결정했다. 그들은 기본에 충실한 결과물이다.
스웨트 셔츠는 면 100%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내가 가진 스웨트 셔츠 3벌의 소재도 면 100%다. 면은 강도가 천연 섬유 중 마(리넨) 다음으로 높다. 물에 젖었을 때는 더 높아져서 스웨트 셔츠처럼 두꺼운 면 의류는 잦은 세탁에도 해짐이 덜하다. 그리고 정전기가 잘 일어나지 않아서 착용하기가 편하다. 보풀도 적게 생긴다.
물론 면 100%라도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품질이 낮은 면을 쓰면 옷이 금방 낡아진다. 값비싼 면을 사용해도 수축을 방지하는 '방축가공'을 하지 않으면 사이즈가 변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지는 일정 기간 입어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최소한의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3만 원 내외인 스웨트 셔츠들이 면 품질과 방축 가공의 수준이 평균 이상이다. 경험상 이 가격대의 스웨트 셔츠는 적어도 3년 이상 입을 수 있었다.
(점선 표시) 넥 테이브가 적용된 스웨트 셔츠. ⓒGILDAN
스웨트 셔츠를 고를 때는 목에 부착된 '립', 즉 시보리의 재봉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립이 탄탄해야 형태가 오래 유지된다. 어떤 스웨트 셔츠의 립이 탄탄할까. 첫 번째, '이중 재봉'이 적용된 옷이다. 이중 재봉은 립 주변을 여러 번 바느질한 것이다. 실을 촘촘하게 박아서 원단이 틀어지는 현상을 방지한다. 두 번째, '넥 테이프(Neck Tape)'가 적용된 옷이다. 넥 테이프는 탄성이 있고 단단한 부자재이다. 립 안쪽이나 겉에 박음질해서 립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다. 이중 재봉과 넥 테이프 처리된 스웨트 셔츠는 내구성이 뛰어나다. 안심하고 입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피해야 할 스웨트 셔츠를 살펴보겠다. 스웨트 셔츠 중에서 면에 합성 섬유를 섞은 것이 있다. 폴리에스터가 대표적이다. 구김에 강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의류 제작에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그러나 면과 폴리에스터를 섞으면 보풀이 일어날 수 있다.
원단에 마찰이 가해지면 찌꺼기가 생긴다. 그것이 보풀이다. 원단이 무를수록 보풀이 쉽게 탈락하고, 강할수록 반대다. 폴리에스터는 면보다 질기다. 보풀이 생겨도 섬유에 엉겨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한 번 생긴 보풀은 반복되는 마찰로 더 많은 보풀을 만든다. 보풀은 옷의 가치는 물론이고 입는 이의 품격도 떨어뜨린다. 폴리에스터가 섞인 스웨트 셔츠를 피해야 하는 이유이다.
간혹 면·폴리에스터 혼방인데도 멀쩡한 스웨트 셔츠가 있다. 그것은 질이 뛰어난 폴리에스터를 사용했거나, 옷에 특수 가공 처리를 해서 그렇다. 처음에는 괜찮지만 원단 코팅이 깨지면 보풀이 심하게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안전하게 면 100%의 스웨트 셔츠를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나는 스웨트 셔츠를 세탁하고 꼭 다림질한다. 분무기를 옷 전체에 뿌리고 다리미로 문지른다. 치이이-소리와 함께 옷 위에 내려앉은 물방울이 수증기로 증발한다. 주름진 스웨트 셔츠는 말끔하게 펴진다. 내 친구는 이런 내가 유별나다고 말한다. 아무렴 어떤가. 손이 가더라도 좋아하는 옷을 정갈하게 입는 것은 멋진 일이다.
스웨트 셔츠가 충분해서 당분간 새것을 들이진 않을 것 같다. 만약 새것을 들인다면, 그때도 면 100%의 스웨트 셔츠를 고를 것이다. 환경을 생각해서 오가닉 코튼으로 만들어진 것을 골라야겠다. 자연은 무수히 많은 시간을 걸어왔다. 면은 그런 자연 속에서 태어났다. 면은 긴 세월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면으로 빚은 스웨트 셔츠도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