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내 이름은 야옹이 3화

학폭전성시대 : 권력의 힘

by 태리우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놈이 교실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 누구도 기절한 놈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몇 분이 흘렀을까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놈의 의식이 돌아왔다. 놈은 처음이었다. 교실 바닥에 쓰러져서 천정을 본 것이 말이다. 셀 수 없는 아이들이 자기 때문에 이렇게 교실 천장을 봤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왕좌에서 추락했다는 수치심이 놈을 엄습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아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이 막혀왔다. 누군가 목을 조르고 있었다.


으르렁대던 영웅이가 유도의 조르기 기술을 걸었다. 놈이 컥컥거리며 발버둥 치며 아무리 텝을 쳐도 더 세게 목을 졸랐다. 놈의 패거리들이 영웅이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영웅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영웅이의 눈동자에서 인간의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야수의 눈빛이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영웅이게 다가가 속삭였다.


'야옹~'


야옹 소리에 영웅이가 나를 쳐다보더니 서서히 순진한 영웅이의 눈빛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치 어미사자가 아기사자를 발견한 듯이. 맹수들은 고양이과니까 야옹 소리를 들으면 안정감을 찾을 거라는 생각이 통하다니 신기했다. 놈은 결국 거품을 물고 실신을 해버렸다. 패거리들이 놈의 와이셔츠와 벨트를 풀고 심폐소생술 비슷한 짓을 하며 주위에 있는 애들에게 소리쳤다.


"야! 이 새끼들아! 빨리 119 전화해!!"


하지만 아무도 전화기를 꺼내지 않았다. 패거리들이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는 사이애 콜록콜록거리면서 놈이 깨어났다. 자신의 바지와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 두 번 연속 기절을 한 상황이 파악되었다. 감당이 안 되는 상황에 넋을 잃고 바닥에 기진맥진한 채로 앉아있었다. 온몸이 떨려서 고개를 들어 영웅이를 볼 수가 없었다. 무릎 위에 있는 두 손이 벌벌 떨렸다. 서열싸움에서 낙오한 사자 주위를 맴도는 하이에나처럼 반애들이 힐끔힐끔 놈을 쳐다보며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놈은 알량한 자존심과 수치스러운 분노들로 뒤범벅이 돼서는 소리쳤다.


“뭘 쳐다봐! 죽고 싶어!!”


놈은 온 힘을 다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부축하려는 패거리를 밀치고 교실 뒷문으로 나가자 교실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다. 독재자로 추앙받을 놈이 하루아침에 추락하고 새로운 왕조가 시작된 흥미진진한 역사가 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영웅이가 있었고 영웅이 옆에는 내가 있었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린 맨 앞자리로 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점심시간인데도 교실은 스터디카페처럼 조용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놈이 뒷문을 쾅 차고 들어왔다. 가래침을 '켁!' 뱉더니 욕을 했다.


“아이! 씨X!”


괜스레 반애들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꼴아보지 말라고 시비를 걸었다.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영웅이를 쳐다봤다. 영웅이는 신경도 안 썼다. 유튜브로 계속 유도영상을 봤다. 그리고 시계를 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영웅이가 벌떡 일어나자 놈이 화들짝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몇몇 아이들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유도부 특기생들은 오전수업만 듣고 오후시간은 훈련을 했다. 영웅이는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내 이름을 몰랐는지 내 교복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라하며 자기 이름표를 번가라 가리키며 웃었다.


“우리 이름이 똑같네!"

"응.... 맞아...."

"우와! 완전 반가워! 내일 봐! 웅아!”

"그래.... 내일 보자.. 웅아.."


영웅이가 가방을 챙겨서 달려 나가자 다시 놈의 왕국이 되었다. 호랑이 없으면 여우가 왕노릇한다고 영웅이가 자리를 비우니 놈의 기가 하늘을 치솟았다. 다시 나를 불렀고 나는 야옹이가 되어 놈에게 갔다.


“야옹아~ 매점에서 빵 사 오렴.”


고개를 끄덕이고 '야옹'했다. 내 돈으로 빵을 사 왔다. 빵을 대령하자 선심 쓰듯 빵 모서리를 조금 뜯어서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야옹아. 너도 처먹어."


