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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Feb 22. 2024

내리는 눈


어젯밤 눈을 보았어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하얀 눈을 보았어

천만 개 표정으로 내려오고 있었

 

가끔씩 바람이 불어오

골목길의 모든 눈발이 흔들렸어

전등불 아래로 모여들며 마구 흩날렸어


서로 부딪히거나 엉키지도 않고

올챙이처럼 꼬리를 하나씩 달고

좁은 길을 유영하듯 배회했어


지나간 날들이 낱낱이

부서져 내리는 것만 같았어

잊고 싶던 기억들도

이렇게 찾아오면 외면할 수가 없지


상처를 주고받았던 모든 일들이 

전부 내 탓인 양

눈은 함빡 내렸어


내리는 눈을 보았어

굳어진 고개를 젖혀

어둔 밤을 하얗게 덮어내는 손길

시리도록 한참을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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