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원에 건배

5월, 에메랄드에 깃들다.

by Dear 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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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들려오는 말이 있다. 올해가 가장 더운 여름, 가장 추운 겨울. 매년 기온은 비슷하게 오르내리지만, 체감으로는 훨씬 극단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믿기로 했다. “그래, 올해가 제일 시원한 거야.”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것이 아쉽지만, 자연을 달래서 바꾸어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언젠가 기술이 계절도 조절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계절의 호흡 안에서 숨을 고른다.


나는 특히 추위에 약하다. 여러 겹의 옷을 입고, 두르고, 장갑까지 착용한 채 문을 나서려면, 두 손을 꼭 쥐고, “파이팅”을 외치곤 한다. 그래서 2월이 지나면 귀를 낮추고 기다려본다.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삼월이는 바람을 타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고,

사월이는 꽃비가 내리는 길 위에서 수줍게 돌아본다.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되는 나는, 오월이 오면 벌써 여름 걱정으로 내려앉은 어깨를 톡톡 쳐 본다.

그렇게 맞이하는 오월은 설렘보다 고요하다. 하늘정수기로 물을 끓여 싱그러움 한 스푼을 타고 나의 머그잔을 들고 책상에 앉는다.


우연히 알게 된 작곡가의 왈츠 자작곡을 배경으로 한 모금 마신다.

음악에 맞춰 고양이 N 양이 발끝으로 우아한 스텝을 그리며 춤을 춘다. 나도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갑자기 떠오르는 것들을 그려본다. 움츠렸던 생명이 터져 나오는 순간의 초록. 그녀의 초록은 나무나 꽃의 색이 아닌, 더 깊고 선명한 빛을 지닌 봄의 초상화다.


우아하고 멋진 그녀는 사실 마음고생이 많다. 대자연의 수많은 금쪽이들이 급발진할 때마다 그녀는 쉽지 않지만, 묵묵히 품어준다. 그 응어리들이 풀리지 못하고 모여, 내포물(Inclusion)이 된다.


Beryl계 부모를 둔 아콰마린과 에메랄드는 자매다.

고민도 걱정도 물놀이하며 던져버렸던 아콰마린과는 다르게 내포물 없이 깨끗한 에메랄드를 찾기란 어렵다. 삶의 주름을 다림질하듯 없앤 돌들은 공장에서 태어났거나, 인위적인 처리를 거친 것들이다.


에메랄드는 오래전부터 치유와 재생의 상징이었다. 그 빛은 눈의 피로를 풀고, 마음의 상처를 달래어 준다고 믿어졌다. 프랑스의 한 보석학자는 에메랄드 속 내포물들을 보고 “Jardin(정원)”이라 불렀다. 현미경 속에서 보았던 에메랄드의 속내가 결함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이었다. 나에게 그 내포물은 시험을 위해 외워야 했던 단어였다. 하지만 누군가에는 작고 고요한 정원이 되어 자신을 투영하기도 한다.


대자연의 거친 흔적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승화된 에메랄드는 5월의 탄생석으로 완벽하다. 다른 누구도 그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각자의 삶에는 흔적이 새겨진다. 그 흔적은 때로 상처이고, 때로는 내포물이다. 완벽하고 매끈한 삶은 없다. 하지만 그 흔적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정원을 만들어 준다. 계절이 지나고,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올 때 새로운 잎사귀가 돋아나듯 말이다.


정원은 나의, 그리고 당신의 삶이 빚어낸 작품이다. 에메랄드 귀걸이 한 쌍이 귓가에 속삭이는 듯하다.

“예쁜 꽃잎이 피었네.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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