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나의 이야기(MeStory)
2023년도 어느새 마무리 모드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해에 세웠던 계획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요? 아마도 다이어트, 금연과 더불어 전 국민의 새해 계획 탑 3 안에 드는 것이 “영어공부”가 아닐까 싶은데요. 영어 시험을 보는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은 당연하겠지만,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성인들까지도, 왜 연초마다 영어공부를 다짐하며 돈과 시간, 에너지를 쓸까요? 얼마 안 가서 실망하고 포기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말입니다. 학생 때 영어를 잘 못 했던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이제 영어를 쓸 일이 없는데도 영어가 콤플렉스로 남기도 합니다. 반면에 열심히 했던 사람은 열심히 했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말도 제대로 못 해서 속상해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영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잘하고 싶은 꿈 또는 평생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숙제를 끝마치지 않으면 마음이 무겁지요. 놀아도 재미있지가 않습니다. 그런 숙제를 평생 안고 있다는 건 정말 괴로울 겁니다. 더 힘들어지기 전에 이제라도 숙제를 하는 건 어떨까요? 하루에 10분씩 너도 나도 한다는 동영상 교제를 따라 해도 되고, 영어책 한 권을 통째로 외워서 회화에 써먹어도 괜찮습니다. 기초가 부족한 성인이나 여행이나 외국인과의 기본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방법이 효율적일 수 있겠지요.
“영어는 항상 해야만 하는 저의 목표이자 로망이어서, 오랜만에 뭔가 빠져서 열심히 할 것이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저와 함께 ‘영어로 나의 이야기’ 쓰기를 했던 40대 주부, 지연 씨의 소감입니다. 지연 씨는 학생 때 문법을 열심히 공부했고 1년 정도 캐나다로 어학연수도 갔다 왔습니다. 어느 정도 기본이 갖춰져 있는 성인이지요. 직업 상 영어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늘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스피킹을 늘이고 싶어서 외국인 회화반, 전화 영어 등으로 꾸준히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상황에 따른 패턴을 외우기만 하는 거라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지연 씨에게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기”를 권했습니다. 처음에 지연 씨는 문법이고, 단어이고 다 잊어서 힘들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는데요. 사실 지연 씨 같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좋은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기능을 잘하는 부지깽이를 갖추면 곧 활활 타오를 가능성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말하기도 있고 독해도 있는데, 왜 하필 우리말로도 쉽지 않은 “쓰기”를 권했을까요?
기존의 문법”만”을 강조하는 영어교육에 대한 반발로 한동안 영어 교육의 중심은 회화, 즉 말하기였습니다. 문법적으로 맞든 틀리든, 정확한 표현이든 아니든지 간에 외국인이 알아듣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교육이 성행해 왔지요. 하지만 문법적 기반을 갖추었고, 인문적 교양이 있는 성인에게 의사소통만 하면 된다는 식의 영어 교육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이런 교육이 지속될 경우 수준 높은 대화가 불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는 자존감을 떨어트릴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쓰기는 한 사람의 언어 능력을 발휘하는 최종 단계이자 지적 능력을 집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표현, 생각들을 찾으려고 읽기, 듣기 등 보다 철저하게 본인과 주변을 탐구하게 됩니다. 즉 영어로 글을 쓰려면 이미 알고 있는 문법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읽기, 듣기, 말하기 등 다른 영어 학습방법도 더 강화하게 되지요.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자기 생각을 담은 적절한 영어 표현을 고심하면서 머릿속에는 이미 학습의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언어 능력을 발휘하는 최종단계, 완성된 학습법이라 말할 만하지요.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 해도 실천이 어렵다면 아무 소용없을 겁니다. 사실 쓰기는 우리말이라 하더라도 처음에는 부담이 됩니다. 영어로 글을 쓰라면 더 그렇겠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영어로 글을 쓰기처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연 씨의 경우 처음에 너무 부담스러워해서 한두 문장만이라도 써보라고 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새 분량을 훨씬 넘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일단 한번 쓰기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할 말이 넘치더라면서 말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우리말로 글을 쓰는 것보다 영어로 글을 쓸 때 좀 더 솔직해져서 할 말이 쏟아졌습니다. 우리말로 글을 쓸 때는 우선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쳐서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자연히 글이 겉돌거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는데요. 영어로 쓸 때는 이 과정이 생략됐습니다. 내 생각과 느낌을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단어와 표현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우리말이 아니기에 좀 틀려도, 실수해도 괜찮다는 뻔뻔함이 생겼습니다. 좋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영어 학습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영어로 나의 이야기(MeStory)를 쓰고 있더군요. ^^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