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오면 가장 좋으면서도 싫은 시간이 있다. 아빠 엄마와 커피를 마시며 2시간 정도 삶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오늘은 완곡히 말하는 아빠의 이야기 속에 단 하나의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
바쁘다는 건 핑계야.
아빠가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의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나름대로 일주일에 한 번 하던 전화를 2일 혹은 매일 해서 아빠의 상태를 체크했다는 것 자체를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사업하니까 바쁘니까 이 정도면 열심히 한 거지' 라며. 그러나 내심 바쁜 척했던 게 맞다. 광주까지 가기 싫어서. 어차피 나을 대상포진이라 쉽게 생각했으니.
아빠의 입장에선 그랬다. 처음엔 어차피 나을 거니 신경 쓰지 않았다가. 주변에서 아프다고 병문안 오는데. 정작 자식은 바쁘다고 전화만 해서 괜찮냐는 립서비스를 하고 있었으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음이 당연했다.
그렇게 정 없이 살지 마라. 뭐가 되었든 가족이 마지막에 남는 거야.
알고 있었다. 가지 않아도 아빠는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다. 단 하나의 이유로, 바쁘니까. 왔다 갔다 할 시간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아빠도 사람이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다 받아줄 것 같았는데. 너무 당연하다 생각했나 보다.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바쁜 건 내 일이고 아빠가 아픈 건 더 중요한 내 일이었는데 놓쳤다.
아빠 미안 바쁜 건 늘 핑계였어. 조금 더 내가 신경을 덜 쓰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