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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멜랑쥐 Sep 29. 2024

카페의 하루

오늘은_폐지 줍는 할머니

아침부터 테이블 몇 개 닦고 나니 콧등에 땀이 났다. 오늘도 아직 더운 날이다.

오늘 손님들이 많겠구나!

아자 아자! 힘내 보자! 스스로 긍정의 힘을 내 보려 오늘도 애를 써 본다. 좋은 생각 그리고 행복한 얼굴로 손님을 맞아야지. 다짐해 본다.


오픈 준비는 다 했고, 10시가 조금 넘자 슬슬 마음이 조급해졌다.

‘너무 더워서 사람이 안 다니나??’

‘사람들이 배달을 시켜 먹나??‘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 다니다가 하나씩 펑하고 터지는 것 같았다.


그때다! ‘딸랑’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나는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척을 맞이하는 것 같은 얼굴표정과 말투로 손님을 맞이했다.

“저.. 버리는 박스 같은 거 있을 까요?”


허리가 약간 구부러진 흰 백발의 노인분이 들어오셨다. 손님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잠깐 밀려왔지만 할머니의 깊이 파인 주름진 얼굴을 보는 순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잠시만요”


나는 서둘러 뭐라도 있나 가게 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조금 남은 박스 안의 종이컵도 꺼내서 박스를 비우고 빨대가 담긴 박스도 비웠다. 그런데도 몇 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책장을 보니 많이 쌓여있는 지난 잡지책이 있었다.


“혹시… 잡지책 드릴까요?”


나중에 알았지만 잡지책이 돈이 조금 되는 물건이라고 했다.


“너무 좋죠 고마워요”


웃는 얼굴로 할머니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끌 것을 가지러 가셨다. 나는 노끈으로 들고 가시기 편하게 잡지책 수십 권을  몇 권씩 나누어 묶었다. 할머니는 너무 고마워하셨고 미안할 정도로 여러 번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잠시 후 할머니가 가게 문을 살짝 열고 들어 오셔서는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한 장 사서 반듯하게 접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주셨다.


잡지책이 사과박스 두 개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인사를 받으려고 드린 건 아니었는데 괜히 미안함도 들었다.


그 후 가끔 가게 앞을 수레를 끌고 가시는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다. 더운 날은 시원한 음료도 한잔 드리고 추운 날은 따뜻한 음료도 한잔 드리면서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도 가게 뒤뜰에는 빈 박스를 곱게 접어 모아두고 지난 잡지는 묶어뒀다.


누군가에게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도움을 주고받으며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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