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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Ciel Aug 26. 2021

진주조개 찾기

[ 그림 받아쓰기 06 ] 듣기

친언니가 없는 제게는 나의 언니와 같은 아는 언니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메시지라도 주고받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블로그를 방문해 봅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말로 전해 듣는 것보다 글로 읽어 보는 것이 저만의 속도에 맞춰서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지난주에는 연락도 못했습니다. 늘 하던 대로 블로그를 방문해 보니 업데이트된 글도 없습니다. 싸....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메시지를 하나 보내어 보았습니다. 답을 받았습니다. 아니었으면 했던 '그' 느낌이 맞았습니다.


언니는 산에 갔다가 미끄러지면서 팔을 다쳐서 반깁스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상태를 봐서 깁스를 할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했답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정말이지 큰 사고로 연결될 뻔했습니다. 문제는 다친 쪽이 오른손잡이의 오른쪽 팔이라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어떤 허들을 넘어야 하는지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손목터널 증후군으로 한 달 동안 오른쪽 손을 못 썼으니까요. 


언니는 오른손을 '무수리'라고 불렀는데, 공주 손(왼손)을 자꾸 쓰다 보니 몸의 좌우가 뭔가 밸런스가 맞춰지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던가, 남들은 잘 모르는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던가 할 때 느끼는 그 커다란 '!'. 하루의 피로가 싹 씻겨 나갈 만큼 반갑습니다. 




보석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날은 진주 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특강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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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stringing]
비싼 진주 목걸이를 하고 걷고 있다가 줄이 끊어지게 되면, 상상만으로도 서글픈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여 진주 한 알 한 알을 묶어서 매듭을 지어 줍니다. 숙련공이 되기 전까지,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지만 마음수련을 위해 훈련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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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드는 것은 웬만큼 자신이 있었던 저는 진주를 꿰는 것도 잘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도 굉장히 친절하셨고, 단계별로 천천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 번째 단계부터 갑자기 저의 머리와 손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리바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는지 선생님께서 다가오셔서 진주알과 실을 잡고 빙글 돌리고 묶는 과정을 보고 계셨습니다. "왼손잡이네요!"


저는 오른손잡이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아니라니요. 성인이 되어 알게 된 출생의 비밀 같았습니다. 이미 오른손이 익숙한 제가 갑자기 왼손을 사용하는 것도 그랬고, 왼손도 오른손도 디폴트가 아닌 저만의 진주 꿰는 방법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알게 되었으니 그냥 살던 대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전시회 준비를 할 때였습니다. 온라인 포트폴리오로 사용할 웹사이트가 필요했고 지인으로부터 웹디자이너를 소개를 받았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디자이너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고 고민을 하다 제가 직접 해 보기로 했습니다. 책을 사서 쉬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톡탁거렸더니 어느 날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손목이 아팠습니다. 병명은 손목터널 증후군. 상태가 좋지가 않아 한 달을 오른손을 쓰지 못하게 반 깁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왼손을 쓰기 시작했는데 얼마쯤 지났더니 웬만한 것은 왼손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진주 꿰는 법을 알려주셨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했습니다.


오른손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왼손을 꼭 써야 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그런 것들을 오른손으로 하게 되면 마음이 막 답답해집니다. 게다가 왼손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으면, 기분이겠지만,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친한 언니로부터 정확히 그 느낌을 전해 듣다니요!



원하지 않았던 일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일 덕분에 몰랐던 나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하고 다른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마치 조가비 안에 있는 진주를 발견한 것 같이 말입니다.


글은 길어졌고,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분'이 오신 듯, 갑자기 생각난 글감으로 시작은 했는데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글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9개의 그림 받아쓰기를 올리는 동안 매일 쓰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신데렐라처럼 12시가 되기 전에 포스팅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도 제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도움이 될 것임을 어렴풋하게 알아갑니다. 지퍼를 끝까지 올리지도 못한 원피스를 입고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이야기를 깔끔히 끝냈는데 막상 '안녕히' 하면서 돌아서려고 하니 안감이 보이게 내려앉은 등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뒷걸음질을 치면서 계속 손을 흔들며 웃으면 버텨 볼까요? 


아닙니다. 그냥 깨끗하고 돌아서서 걸어보겠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처럼 계획을 제대로 한 후에 글을 쓰기 시작하기 위해선 시간 조절을 잘해야 줘. 하지만 하루가 제 맘대로 되지를 않아 빠듯할 때도 있지요. 그렇다면 이제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연습을 해 보려고 합니다. 진주조개를 늘 찾아낼 수는 없으니까요.




| 여섯 번째 그림을 읽어드립니다.









Sous-Bois by Paul Cézanne (France, Aix, 1839-1906)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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