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티보 I Cup of Coffee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 가을과 겨울 사이.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 속에 자꾸 몸을 웅크리게 된다.
한동안 파란 하늘과 단풍 진 나무들이 코로나를 잊고 지내게 해 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제는 그런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계절인 것이다.
고운 단풍처럼 알록달록하던 내 마음도 조금은 차분히 그리고 쓸쓸히 가라앉던 어느 날, 따뜻한 색감을 가진 웨인 티보의 커피 그림이 생각났다.
파스텔 톤의 잔에 담긴 커피를 바라만 보아도 쓸쓸한 마음이 조금은 온화해지는 기분이 든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유독 좋아하는 나.
그들의 경험과 지혜, 눈빛과 주름 속에서 전해지는 뭔지 모를 뭉클함, 존경과 수많은 감정이 그들의 삶을 찾아보고 쫒게 한다.
나이 드는 건 싫지만 내 할머니 때 모습은 그들을 조금이라도 닮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산다.
1920년 생인 웨인 티보는 올해 100세인 미국의 현역 화가 할아버지다.
고등학생 때 월트 디즈니에서 수습생으로 일을 하고 젊어서 광고 아트디렉터, 카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던 그는 40대에 들어서 디저트 그림을 그리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웨인 티보가 그린 [디저트와 도시]라는 책을 통해 그림을 알게 되었는데, 책에는 짧은 글과 함께 그의 대표 주제인 두 가지, 디저트와 도시 풍경 그림들이 담겨 있다.
웨인 티보는 상점 진열장에 놓여 있는 물건들로 주로 정물화를 그리는데 그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그동안 그림의 소재로 취급받지 못했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막대사탕 꽂이를 그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겼던 이유는 아마도 진부하기 때문일 테지만,
그 이전에는 충분히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배제됐을 공산이 더 큽니다.
실제보다 교양 있는 것처럼 굴거나 그런 제스처에 동조하면
우리 자신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일렬로 진열된 케이크는 대량생산 문화 속 소비사회를 그리고 그림에 나타나는 빈 공간과 강렬한 대비의 그림자는 현대인의 ‘고독과 쓸쓸함’을 느끼게도 한다.
하지만 케이크를 바라보며 달콤한 크림을 상상하게 되고 따뜻한 커피의 향을 느끼게도 된다.
스스로 발견하는 짜릿함과 환영을 느끼는 자신을 보는 능력을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제가 말로 하는 것보다 그림이 스스로를 더 잘 표현해 주길 희망합니다.
현대인의 고독함을 나타낸 웨인 티보의 그림을 그리며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아파하기도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것 또한 사람인 것 같다.
살아가며 때로는 혼자일 때도 필요하지만 우리 곁에는 항상 온기를 나눌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던가.
코로나로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만나던 일이 이제는 신경을 쓰고 마음을 써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 지금.
그만큼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마음 깊이 알게 된 시간인 것도 같다.
지난번 그려두었던 웨인 티보 할아버지의 케이크 한 조각을 커피 옆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홀로였던 커피는 이렇게 케이크 한 조각과 만나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우리의 삶도 곁을 나누는 누군가와 함께 일 때 조금 더 따뜻해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 가족을 바라본다.
내 주위를 둘러본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저는 그저 그림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길 희망합니다.
_웨인 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