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교향곡 제4번
“아! 죽음이여, 아! 죽음이여…”
베토벤이 이룩해 놓은 9개의 교향곡들은 후배 작곡가들에게는 위대한 규범이자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 작곡에 있어서 베토벤이라는 거인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바흐, 베토벤과 더불어 독일 음악의 3대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브람스는 평생 4곡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그가 첫 교향곡을 쓰기까지는 21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 이유는 베토벤 때문이었죠. 친구인 헤르만 레비에게 다음과 같이 토로할 정도로 브람스는 교향곡 작곡의 어려움을 나타냈습니다.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게. 그때 그 기분을 자네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걸세”
마침내 43세 때 발표한 그의 1번 교향곡은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독일 음악계에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성공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 평가는 여전히 그가 베토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말하는 것이었죠. 실제로도 1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5번 교향곡과 많이 닮아 있으며 단조에서 시작하여 장조로 끝마치는,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베토벤의 정신을 충실히 구현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발표한 2번과 3번 교향곡에서도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완성해 나갔지만 여전히 베토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도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4번에서는 어느 누구 와도 비교할 수 없는 브람스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완성했고 이 교향곡은 그의 최대의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음울하고 습한 북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브람스는 매우 내성적이고 신중한, 어찌 보면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이런 기질이 그의 음악적인 특징으로 많이 나타나는데 ‘가을’하면 ‘브람스의 음악’을 떠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그가 노년기인 52세에 쓴 4번 교향곡은 인생의 가을에 들어선 브람스의 고독감과 체념이 강하게 표면에 나타나 있으며 그의 삶에 대한 애절함이 인간 영혼에 깊이 호소하고 있는 곡입니다. 또한 평생을 함께 했던 그의 ‘고독의 정신’의 완성이기도 하지요. 이 곡이 발표되자 브람스의 옹호자였던 평론가 한슬리크는 “어두움의 근원”이라고 평했으며 이 곡은 그의 단조 교향곡 가운데 유일하게 장조로 마무리하지 않고 단조의 어두움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곡을 마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가 1번 교향곡에서 구현했던 베토벤의 정신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완성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개인적으로 브람스의 제4번 교향곡은 냉정과 열정의 조화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제4번 교향곡은 1885년 마이닝겐에서 브람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으며 1896년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브람스는 4번 교향곡 악보 첫머리에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아! 죽음이여, 아! 죽음이여…”
브람스 교향곡 제4번
과천시립교향악단 / 김예훈 지휘
https://youtu.be/MsGI4p8W81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