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에게 넘겨주게나. 그리고 왼손의 일은 오른손에게 맡겨 보게나. 아마도 그 손은 서툴고 어색해서 먼저 나서지도 않고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지도 못할 것이네. 심지어 허둥대다 일을 그르치기도 할 것이네.
그때는 인내가 필요하다네. 옆에서 한숨 쉬며 무의식적으로 나서려는 다른 팔을 꼬옥 잡아야 하네. 그 능숙한 손은 재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오랜 시간 닳고 뒤틀려서 사용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일 것이네.
벽에 못을 깔끔하게 박고 화장실 청소를 깨끗하게 해치우고 설거지를 뽀드득 개운하게 마치고 신발장을 가지런히 정리해왔지만 그 모든 것은 한 친구만을 그의 수고와 괴로움을 생각하지 않고 쉼 없이 부려먹은 까닭이네.
늘 쓰던 어깨는 반사적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나설 것이네.그리고 지금까지의 성취감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네. 그 만족감을 어설픈 다른 친구에게 넘기지 않으려 할 것이네.
그러니 자네의 중재가 필요하다네. 같은 손이면서도 덜 쓰여어리숙하고 작아진 손을 이제 앞세워야 하네.그 손으로 일상의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어야 하네. 때로는 실수로 낭패를 맛보겠지만그것은 온전함이 주는 익숙함에 대비되는 감정일 뿐,결코 실패가 아니라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아이가 자라는 것을 견디며 부모가 노쇠해지는 것을 참아 내겠는가.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낼 때마다나는 빌딩들 너머의 산맥과 바다를 생각한다네.그리고 서있는 이곳이 거대한 흙덩어리의 어느 한 지점임을 상기한다네. 그 전에는 나 자신이 도시의 일부로 변함없이 존재할 것만 같았다네.
별다른 약이 없음, 쉬면서 무리하지 말고 간단한 운동하기라는 처방을 받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지 않으면 일정한 처치 후에 혹사를 계속했을 것이네. 때로는 약도 한쪽에 밀어놓고 흐르는 시간을 따라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며칠째 엄청난 수해로 피해가 불어나는 소식에 비로소 하늘에 호소하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네. 이렇게 먹구름과 비바람의 맹렬한 위세를 겪어보니 환웅님이 풍백과 우사와 운사를 거느리고 신단수 아래 내려오신 까닭을 알 것도 같다네.
고통이 함께 하여 다행이라네, 그대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적당한 짐은 삶의 지팡이와도 같으니
좋은 친구 삼아 동행해볼 일이라네.
나에게 왼손은 항상 손님 같았다. 그러나 오른쪽 어깨 통증 이후 친해지려 노력 중이다. 어설픔이 새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