나는 망설임 없이 교실바닥에 떨어진 빵을 '야옹'하면서 먹었다. 빵 부스러기를 고양이처럼 맛있게 먹고 있는데 바닥에 비스듬히 세워진 거울에 내 모습이 보였다.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어먹는 것처럼 처량하고 비굴하게 꿇어앉은 비참한 나였다. 순간 구역질이 났다. 나는 교실을 뛰쳐나가 화장실을 향해 달렸다. 대변기 칸으로 들어가 변기를 붙잡고 구역질을 해댔다. 설명하기 어려운 눈물이 흘러 좌변기에 고인 물에 떨어졌다.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약하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2개의 나라에서 나는 살아야 했다. 그놈이 다스리는 나라와 영웅이의 나라. 영웅이가 점심시간까지는 같이 있으니까 그때는 그놈이 나를 괴롭히지 못했다. 오전을 편하게 지내고 오후 4시간은 그놈의 괴롭힘을 당했다. 오전에라도 편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꽃이 피는 4월이 되니 대부분 반애들은 고등학생이 된 첫 긴장감이 모두 사라졌다. 서열도 어느 정도 정리되고. 공부할 놈들은 공부하고 놀 놈들은 놀고 이도저도 아닌 놈들은 이도저도 아니게 지내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신세의 동지도 생겼다. 그 동지의 이름은 도수리였다. 도 씨 성을 갖고 있던 친구로 이름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졌지만 나랑 비슷한 부류의 친구였다. 키가 작고 힘이 약하고 공부를 잘 못했다. 나보다 말랐고 두꺼운 렌즈의 안경을 써서 눈이 매우 크게 보였다.


놈은 수리를 제2의 나로 만들었고 수리를 독수리로 불렀다. 놈이 '독수리!'라고 외치면 수리는 독수리가 되어 팔을 활짝 벌리고 '쉬익'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그럼 놈은 자기 팔을 90도로 꺾어 앞으로 내밀었다. 수리는 자신의 두 손으로 놈의 팔을 살포시 잡고 독수리 흉내를 냈다. 마치 몽골의 독수리 사냥꾼들이 키우는 독수리 같았다.


“독수리! 볼펜 물어와!”


놈이 볼펜을 교실 앞쪽에 던지면서 소리치면 수리가 독수리처럼 날아가서 볼펜을 입으로 주어 물고 놈에게 다시 날아왔다. 입에 있던 볼펜을 놈 책상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런데 놈이 수리의 침이 묻어 있는 볼펜을 보고 더럽다며 수리 싸대기를 때렸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싸대기를 맞은 수리는 교실바닥의 먼지가 입주위에 뭍은 체 일본말로 사과를 했다. 당시 반일 감정이 격화되는 시기여서 놈이 수리를 일본쪽빠리짭새라고 칭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수리는 볼펜을 주울 때도 침이 안 묻도록 입을 안쪽으로 잘 오므려서 물어왔다.


“잘했어! 쪽발이 짭새!”


놈은 수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만족해했다. 수리는 정말이지 독수리처럼 날개를 접고 웃었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고 자리에 돌아갔다. 비행하며 돌아가는 수리의 얼굴을 봤는데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러던 4월 중순 어느 날 수리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수리의 소식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모두들 수리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걱정보다는 한심한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소문이 났다. 수리가 자살했다. 집에서 틀어박혀서 안 나오고 있었다. 수리가 전학을 갔다. 수리가 정말 몽골에 갔다. 바람이 나서 여자애랑 도망쳤다. 원양어선 배를 탔다. 등등의 무성한 소문이 난무하던 며칠 뒤 수리가 돌아왔다. 수리랑 아주 쏙 빼닮은 경찰제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와 함께 말이다.


수리 아버지 같았다. 그 중년의 남자가 교탁 앞에 당당하게 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리 아버지되는 도자기라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이 났다. 도수리 아빠 도자기래. 중년의 남자는 말을 이었다.


“제 직함은 서울지방경찰청장 도자기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안전한 생활을 지키기 위해 경찰로서 수십 년을 일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수리 엄마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일하고 있지요. 최근에 우리 수리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물어봤는데 말을 안 해서 걱정이 되었지요. 그리고 수리가 문을 잠그고 며칠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경찰청에 특수부대원들에게 지시를 했지요. 3명의 특수부대원이 출동을 했고 체류탄을 방에 넣고 수리를 빼냈지요. 그리고 경찰청 심문실로 데려가서 몇 시간 동안 취조를 했습니다.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혹시 이반에 최도철 학생이 있나요?”


그래 그놈의 이름이 최도철이었다. 꿈에도 듣기 싫은 이름 최도철.

최도철은 빠르게 상황파악이 됐는지 창백한 얼굴이 되어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맨 뒤에 앉아 있던 최도철을 가리켰다. 교실밖에는 경찰이 30명 정도가 교실을 둘러싸고 있었다.


“자네가 최도철 학생인가? 자네가 우리 수리를 괴롭혔다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권한으로 자네를 체포해서 감옥에 처넣으려고 왔다네.”


“저 …. 아버님….”


담임선생님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농담일세."


