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맑음 Apr 20. 2022

당신에게도 루틴이 있습니까?

신발을 신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신발은 땅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결단이고 단단한 의지이다. 신발을 신고 걸어간다는 것, 달린다는 것, 뛴다는 것은 도약이고 용기이다. 며칠 전 “신발을 신는다는 것”에 대한 큰 깨달음을 준 글이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새벽 4시 예불에 미리 가서 앉아 있기 위해선
적어도 2시에는 일어나야 했습니다.
집을 나서면 얼음장 같은 추위 속에
40분을 걸어야 했습니다.

남들은 다 자는 깊은 새벽.
-엄마, 그때 너무 추웠지?
-엄마, 그때 너무 무서웠겠다.
-그런데 어떻게 그 오랜 기간을 그렇게 갔어?

엄마가 답했습니다.
-무조건 하나만 생각했어.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는다.

알람이 울리고 눈을 뜨고 신발만 신으면
그래도 그때부터는 견딜만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절에 다 와 가면
목탁을 치고 계신 스님의 염불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서 덜 무서웠다고.

저는 그런 엄마를 존경합니다.

-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https://brunch.co.kr/@ujw8907/129

최근, 혜남세아 작가님 소개로 알게 된 브런치 작가님의 이야기다. 젊고 유능하고 예쁜 신민경(Freegarden) 작가님은, 말기암 환자다. 곡기를 끊은지도 100일이 넘었다고 한다. 암세포의 전이로 장기들이 하나 둘 망가져 가는 것을 목도하며, 부디.. 존엄하고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 달라고 마지막 기도를 올리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위해, 새벽마다 불공을 드리시는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야기는 유튜브를 통해 듣게 되었다. 담담한 음성으로 말씀을 이어가시다가..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는다.

이 세 문장에서 작가님도 나도 그만 무너졌다.


그래서 저도 생각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신발을 신는다고요.
신발을 신고 길을 나서면, 그리고 길을 걸으면,
그 부정적인 생각과 거리 두기가 좀 쉬웠습니다.
연습이라는 게 늘 그러하듯이
반복을 하면 좀 더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전보다 더 쉽게
멈출 수 있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안 떠오르게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생각을 멈추게 하는 건
스스로의 몫인 것 같아요.

여전히 매일 힘이 듭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것.
엉망진창인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
퉁퉁 부은 발목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것.
그렇지만 생각합니다.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내 생각을 멈추는 건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삽니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나에게도 루틴이 있다. 안타까운 사고나 사연을 접하면 가슴에 고이 묻어둔다. 그것은 어느 날 일기가 되고, 에세이가 된다.



https://brunch.co.kr/@ujw8907/131

* 작가님을 알게  이후, 육성을 들은 이후, “신발을 신는다 음성이 귓가에 계속 맴도네요. 작가님과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이 계신 글방이 언제 닫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슬쩍 발걸음 해주신다면 신민경 작가님께  위로와 힘이   같습니다.


https://youtu.be/heV_2XcEj-0

* 작가님의 육성으로 남겨놓은 유튜브는 꼭 한번 들어봐 주세요. 그리고.. 신민경 작가님의 마지막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