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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해 별글이 Nov 08. 2023

프롤로그

나에게 바라다.

가을을 실어 나르는 바람에 수런대며 나부끼는 나무들의 생김새. 

제주 바람 소리를 담은 윈드 캐쳐의 영롱한 소리. 

켜켜이 쌓인 낙엽 사이사이에서 배어 나오는 달콤한 솜사탕 냄새. 

보이지 않는 새들의 아리따운 노랫말과 사부작사부작 흘러가는 구름이 어우러진 모습. 

이 아름다운 계절이 나는 싫다. 


여전히 현실과 나락을 오락가락하는 내가 원망스럽지만

이 감정도 순간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는 풀 한 포기보다 유한하고 바람 한 줄기보다 덧없는 사람.


살아 있는 동안 힘껏 빛날 수 있기를 

찰나의 절망에 속지 않기를, 

정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나에게 

자비와 연민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이 끝날 즈음엔 64점이란 우울의 무게를 덜어내고

일상의 균일한 파동이 만들어 낸 잔잔한 결 속에서 권태로워하지 않고

갑작스러운 폭풍우에 수면 아래로 깊이 침몰되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삶이란 대양 속에서 약 1센티 범위로 오르내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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