수리 아버지가 다시 웃었다.


"솔직히 농담반 진담반일세. 하지만 오랜만에 학교에 와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혹시 반성하는 기미가 있으면 내가 이번만은 용서해주려고 하네. 어떤가? 다시는 우리 수리를 괴롭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도철은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렇지! 그래야지! 잘 생각했네! 다시 한번 그런 일이 있으면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해서 감옥에서 몇 년을 썩게 만들어버리겠네. 경찰청장의 이름으로 말이야! 하하하하하”


수리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카랑카랑 교실을 뒤덮었다.


“그럼 잘 부탁하네!"


하고 교탁을 쾅! 세게 치고는 최도철을 무섭게 노려보면서 교실을 나갔다. 담임선생님은 몸을 숙여 인사를 했다. 수리에게 자리로 가라고 말했다. 수리는 무표정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담임선생님이 수리아버지를 배웅하고 잠시 뒤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반에서는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없었으면 한다. 경찰청장이신 수리아버지가 학교에 오셔서 교장선생님도 아주 난감해하셨어. 그리고 수업 끝나고 최도철은 교무실로 따라와!”


담임선생님은 교무실로 돌아갔다. 담임이 나가고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놈은 수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수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미.. 미안했다."


수리는 놈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꺼져! 재수 없는 새끼야!"


그 순간 교실은 무중력 상태가 된 것 같았다.


"뭐....?"


불을 붙인 휘발유통처럼 울그락 불그락한 얼굴로 놈이 이를 가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뭐라고? 진짜 죽고...."


수리는 고개를 돌리며 경멸의 눈빛으로 귀찮은 듯이 말했다. 마치 지렁이를 보는 눈빛으로 말이다.


"말 못 알아듣냐? 병신아! 꺼지라고 병신 같은 씨발새끼야! 아빠에게 전화하기 전에!"


놈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얼굴과 몸이 발갛게 달아올라 교실에 불가마라도 들어온 것 같았다. 하지만 놈은 수리에게 아무 말도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 분노에 거친 숨만 내뱉을 뿐이었다. 놈이 분을 삭이지 못해 수리 옆에 계속 서있자 수리가 신경질을 내며 소리쳤다.


"아이! 씨발놈아! 꺼지라고! 답답하게 걸리적거리잖아! 아이! 씨발! 꺼져! 꺼져! 꺼지라고!"


순간 온몸에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됐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이었다. 놈은 거대한 손을 지켜 들었다. 수리는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수리 손에는 스마트폰 화면에 아버지 번호가 떠있었고 통화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수리의 스마트폰을 본 놈은 결국 팔을 거두고 씩씩거리며 교실을 나갔다.


권력의 힘은 무서웠다. 진정한 권력 앞에 한낱 고등학교 교실의 왕시늉을 하는 놈은 아무것도 아닌 나부랭이였다. 마치 인간 앞에 지렁이처럼. 나도 권력을 갖고 싶어 졌다. 왜 부모님들이 공부하라고 공부하라고 애걸복걸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 사회는 그런 사회다. 돈과 권력! 이 두 개가 없으면 언제든 밟혀 죽을 수 있는 세상. 하긴 고등학교에서 싸움 못하면 짓밟히는 세상을 지나 돈 많고 권력 있는 놈들에게 짓밟히는 사회로 발전하는 건 당연한 논리가 아닌가? 그런 것도 모르고 돈과 권력 있는 놈들의 술수에 놀아나고 있었다. 명품 소비니 사교육이니 해외여행이니 인생을 소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사회 시스템에 희생되고 있는 줄도 모르는 우리였다. 공장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나와 동생 우리 네 식구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는 알지 못했던 세상이었다.


그날 이후 놈은 수리를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놈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아이가 벌써 3명이나 되었다. 놈은 그런 힘의 역학관계를 잘 계산해 가며 여전히 부분적인 왕노릇을 했다. 영웅, 도수리, 양궁 세 명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힘, 권력, 재능이 그들을 지켜줬다. 불의한 세상 속에서 말이다. 힘, 권력, 재능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수리가 독수리 신세에서 벗어나자 나는 다시 홀로 그놈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애완묘도 동물복지나 권리를 보호받는 시대인데 여전히 나는 학대받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학교는 벌써 5월이 되었다. 2달 동안 나는 천국 같은 오전시간, 지옥 같은 오후시간을 보내면서 살았다. 그런 나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다가 12시가 넘어서 잠이 들 곤했다. 한 번 찌질이는 영원한 찌질이라는 말처럼 나는 찌질이인 인생을 괴로워만 했지 바꿀 생각과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찌질이로 태어나서 찌질이로 살다가 찌질이로 죽을 운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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