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마주할 준비

6월, 시간을 담은 진주

by Dear 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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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을 하다보면 거울 속 나를 향해 툭, 하고 던져지는 생각이 있다. 연관성 없는 기억이나 단어가 불쑥 떠오른다. 가끔은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도 있다. 평소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생각이, 보이지 않는 공간 어딘가에서 미끄러져 나왔다가 사라진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날에는 그 생각이 나를 붙잡고 손바닥에 작은 실마리 하나를 쥐여주곤 한다.


오늘 아침이었다.

치솔질하며 거울 속 나를 바라보다가, 거품 사이로 스쳐 간 생각 하나가 머물렀다. 나는 단 한 번도 보석을 보며 ‘아름답다’라고 말한 적이 없었고, 전날 보았던 진주 귀걸이 한 쌍을 보면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생각의 뒷모습을 붙잡아 내 옆자리에 앉혔다. 느긋한 토요일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뒤섞인 단어들을 천천히 읽다 보니, 자연과 가까운 것들이 유독 많았다.


정리를 해 보니, 내게 아름다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조화롭고 균형 잡힌,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었다. 미학적인 질서 속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완성된 형태이다. 대화 속에서도 종종 ‘아름답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조금 더 맛깔스럽게 표현하기 위한, 유기농 MSG처럼.


다른 하나는 나를 멈춰 세우는 아름다움이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그 안에 스며들게 한다. 세상에는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주얼리들이 많지만, 그 어떤 것도 내게 이런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주지 못했다.


보석을 공부하고, 주얼리의 역사를 배우고, 금속을 다듬으며 디자인했던 시간. 그 모든 과정이 그때의 나에게는 과제를 끝내고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은 어린아이 같았다.


잠시 관련된 일을 했지만, 결국 다른 길을 선택했다. 마음 한편에는 미안함이 남았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사라져 버린 여자 친구 같은 모습으로, 비가 내리는 가을날이나 찬 바람이 스며드는 저녁이면 그 감정은 여전히 코끝에 닿았다.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한 장의 그림을 발견했다. 오래전 보석디자인 공모전에서 나를 기쁘게 만들었던 그림이었다. 잊고 있던 친구를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듯 반가웠다. 손끝이 간질거렸다. 스케치도 해 보고, 공부했던 노트들을 찾으며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아름다움은, 더 이상 아름다워질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완전한 상태다. 진주를 보며 내가 감탄한 것은, 그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내가 준비된 순간이었을 것이다. 조용한 후회가 오랫동안 내 마음을 소리 없이 걷고 있었고, 이제야 마주할 만큼 마음이 자라 있었던 것 같다.


진주는 시간과 성숙의 보석이다. 땅속의 압력이나 불길이 아닌, 바다의 작은 생명이 긴 인내로 만들어 낸 회복의 결정체다. 그 은은한 광채는 시간의 여운을 품고 고요한 지혜로 바뀌어 내게 전해진다.


여름이 시작되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귀를 낮추고 눈을 감아 보자.

햇살과 바람과 파도 너머로, 작은 구슬이 부딪치며 내는 속삭임이 들릴 것이다.

시간 위에 쌓인 빛, 진주는 그렇게 태어난다.


6월의 탄생석, 진주는 시간을 담은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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