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100%
니트웨어(스웨터·카디건·터틀넥)의 소재는 울 100%가 적합하다.
캐시미어 100% 및 아크릴 혼방은 추천하지 않는다.
가을이다. 선선한 바람과 하얀 구름이 하늘과 땅 사이를 채운다. 아침저녁은 쌀쌀하고 낮도 한여름처럼 덥지 않다. 반팔과 반바지가 어색한 시기가 됐다. 이제는 길고 도톰한 옷을 꺼내 입어야 할 때이다. 옷장으로 가서 '스웨터'와 '카디건'과 '터틀넥'을 꺼낸다. 양털의 부드러움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오랜만에 걸쳐 입어 본다. 햇살을 머금은 지난가을의 낙엽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다.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가을옷의 대명사 '니트웨어(Knitwear)'. 울의 포근한 질감과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만인이 즐겨 입는 옷이다. 니트웨어는 웬만한 패션 아이템에 다 어울린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어도 훌륭하고, 슬랙스와 구두를 코디해도 멋스럽다. 심지어 가을·겨울용 레깅스 위에 입어도 어색하지 않다. 한겨울에는 울코트를 걸치면 그 자체로 완벽하다. 괜찮은 니트웨어 두 벌만 있어도 가을과 겨울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군대 전역 후 니트웨어에 관심이 생겼다. 그때가 가을이었는데, 마침 좋아하는 브랜드의 세일 소식을 듣고 거기에서 스웨터 한 벌을 구매했다. 색상은 검정이었다. 스웨트 셔츠와 달리 입었을 때 조금 더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났었다. 나는 그 느낌이 좋았다. 2주 정도 입다가 다른 브랜드에서 카디건과 터틀넥도 한 벌씩 마련했다. 단 벌로 깔끔하게 입고 싶을 때는 스웨터를, 티셔츠나 캐주얼 셔츠와 입고 싶을 때는 카디건을, 자켓과 입고 싶을 때는 터틀넥을 선택했다. 골라 입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입은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전부 '보풀' 범벅이 됐다. 나는 보풀을 싫어한다. 보풀은 어떤 옷도 후줄근하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옷을 입고 험하게 활동하지도 않았는데 왜 보풀이 생겼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더 비싼 니트웨어를 사봤지만 소용없었다. 보풀은 브랜드와 가격대에 상관없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니트웨어는 보풀이 생긴다. 덜 생기고 더 생기고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므로 보풀이 '덜 생기는 소재'로 만들어진 것을 구매해야 한다. 그 소재가 '울'이다. 울 100% 니트웨어가 보풀을 관리하기가 수월하다.
울은 양의 털이다. 양모(羊毛-모)라고도 한다. 울은 가볍고 열기를 머금는 특징이 있다. 간절기 외투인 니트웨어에 적합한 동물성 섬유다. 그러나 보풀이 잘 일어나는 것이 흠이다. 양모 표면에는 잔털이 있는데, 원단이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비벼지면 잔털들이 서로 엉키면서 보풀을 만든다. 그래서 마찰이 발생하는 겨드랑이, 소매, 옆구리 등에 보풀이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 울은 보풀 제거가 용이하다. '절단 강도'라는 것이 있다. 원단의 절단 강도가 낮으면 보풀이 원단 표면에서 쉽게 끊어진다. 울은 절단 강도가 의류 소재 중에서도 하위에 속한다. 보풀이 생겨도 '보풀제거기'로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만약 옷을 구입한 브랜드에서 보풀 제거 서비스를 제공하면, 계절이 끝날 때쯤 입었던 니트웨어를 맡기면 된다. 울 100%의 니트웨어, 그중에서도 보풀 a/s가 있는 브랜드의 제품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니트웨어 소재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캐시미어'이다. 캐시미어는 캐시미어 산양의 털을 짜서 만든 원단이다. 솜털 같은 부드러움과 훌륭한 보온성, 은은한 광택으로 '섬유의 보석'이라는 별명이 있지만, 털 강도가 약해서 보풀의 발생이 잦다. 수분에도 취약하므로 비나 눈이 오는 날은 가급적 착용을 피해야 한다. 게다가 가격대가 높다. 캐시미어 산양 한 마리에서 1년 동안 채취할 수 있는 털 양이 1kg도 안 된다. 캐시미어 니트웨어는 관리의 어려움과 가격대가 평균을 넘어선다.
두 번째로 아크릴 100% 혹은 아크릴 혼방이다. 아크릴은 울과 비슷하다. 가볍고 따뜻해서 니트웨어 소재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마찰저항이 적어서 보풀이 잘 생긴다. 보풀 제거도 어렵다. 울보다 절단 강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크릴 실을 조밀하게 엮고 특수 가공 처리하면 보풀이 적게 일어날 수 있다. 대신 공정이 추가된 만큼 가격은 오른다. 어떤 아크릴 니트웨어는 울 100% 니트웨어와 가격이 비슷하다. 그 돈이면 울 니트웨어를 사는 것이 낫다.
울 니트웨어의 품질은 가격에 비례한다. 10만 원 내외면 질 좋은 니트웨어를 구할 수 있다. 울 100%라고 해서 다 같은 울이 아니다. 하급 울로 만든 니트웨어는 입다 보면 옷이 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램스울(Lambs Wool)이나 메리노 울(Merino Wool)처럼 고급 울을 100% 사용했는데, 가격이 5만 원도 안 되는 니트웨어가 있다. 보통 두 가지 경우다. 공급가를 맞추기 위해 브랜드가 울을 대량으로 사들였거나, 급이 떨어지는 램스울·메리노 울을 사용했거나. 경험상 후자가 많았다.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사면 낭패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내 옷장에는 스웨터 2벌, 카디건 1벌, 터틀넥 3벌이 있다. 5년 이상 된 것들이다. 9월의 늦더위가 지나갈 때면 니트웨어를 입을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절기상 한로(寒露)를 기점으로 본격적이다. 올해를 넘어 내년 3월까지 계속 입을 듯하다.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옷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나의 니트웨어에 2021년의 가을과 겨울의 기억이 담겼으면 좋겠다.
*가디건의 옳은 외래어 표기는 '카디건(cardigan)'이다.
*니트의 본 명칭은 '스웨터(sweater)'이다.
*램스울(Lambs Wool)은 5~7개월 된 어린양의 털이다. 메리노 울(Merino Wool)은 메리노 양에서 얻은 울이다. 두 가지 모두 보온성과 신축성이 뛰어나다. 촉감은 메리노 울이 조금 더 부드러운 편인데, 큰 차이는 없다. 품질, 가격, 디자인 등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