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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멜랑쥐 Dec 30. 2024

카페의 하루

오늘은_리필을 미리 주시면 안 될까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오픈 준비에 열을 올렸다.  그날은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왠지 하루가 잘 될 것만 같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한두 명의 손님만 맞이하고 오전이 지났고 오후가 되었을 때 나는 습관적인 한숨을 쉬며 오늘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아침의 부풀었던 기대감은 점점 사라지고 기분마저 가라앉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되었을 때 ‘딸랑딸랑‘ 문이 열리고 아주머니 5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나는 눈이 동그래졌고 환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너무 반가웠다. 5명은 단체손님이나 다름없었다. 갑자기 신이 났다.


”편하신 곳으로 앉으세요~“


높은 톤으로 인사를 하고 주문받을 준비를 했다.


5명 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가끔 오셨던 동네 아주머니였는데 오늘은 친구들을 데리고 와 준 것이었다. 어찌나 고마웠던지 두 손을 잡고 고마움의 표현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주문을 받으러 갔다.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미소를 띤 얼굴로 물었다.


“뭐 드릴까요? “


“저.. 기..”


아주머니들은 서로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더니 물어보라는 듯 끄덕였다.


“저기.. 우리 리필 안 시킬 테니까 아메리카노 3잔 값만 받고 5잔 주세요 “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우리 가게는 커피를 주문하신 손님이 오래 계셔서 커피가 부족해 보일 때 고마운 마음으로 아메리카노를 한잔 더 드렸다. 이것은 내 커피를 맛있게 드신 손님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드리는 감사의 인사였지 절대로 1+1으로 주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그런데 가끔 오셨던 아주머니는 몇 번의 서비스를 받아 보고는 당연히 받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었다.


나는 몇 초 동안 무슨 계산법인지 감도 오지 않아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니깐..‘인원은 5명, 5명이 다 주문을 하면 5잔의 리필을 줘야 하니 총 10잔! 그러나 우리는 리필을 다 요구하지 않고 2잔만 요구할 테니 3잔 값만 받고 총 5잔 주세요?? 사장님도 리필 값 3잔은 아끼시는 겁니다???‘이런 생각인가???


무슨 계산이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나는  몇 번 온 손님의 고마움이 순간 사라지고 약간의 원망 아닌 원망이 생기게 됐다.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과 이렇게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맘이 좋지 않았다.


그날 나는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안된다고 말을 했고 그 뒤로 더 이상 리필은 누구에게도 드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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