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언어를 비우는 비밀
브라질 사람인 루카스는 여러 가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폴리글랏((polyglot)이다. 모국어 외에 하나의 외국어를 능숙하게 쓰는 것도 어려운데 여러 개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니 뭔가 비법이 있어 보인다. 혹시 머리가 뛰어나게 좋을 걸까?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에서 살며 외국어를 접했던 건 아닐까? 2~3개 언어를 배워야만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2~3개의 언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루카스의 경우는 아니다.
루카스가 태어난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단일 언어로 사용하는 국가이다. 루카스의 부모님은 포르투갈어 말고는 아는 언어가 없으니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배웠던 것도 아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외국을 나간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루카스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대화를 하며 새로운 언어를 배웠다. 바로 온라인 채팅을 통해서였다. 루카스가 러시아어를 처음 배울 때 그는 무작위로 100명의 러시아인을 대화상대 목록으로 골랐다. 그리고 이 중 두 명과 동시에 각각 대화를 진행했다. 먼저 이반(Ivan)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그러자 이반이 대답했습니다.
“안녕. 어떻게 지내?”
이번에는 세르게이(Sergey)라는 친구가 먼저 말을 인사를 건넸다.
“안녕”
루카스는 이반의 대답을 그대로 카피해서 답했다.
“안녕. 어떻게 지내?”
세르게이가 답을 하자 역시 그대로 카피해서 이반에게 답을 했다. 그렇게 루카스는 러시아말을 거의 할 수 없었는데도 두 친구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반과 세르게이는 브라질 친구 루카스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두 러시아인이 대화를 하고 있었던 거다. 루카스는 이번 대화를 배우고 익혀서 다음번에 러시아 친구와 채팅을 할 때는 본인의 말로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인 리디아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미국 방송사 NBC의 프렌즈를 좋아했다. 프렌즈는 2~30대의 여섯 친구의 우정과 사랑, 일 등을 다룬 드라마이다. 당연히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이 많이 사용되었다. 리디아는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필요할 것 같은 대사가 나올 때마다 적어 두었다. 그리고 다음번에 대화를 하거나 온라인 채팅을 할 때 그 말들을 사용했다. 열심히 외워 둔 표현을 사용할 일이 없을 때는 먼저 그 말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서 기어이 써먹었다고 한다. 리디아 역시 8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폴리글랏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를 배울 때도 프렌즈를 이용했다고 한다.
지연 씨는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우리나라를 떠날 때만 해도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프리토킹하는 모습을 꿈꿨다고. 하지만 현실은 매우 달랐다. 소심한 성격의 지연 씨는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무엇보다도 틀릴까 봐 부끄러워 입을 못 떼었다. 틀리지 않으려고 대화 지문을 완전히 외워봤지만 소용없었다. 실제 대화는 책의 지문과는 다르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오히려 대화의 흐름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해서 웃음거리가 될 때도 있었다.
고민 끝에 지연 씨는 지문을 본인의 이야기로 만들기로 했다. 지문을 그대로 외워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넣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미리 글로 써서 문장을 만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가족, 감명 깊게 읽은 책, 성격의 장, 단점 등등. 대화의 지문으로 외울 때는 그저 구문과 표현, 단어만 보였다면, 이제 자신의 말로 만들면서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성격은 어떤지, 무슨 책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는지, 왜 감명을 받았는지 등을 생각하고 적어본 뒤, 대화를 위해 달달 외우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전까지 지연 씨에게 영어 공부는 성적을 올리거나 취업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그런데 영어로 글쓰기를 하면서 자기 계발뿐 아니라 자기 계발과 자아성찰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어 실력 향상과 글쓰기 익히기에 자아성찰까지… 이만하면 무엇보다도 가성비 좋은 투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