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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멜랑쥐 Sep 06. 2024

카페의 하루

오늘은_2번 온 소개팅 그녀

나른하고 조용한 토요일 오후

창 밖으로 기분 좋은 햇살이 쏟아지고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벚꽃이 날려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아! 놀러 가고 싶다.


주말에 멀리 드라이브도 하고 쇼핑도 하고 맛집도 찾아다니는 삶을 산 것이 언제였던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아! 나도 놀러 가고 싶다.

카페를 하면 남들 쉴 때 같이 쉬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 일은 남들 쉴 때 일해야 하는 직업이라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카페를 시작한 나에게는 좋았던 옛 추억이 많기에 오늘 같은 날은 정말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서 오세요”

“있다가 일행이 오면 주문해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편하신 곳에 앉으세요”


P는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참 예쁘게도 차려입고 미용실에서 금방 하고 온 듯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헤어 세팅을 했었다.


“어서 오세요”


연이어 보통키의 7대 3 가르마를 한 얼굴이 까만 한 남자가 들어왔다. 얼굴이 까매서 그런지 유난히 하얀 이가 인상적이었다.


“저.. 혹시.. P님? “

“아, 네 성함이 K님이세요? “

“안녕하세요 “

“아! 주문부터 할까요? 뭐 드시겠어요?

“저는 아메리카노요”

“아메리카노 2잔 주세요”


둘은 대화를 이어 나갔고 가끔 웃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기를 한 20분 정도 지났으려나


“사장님 혹시 화장실이 어디 있을까요? “

“네  저기 모퉁이 왼쪽으로 돌면 화장실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 후에도 둘은 한 참을 서로에 대해 묻고 대답하고 웃고 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커피를 다 마시고는 웃으며 문을 나섰다.


그들이 나간 후 나는 속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님 없는 가게에서 조용히 소개팅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느새 따뜻했던 햇살은 이제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하늘도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키가 크고 멀끔하게 생긴 남자는 대답 없이 밖이 내다 보이는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행이 있는 건가 보네’ 속으로 생각을 했다. 10분쯤 지났을까


P가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키가 크고 멀끔하게 생겼지만 인사도 안 받아 주는 싹수가 없었던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혹시 Y님 이신가요?”

“네 안녕하세요 P님?”

“네 안녕하세요”


둘은 서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주문을 하고 음료를 마시면서 서로에 대해 물어보고 대답하고 웃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루에 2탕?? 그것도 같은 커피숍에서??


나는 그녀가 들어왔을 때 무엇인가 잃어버리고 가서 다시 온 줄만 알았다. 카페를 하니 이런 일도 보는구나 싶었다.

잠시 후 그녀는 내게 큰 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혹시 화장실이 어디예요?”


뭐지?? 이 가증스러움은.. 하지만 어떻게 장단을 맞춰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 네 저기 모퉁이를 돌면 화장실입니다 “

“네 감사합니다”


’ 화장실 위치를 모르다고 ‘ 진짜 웃긴다.


나의 귀도 자꾸만 둘의 대화 쪽으로 나도 모르게 쫑긋 해 지고 있었다. 처음 왔던 얼굴이 까만 남자와의 대화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말투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 여자는 이 남자에게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코가 막혔는지 코 맹맹이 소리를 내며 말을 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가리고 생끗 웃는 다던지 나 로서는 마치 영화 한 편 보는 것 같았다고 할까.


둘은 대화가 잘 됐는지 웃으면서 식사하러 가자며 문을 나섰다.

잘됐을까?  

p 가 다시 소개팅을 하러 오지는  않겠지??


재미있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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