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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Aug 20. 2023

왜 나의 영작은 콩글리시 같을까?


  영어로 글쓰기를 해보라고 하면 “번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우리말로 먼저 글을 쓰고 이를 영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보라고 하면 우선 우리말로 글을 쓴다. 그런 뒤에 각 단어에 대응하는 영어 단어를 적용한다. 영어의 어순은 우리말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이에 맞춰 문장을 만든다. 이런 문장들은 문법적으로 말은 되지만 어색한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의 문장을 비슷한 패턴으로 단순하게 만들어 글이 단조롭다. 더 큰 문제는 단어를 잘못 쓰는 경우인데, 특히 동사의 사용이 많이 틀린다.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은 꽤 말이 되는 글을 썼다. 처음부터 문장을 잘 만들던 혜성이는 물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던 지훈이도 문장을 만드는 데는 익숙해졌다. 이때 두 아이 모두 가장 큰 난관은 콩글리시적인 표현의 극복이었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문장을 사람주어 + 동사의 1 형식이나 사람주어 + 동사 + 목적어의 3 형식으로 만들어 왔다. 대부분의 문장이 3~4 단어로 완성되었다.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콩글리시 같은, 즉 뭔가 어색한 영어 문장을 만드는 건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 때문이다. 문장 구조뿐만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는 사물을 주어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말은 사물을 주어로 사용할 경우 매우 어색하다. 때문에 모든 문장을 사람을 주어로 해서 한글로 글을 쓴 뒤에 이를 그대로 영어로 번역을 하면 뜻은 통하지만 어딘가 어색하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이 되는 것이다. 아래 예문을 보자.


1. 길이 막혔기 때문에 우리는 늦었다. 
-> 1)  We were late because the traffic was bad. 
-> 2) The bad traffic made us late. 


지훈이는 주말에 있었던 일을 쓰라는 숙제에 먼저 한글로 글을 쓴 뒤 1번과 같이 문장을 만들었다.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으며 뜻도 잘 통한다. 문제없어 보인다. 이 문장 하나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런 형식의 문장이 반복되면 글이 지루해진다. 2번은 사물이 주어인 문장이다. 이 글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나쁜 교통이 우리가 늦게 만들었다’라는 아주 어색한 문장이 된다. 하지만 원어민들은 사물을 주어로 하는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또한 예문처럼 목적어와 목적보어가 있는 5 형식 문장을 많이 쓴다. 접속사(because)가 있는 복문, 1번에 비해 단문인 2번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그렇다고 모든 문장을 사물이 주어이거나 5 형식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1번과 같은 문장과 2번 같은 문장이 섞여서 다양하게 사용될 경우에 단조롭지 않고 다채로운 글이 된다. 

콩글리시 같은 글이 되는 두 번째 이유는 잘못된 단어의 사용 때문이다. 우리말에 딱 맞게 대응하는 영어 단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도 사전에서 찾은 단어를 그대로 일대일로 적용해서 문장을 만들면 매우 어색한 문장이 된다. 물론 반대로 영어 단어가 우리말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도 억지로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번역할 경우에 소위 “번역체”라고 하는 이상한 문장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번역투가 아닌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 뻔한 결론 같지만 ‘많이 읽기’이다. 우리말로 글을 쓸 때도 잘 쓰기 위한 첫 단계는 ‘많이 읽는 것’이라고 한다. 영어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영어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특히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읽으며 우리말과 다른 특징, 표현을 이해하고 외운 뒤에 글을 쓸 때 적용해 본다. 다시 한번 뻔한 결론이지만 그렇기에 글을 쓰는 것이 영어를 익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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