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 I 꽃병 옆에서 책 읽는 여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책들을 뒤적이다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표지 속 앙리 마티스의 ‘꽃병 옆에서 책 읽는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에는 여러 가지 색들이 들어있지만 주된 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이다.
빨강은 따뜻함과 열정, 용기를 나타내고 보는 이에게 에너지를 전해주는 색이다. 그리고 파랑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고요함의 색이자 안정감을 주는 평화의 색이다.
코로나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모든 생활은 위축되어 몸도 마음도 어려운 하루하루가 지속되는 중이었다.
좀 좋아지면 기대하게 되고, 기대하면 다시 나빠지고.. 답 없이 반복되는 생활 속 무기력함이 길어지던 어느 날, 그런 나의 마음을 달래려는지 빨강과 파랑이 담긴 마티스의 이 그림에 자꾸 마음이 끌렸다.
이 여인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무슨 책을 읽는 걸 까?
그림 속 여인은 밝고 경쾌한 색들 속에 둘러싸여 있지만 차분하게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평온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책 속에 또 다른 그림이 보이는 것 같다.
머릿속이 복잡한 날 좋아하는 그림이 있는 책을 펼치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걸까 상상을 해본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책을 읽을 시간도 혼자 사색을 할 시간도 잊고 살았을 즈음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던 해가 있었다.
그때 책 한 권을 읽게 되었고 그러면서 그동안 나를 잘 살펴주지 못했구나 내 몸과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잘 들어주지 못했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 뒤로 힘이 들 때면 마음이 이끄는 책을 잡고 일부로 시간을 내어 조금이라도 책장을 넘긴다.
그러고 나면 복잡하고 어수선했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하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그 경험은 마음이 힘든 날이면 어김없이 책을 뒤적이게 했고, 나만의 안정제 역할을 해주었다.
마티스는 법률사무소에서 서기로 일을 하다 붓을 잡게 되었는데,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천국에 들어선 느낌이었어요.
하루하루가 늘 지루하고 사람들이 줄곧 하라고 하는 것들 때문에 짜증이 났었거든요.
그림을 시작하니 호젓하니 편안하고 해방된 기분이었어요.
그 당시 그림은 그에게 혼란으로부터 탈출구 같은 느낌이었을까?!
마티스는 한 주제에 대한 그림을 유독 많이 남겼다.
책 읽는 여인, 창문, 정물 등 꾸준한 작업을 했다.
그가 그린 그림 속 책 읽는 여인들에게서는 그들이 책을 읽으며 느꼈을 감정이 어렴풋이 전해지는 것만 같다.
진심 어린 마음이어야 한다.
작품은 인간의 감정으로 채워져 있어야, 그래서 모든 것이 관습의 방식이 아니라 진실성으로 돌아갈 때라야 온전히 존재한다.
그림 작업을 위한 마티스의 하루 일과는 수도자처럼 규칙적이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식사한 뒤 오전 작업.
점심식사 후 오후 작업(젊은 시절에는 바이올린 연습).
저녁 식사(야채수프, 삶은 달걀 두 개, 샐러드, 와인) 후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편지 쓰기.
일찍 잠자리에 들기.
반복되는 일상은 재미없고 지루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일과 안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한두 가지를 넣어준다면 그 하루가 조금 더 힘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그린 그림 속 빨강은 지친 나의 마음에 에너지를 전해 주었고, 파랑은 불안한 내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나에게 그림과 독서는 나의 마음을 살펴주는,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그 두 가지이다.
나는 오늘도 책과 그림 속에서 휴식을 얻는다.
내가 꿈꾸는 것은 균형의 예술, 순수와 평온의 예술이다.
근심스럽거나 우울한 주제를 완전 배제하고 마치 피로를 풀어주는 훌륭한 안락의자처럼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루만지는 효과를 지닌 예술
_앙리 마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