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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y 16. 2024

원하는 일로 하루 시작하기

야채와 과일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목요일 휴무날이다. 이 날만큼은 오로지 내가 원하는 일로 꽉 채우는 하루를 그려본다.




출근하는 날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선다. 초6 둘째 등교시간에 맞춰  같이 걸어 나왔다. 학교 앞까지 바래다주고 싶지만 근처만 가도 뾰족한 눈으로 흘겨볼게 뻔하다. 이제 그 정도는 아니까 중간지점이면 알아서 먼저 내 갈 길을 간다.  

어제도 왔지만 오늘 또 걷고 싶은 곳이다. 전 날은 둘째 언니와 남편, 큰아이와 함께 걸었다. 공휴일이기도 해서 사람들도 꽤 북적였다. 이른 시간에 오면 전부 나만을 위한 길이 된다. 이곳이 내가 걷고 달리는 공간이다. 파란 하늘을 지나 초록 물결이 이어진다. 푸른 터널이 나를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빨리 벗어나기 싫어서 왕복으로 달리기도 한다.


지난번에는 자유러닝으로 뛰었다. 목표가 없어서 그랬는지 뛰다가 중도포기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다시 큰 마음을 먹고 뛰기로 했다. 5km 설정할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새 힘들었던 과거는 잊고 좋았던 기억만으로 눌러버렸다. 일단 정하고 난 뒤에 후회한다. 웬일인지 숨은 가빴지만 몸은 전보다 가벼웠다. 매번 다르다. 뛰면서도 순간의 여유도 만끽해 본다. 잠시 멈춰서 지금 봐야 예쁜 장면도 찍어두었다.


뛰고 나면 이보다 좋은 경험이 없는데 하기 전에는 그렇게 뜸을 들이게 된다. 운동과 글쓰기의 매력이 넘치는데 그 진가는 내가 알아봐 줘야 한다. 옆에서 백날 좋다고 해도 내가 느끼지 못하면 헛방이다. 힘들지만 하고 나면 뿌듯한 일을 하루하루 해내어 간다.

도서관에 들려서 세 권의 책을 빌렸다. 편의점에 8개 3000원 하는 바나나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10리터 종량제봉투를 사서 책과 바나나를 넣었다. 오는 길에 예전에 최애였던 큐브라테도 쿠폰으로 바꿨다. 나갈 때는 맨몸이었다가 오는 길에 양손이 무겁지만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든다.




집에 들어오니 마음 한 구석이 분주하다. 샤워를 하고 나가기 전 돌려놓은 빨래를 널었다. 지난번이랑 똑같지만 한 가지 추가된 건 마스크팩도 붙였다. 매일 잊어버린다. 나를 챙겨주는 일도 부지런해야 한다.

  

어쩌다 식단처럼 보이지만 맛있게 먹기 위해 소스도 뿌렸다. 일부러 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다. 야채와 과일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요리를 못해서다. 만드는 게 귀찮으면 과일을 챙겨 먹을 수밖에 없다. 시간절약과 냉파도 하니 일석이조다. 달짝 지근한 커피 한 모금에 타자 치는 소리가 흥겹다. 아이가 올 때까지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을 거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 지금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오로지 내가 원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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