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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멜랑쥐 Sep 05. 2024

카페의 하루

오늘은_딸기 밀크셰이크를 좋아했던 ..

오늘 하루도 너무 덥다. 온도, 습도, 모두 장난이 아니다. 

한국의 여름이 매년 찜통더위를 갱신하는구나. 

오늘 손님 많이 오겠는데..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포스 앞에 서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우리 가게 손님들의 대부분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혹은 가지러 오는 손님들이다. 하루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간대다. 


'너무 몰리면 힘든데 어쩌지'

'바쁠 때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고 이것부터 하고 저걸 하고 하면 되겠다'


혼자 머릿속으로 시물레이션도 해보고 내 모습은 괜찮은지 거울로 얼굴도 확인한고 포스기 앞으로 가서 대기했다. 


없다.

밖에 밥 먹을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뭐지.. 너무 더워서 배달해서 먹나??'

'아직 시간이 이른 건가'


12시 10분 그리고 20분이 지났는데도 밖의 상황은 비슷했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청소를 하는 척하면서 이 쪽 저 쪽 쳐다보고 다른 집들도 손님이 없는지 슬쩍슬쩍 봤다. 선팅이 너무 까매서 보이질 않았다. 

손님이 있는지 염탐하는 내 모습에 속으로 헛웃음이 나와서 그냥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나를 따라 한 키가 큰 손님이 들어왔다. 패션이 심상치 않은 손님이었다.


"장사하시죠?"

"네 그럼요 뭐 드릴까요?"

"처음 와서 뭘 먹을지 잘 모르겠는데 뭐 있어요?"

"커피도 있고 음료도 있고 생과일주스도 있고 차도 있고 디저트 메뉴도 있고 메뉴판을 천천히 보시고 골라 보세요"

"음.. 딸기가 들어간 거 있을까요?"

"그럼요 딸기밀크셰이크 있는데 드릴까요?"

"네 그 걸로 주세요"

"드시고 가세요 갖고 가세요?"

"음... 갖고 갈게요.. 아니 그냥 먹고 갈게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딸기밀크셰이크를 다 만들어서 손님을 불렀다. 손님은 책 한 권을 들고 왔었는데 책을 테이블에 엎고 음료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나 단추가 없는 검은색 긴 롱 카디건의 옷깃을 여미고 천천히 걸어왔다. 

걸음걸이가 어찌나 조심스럽던지. 내 시선이 발을 향했고 약간 낮은 아이보리색 슬링백힐을 신고 있었다.

실크재질의 브이넥이 깊게 파인 민소매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골이 보일 정도였다.


그는 가슴 수술을 한 남자였다

그는 검지와 엄지로 빨대를 잡고는 조심스럽게 셰이크를 마셨다. 그리고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더니 셰이크의 반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읽던 책을 다리를 꼰 채로 소파에 기대어 읽어 나갔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계속 관찰 아닌 관찰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가게 하신 지 오래되셨어요?"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아뇨 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몇 년 되긴 했어요"

"가게가 아늑하고 좋은 것 같아요 딸기밀크셰이크도 맛있고요"


그는 한쪽 보조개를 보이며 생긋 웃었다. 

그리고는 뭐라 할 말도 없고 정적이 흘렀다. 나는 mbti가 i라서 사실 서비스업에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가끔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손님이 말을 걸어오면 대화가 매끄럽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일이 빈번했고 나 스스로도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얼마 안돼서요 이 근처에 밥은 어느 집이 맛있어요?"

"네.. 거의 먹을 만한데 저는 엄마식당을 자주 가는 편이에요 집밥 같아서 좋아요"

'그렇구나 내일 가 봐야겠네요"


손님은 마지막 한 목음을 쭉 들이마시고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트레이에 다 마신 컵을 올려 나에게 다가왔다.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네 안녕히 가세요"


돌아서서 나가는 그의 모습을 한 참을 쳐다봤다. 그냥..

나는 처음 만나 봤기 때문에.. 그냥 그랬다. 


그녀는 다소 곳 했고 상냥했고 살가웠고 미소가 예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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