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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Ciel Aug 27. 2021

빛이 되어라

[ 그림 받아쓰기 06 ] 보기

| 그림을 만나기 시작하던 때

갤러리 어시스턴트가 해야 되는 일들은 많다.

독학으로 만들었던 나의 웹사이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요청을 받아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하면서 취미 이상이 되어 버렸다. 알고 있던 프로그래머의 소개로 갤러리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하는 일을 하다가 풀타임으로 같이 일을 했으면 하는 제안을 받고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웹사이트나 포스트카드, 포스터, 전시에 사용될 제작물들 뿐만 아니라 갤러리 전반적인 일을 다 맡게 되었다. 작은 규모의 갤러리였기에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면, 전화도 받고 설명도 해 주고 손님이 오면 차도 대접했다. 청소할 것들이 보이면 내가 치웠고 눈에 일거리가 보이면 그냥 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갤러리에서 하루 종일 있다는 것이 그때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그때 배웠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은 아티스트들과 교수님들의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질문을 하고 답을 듣고, 액자 만드는 곳을 따라가서 구경을 하고, 이메일로 받은 작품에 대한 설명들을 신문사에 보내고, 오프닝 캐이더링을 연결하고, 테이블 세팅을 하고, 음악을 고르고, 사진을 찍고. 이 모든 일들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데 큰 몫을 했을 것이다.



| 그림 속으로, 초대받았던 때

그날은 처음으로 외부 큐레이터를 도와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사실주의 작가와 추상화가가 함께 초청되었는데, 서로 다른 스페니쉬를 사용하는 두 명의 아티스트와 여성 큐레이터를 어시스트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미팅은 순조로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림들이 도착하고 벽에 걸기 시작하는 날 문제가 생겼다. 세명이 싸우기 시작을 했다. 아티스트 두 명과 큐레이터의 의견이 달라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림 하나를 걸기 위해서,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중재 역할을 해야만 했다. 당연히 보통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다행히 헤어질 때는 모두 행복하게 '굿 나잇' 인사를 하면서 돌아갔지만 나는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파 안으로 들어가다시피 앉아 멍하게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의 초점을 겨우 맞추어 앞을 보니 그림 하나가 들어왔다.


끌리듯이 그 앞으로 다가가 나도 모르게 큰 그림 앞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올려다보았다. 큰소리, 짜증 내는 소리들 대신 자연이 품고 있는 향과 고요함이 있는 공간, 기분이었겠지만, 눈앞의 그림 속으로 내가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 모네를 처음 만났을 때

모네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해상도가 낮은 칼러 프린트가 되어 있는 어떤 책이었다. 인상파를 만들고 지킨 사람이라던데 그와 그의 작품들이 유명하다고 했다.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어린 나의 눈에는 이쁘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어른이 되어 '실제 그림'을 보았을 때, 그가 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고요한 그의 그림 속 공간으로 초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1840년생 프랑스 남자 모네.

그는 남들이 모두 바라보고 향하는 곳을 따라가지 않았다. 유행하던 그림 트렌드를 뒤로하고 자연과 마주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전통적인 그림 방식 대신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빛을 따라 마음을 울리는 느낌을 그대로 붓으로 지어내었다. 대가들의 그림을 카피하면서 그림 공부를 하고 있던 학생들을 지나, 의자 하나를 들고 창가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았다는 모네를 상상해본다. 어떤 목소리가 그를 불러냈을까. 그 목소리는 무엇을 속삭였기에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첫 약속을 지키며 변화하는 자연의 시간을 반복해서 그릴 수 있었을까.


In the Woods at Giverny by  Claude Monet


Givery는 모네가 발견한 그와 그의 '대가족'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직접 거주하며 그림을 그렸던 대저택, 직접 꾸며놓은 큰 정원들, 그곳에서 피어나는 꽃과 연못을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그가 부와 명예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어려움 없는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 28, 먹고사는 문제로 센 강에 뛰어들어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의 모델이자 아내인 Camille을 만나 안정하게 되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또다시 그의 삶은 크게 흔들린다. 그녀가 죽고, 침대에 누워 있는 숨 쉬지 않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정리해 보았어요. 쉽게 이해해 보아요~


그림 받아쓰기 #6번의 참고자료를 위한 참고자료를 작성해보았다.

모네의 후견인은 큰 재력가였고, 그들이 살고 있는 저택 한 곳을 그의 작업실로 만들어 준다. 모네는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작업을 한다. Ernest Hoschedé 는 파산을 하고 저택을 떠나면서 아내와 별거를 시작한다. Alice Hoschedé 는 모네에게 저택에서 계속해서 생활하도록 배려해 주었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네의 두 아들과 자신의 6자녀를 데리고 파리로 출발한다. 1880년에 그들이 다시 그 저택(모네가 생활하고 작업을 하고 있는)으로 돌아오고, 살 곳을 찾다가 Givery로 옮긴다. Alice Hoschedé 는 별거하고 있던 남편이 죽은 후 모네와 결혼한다.


드로잉 잉글리시#6에서 선택한 그림 속 두 여인은 Mrs. Hoschedé 의 딸들이다. 첫째 딸 Blanche (나중에 모네의 아들 Michel과 결혼)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은 셋째 딸 Suzanne이다. 그들이 1883년에 Givery로 이사를 오고, 그림은 1887년에 그렸다고 하니, 모네는 법적으로 양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들은 잘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자녀를 그리고 있을 모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그가 애정 하는 자연의 품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을 그리고 있는 그에게 행복한 하루였기를 바란다. 


계절은 언제 였을까? 셋째 딸의 외투를 보면, 더운 날씨는 아닌 것 같다. 햇살 좋은 어느 봄날, 아니면 한 여름을 벗어난 가을이 다가오는 여름 날일 수도 있겠다. 숲 속에서 꼼짝 않고 책을 읽고 있다면 얇은 외투 정도는 필요하다. 어쩌면 134년 전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날짜의 낮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건초더미, 성당, 나무 그리고 수련. 반복해서 바라보고 그려도 늘 새롭게 보였던 그의 세상. 

신이 만든 자연, 평생을 빛의 변화를 따라 살았던 모네. 신은 그에게 "빛이 되어라..."라고 속삭였을지도 모른다.



| 모네와 베토벤이 만날 때

음악가. 들리지 않는 귀로 자신의 소명을 다해야 하는 시간을 이겨냈고,

화가.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시간을 넘어 태양과 바람과 나무가 만들어 내는 색, 소리와 바람이 전해주는 수련의 모습을 쉬지 않고 표현했다. 보이지 않아도 50번을 더 불러보았던 이름, 수련이다. 이보다 더 인상적인 삶이 있을까.


Water Lilies by Claude Monet



I see a woman standing on the right.
In front of her is an easel with a canvas.
She’s painting. And, in her left hand is a pallet and in her right hand is a paintbrush.
She’s wearing a straw hat.
On the ground in front of her is another woman ~ sitting and reading a book.
She’s also wearing a straw hat.
The area is a beautiful grove of poplar trees.
And I think the mood is very fresh and light...
almost like there’s a breeze blowing.






The Artist’s House at Argenteuil  (1873) by Claude Monet,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Link

Water Lilies (1906) by Claude Monet,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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