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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Ciel Aug 25. 2021

마지막 무대는 당신과 함께

[ 그림 받아쓰기 05 ] 보기

| 브런치 생활

10월이 오면, 나도 브런치 생활 1년이 된다. 10개월은 지났으니, '라이킷'과 '댓글'이 달리는 나의 포스팅에 '신기함'이라기보다는 공감과 응원에 대한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통계에 나타나는 '숫자'에 마음씀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가끔씩은 그 버튼을 눌러본다.


어제는 처음으로 발행했던,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세요'라는 글이 인기글 3등으로 올라와 있었다. 요즘은 매일 글을 올리고 게다가 [그림-듣기  그림 보기] 한 세트로 어제와 오늘의 글이 연결이 되어 있으니, 당일날 올린 글 다음으로 클릭 수가 가장 많았다는 뜻이었다. 나의 검소한 클릭수 전체와 비교해 보면 눈부시게 선전해 주고 있었다. 


보석에 관련된 글이라, 가뭄에 꽃이 피듯 서치 엔진을 통해서 방문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브런치를 통해서 들어온 100% 순 클릭이었다. 궁금했다. 나름대로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나와 같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신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작가님네 브런치 댁을 방문할 때면 나는 그분의 첫 번째 글부터 읽는다. 포스팅하신 글 수가 너무 많아서, 스크롤 다운을 달리고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업데이트된 마지막 글을 읽었다. 우리는 '시작'과 '마지막'에 멈추어선다.



| 오늘의 화가

오늘 소개할 화가의 가장 유명한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는 유명한가 보다 하고 지나쳤다. 그에 대한 글과 그림을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접하게 되면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 궁금했다. 물론 그가 어린이였을 때 습작을 했던 꽃병 드로잉도 챙겨서 보았다. 나의 유년시절의 그것과도 감히 비교하면서.


Study of a Seated Woman, sketch and study, Edward Hopper (1899) 


Two Comedians, Edward Hopper (1966)


셰익스피어부터 인형극까지 모든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피에로와 극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그의 마지막 그림도 무대를 선택했다. 그 위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는 흰 옷을 입은 이들은 화가와 그의 아내로 보인다. 코미디 같은 세상, 함께 웃고 울어 주었던 모든 이들에게 '그동안 고마웠어요.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그림을 완성하고 1년 정도가 지난 1967년 5월의 어느 날, 그는 무대 뒤 영원한 안식을 향해 떠난다.


그의 작별인사를 마주하던 날, 말이 없고 내성적이었다는 이 화가의 그림들을 제대로 만나고 싶었다. 말 대신 그림 속에 숨겨 둔 글을 읽기 위해서 침묵 속의 공간으로 들어가 보았다.


 

| Edward Hopper

그의 그림은 인간의 고독과 상실감을 이야기 하지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 그 늪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바흐(Bach)나 레너드 코헌 (Leonard Cohen) 음악'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그는 생각하고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거쳐 이젤 앞에 섰다고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모든 계획들이 완성이 된 후에야 그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천천히 다가선다. 그가 그려내는 배경은 철저하게 계획된 공간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충분한 빛이 들어오고, 여차하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창문들이나 뛰어나갈 수 있는 문도 있다. 


따뜻한 온도의 조용함까지 그의 계획대로 준비가 되면 비로소 그 장소가 필요한 누군가가 초대된다. 그의 공간에서 주인공(들)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 상처를 치유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휴식을 취한다. 그러하기에 보고 있는 우리는 그들이 그 방을 나설 때 세상과 맞짱뜰 수 있도록 응원한다. '그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Automat, Edward Hopper  (1927) © Des Moines Art Center, Iowa; Permanent Collection


한 여자가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다. 모자와 외투, 커피나 티를 마시면서도 왼손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추운 날씨다.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작은 히터도 보인다. 출입구 쪽에 앉아 있는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문을 열면 자신을 금세 찾을 수 있도록.


어쩌면 약속한 그는 커피 한잔을 함께 할 시간도 남겨두지 않고, 해야 할 말만 던진 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홀로 남겨져 있다. 밖은 어둡고 미래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 슬픔 그 이상의 감정이 차 오른다. 그녀는 맛을 느낄 수 없는 식은 커피를 삼키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들의 에드워드 호퍼는 그녀만의 시간을 그려 놓았다. 저 문을 열고 나가기 전까지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고요함으로 응원한다. 



I see a woman drinking coffee by herself, sitting at a round table with an empty chair in front of her.

She’s wearing a hat and a long coat with gloves. So, I think it’s very cold outside.
In fact, behind her, is a tremendously huge picture window, in which the lights are reflected on the very top...and it looks like two strings of pearls going off into infinity.

The room is very brightly lit.
And it looks like a very, very lonely scene.






An automat is a fast food restaurant where simple foods and drinks are served by vending machines. The world's first automat was named Quisisana, which opened in Berlin, Germany in 1895. (From Wikipedia LINK)


An automat in Manhattan, New York City in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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