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 댄스는 ‘순간에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강한 정신적 육체적 구성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정신의 체현’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 마리카 티거만(Marika Tiggemann)
일주일에 세 번 가는 학원에서 나는 가장 젊은 학생이었다. 고등학생도 한 있었으니 성인 중에서 가장 젊었다고 해야겠다. 40대 중반을 넘은 중년에 대부분 두 명 이상을 출산한 엄마들인 만큼 두툼하고 물렁한 뱃살을 기본으로 배치하고 있었다. 반면에 하루에 4~6 시간, 그중에서도 두 시간가량은 근육 운동을 하던 나는 뱃살이 거의 없었다. 뱃살은커녕 복근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던 중이었다.
벨리 댄스를 배우는 동안 학생들은 웬만하면 배가 보이는 연습복을 입거나 평상복을 입더라도 옷을 걷어서 배를 보이게 한다. 동작을 제대로 하는지 선생님이 봐야 하고 또 스스로도 보면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게 했다. 오직 나만은 한 달이 지나도록 배를 가리는 운동복을 입고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 배우거나 20대의 젊은 사람들의 경우 배를 가리는 경우가 많다. 남들에게 배를 보이는 게 민망하거나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문화센터부터 치면 초급반만 1년 넘게 하고 있었고, 20대도 아니었다. 게다가 약간의 복근도 있을 정도로 날씬한 배였는데도, 왜 그런지 가리고 싶었다. 사실 계획이 있었다. 지금은 자세히 봐야 겨우 보일 정도지만 한 두 달만 더 열심히 근육 운동을 하면 완벽한 복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후에 멋진 복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날 답답했는지 선생님이 제발 좀 옷을 걷어보라고 말했다. 내가 동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아직 완성이 안 됐는데... 조금만 더 있으면 되는데...’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배를 드러냈다. 조금이라도 납작해 보이도록 힘을 잔뜩 줬다. 이미 문화센터에서 배울 때부터 웨이브 동작을 할 때 힘을 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달랐다. 아니 아직도 춤을 제대로 추기보다는 예쁘게 보이는 게 더 중요했다. 빨리 초급을 벗어나 중급반으로 가고 멋지게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랬다. 나의 단단한 벽을 깨기 위한 선생님의 조치는 호흡을 이용한 웨이브였다. 웨이브를 하려면 배의 힘을 이용해서, 즉 힘을 풀어 앞으로 나오게, 힘을 주어 들어가게 하는 방법이 있다. 호흡을 이용해서도 할 수 있다. 초보자가 하기에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 더 쉽지만 호흡을 이용해서 해보라는 거였다. 사실 앞으로 배우게 될 어려운 동작을 익히기 위해서는 호흡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기도 했다. 숨을 최대로 들이마시니 어쩔 수 없이 배가 나왔다. 숨을 내쉬면 다시 들어갔지만... 그전에도 시도했던 방법이지만 잘 못 했었는데, 달리기를 하며 호흡하는 방법을 연습했더니 그럭저럭 비슷한 형태를 만들 수 있었다.
“거 봐요. 할 수 있잖아요. 앞으로는 연습복을 입고 자신의 배를 거울로 보면서 하세요.”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를 듣고 호흡을 이용해 연습했다. 거울을 보니 정말 그전에 힘을 주며 억지로 하던 것과는 달랐다. 이제야 웨이브 동작이 제대로 된다는 생각에, 볼록해지는 배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도 다른 아줌마들처럼 배가 보이는 연습복을 입고 수업에 참석했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Flinders University)의 마리카 티거만(Marika Tiggemann) 교수는 2014년, 213명의 여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한 만족도와 몸에 대한 이미지에 대한 연구, 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자신의 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신체불만족, 자기 객관화 등의 항목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준 그룹은 벨리 댄서들이었다고 한다. *
그들은 현대 미디어에서 아름답다고 말하는 몸매, 즉 날씬하거나 마른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학원의 아줌마들과 비슷하게 두툼한 뱃살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미디어에서 이상적이라고 칭송하는 마른 몸매의 발레리나들보다 훨씬 자신의 몸에 대한 만족도가 컸고 행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벨리 댄스는 동작을 예쁘게 하는 안무가 있는 춤이기도 하지만 호흡과 상체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다. 동시에 ‘힘’과 유연함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춤이기도 하다. 즉 우리의 몸을 보고 들으며 소통해야 하는 춤이다. 요가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과정에서 몸에 대한 주인의식과 신뢰와 존경, 자기표현이 만들어지고 마침내 몸과 정신이 연결되어 자신의 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올라간다는 거다. 길고 어렵게 말했지만 결론은 날씬하고 근육이 있는 몸이 아니라 살이 있고 근육이 없더라도 호흡과 힘을 잘 이용한다면 예쁘게 춤을 표현할 수 있다. 때문에 춤에 집중한다면 굳이 마르거나 날씬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뚱뚱해도 키가 작아도 마르거나 키가 커도 멋진 댄서가 될 수 있으니 자신의 몸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이 연구결과를 몰랐지만 나도 드디어 자연스럽게 몸과 소통을 시작하고 있었나 보다. 이제 더 이상 날씬해 보이기 위해서 힘을 주지도 배를 덥지도 않았다. 아줌마들은 뻔뻔했던 게 아니라 저절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몸보다 머리가 먼저 이해해야 하는 나는 이 기사를 읽고 나서야 이해했지만...
* 출처 – Medical Press: https://medicalxpress.com/news/2014-11-belly-body-image-satisfact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