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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하루

오늘은_나의 마지막 사랑을 찾았다(2)

by 카페 멜랑쥐 Jan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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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커피숍을 바로 차리자니 겁이 나서 실력을 더 갖춰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구인광고를 매일 클릭해 보고 전화도 해보고 e메일도 보내 봤지만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연락 오는 곳이 없었다. 돈을 안 줘도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 더 컸었는데 어쩌면 돈을 드리고 노하우를 배워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었기에 오픈부터 마감까지 그리고 카페 경영의 노하우를 알아야만 했다.


성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쯤 쪽지를 받은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 있었다. ‘전화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문자를 하자 내 번호를 알려주는 정도로..‘그렇게 속으로 생각을 한 뒤에 문자를 보냈다


’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땡땡 학원동기… 그때 쪽지를 주셨던…’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다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쓴다는 것이 이렇게 보내 버렸다. 1분 2분 5분 10분이 지나도 문자가 오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누구한테 번호를 줬는지 기억도 안 날 거야! 뭐 하는 짓이람 에잇! 그냥 쪽지를 버려 버리자! 나는 나 혼자 북 치고 장구를 쳤다.


사실 나는 금사빠 기질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겁도 많고 의심도 많다. 그래서 내게 관심을 보이는 이성이 괜찮아 보여도 표현하지 않고 내가 성급하다 생각하며 다시 보고 또다시 보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성격은 또 급한 편이다. 여러 번의 사랑을 실패하면서 금사빠+급한 성격+의심이라는 이상한 조합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금사빠 <급한 성격 <의심 순으로 커지는 것 같다.

그러니 사람을 못 만나지..

아무튼  문자를 기다린 지 몇 십 분이 지나도 답이 없다가 몇 시간 뒤에 문자가 “띵”하고 왔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


끝??? 묻는 걸 또 묻고 끝??? 나는 무슨 답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쪽지를 줄 정도라면?? 주변에서 본 몇몇의 말에 의하면 나에게 반해 보였다는데?? 뭐지??


예상과 다른 문자가 와서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어떻게 지내세요? 요즘 날씨가 참 좋네요 ‘


몇 분 후 “띵”


‘잘 지내요. 그렇네요 날씨가 참 좋네요’


끝! 뭐지! 나에게 쪽지를 줬다면 맘이 있다는 것인데 무슨 고도의 전략인가??? 선수인가??? 숙맥인가??? 바보인가??? 그리고 나는 뭐지?? 뭐 어떻게 되어 보겠다는 건가??

왜 실망감이 들지?? 진짜 카페 오픈을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싶은 맘인데 내가 오해한 것인가?? 같이 갔던 열명 중에서 내가 제일 사기당하게 생겼었나??? 그래서 쪽지를 줬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생각해 보면 나도 문자를 보냈을 때부터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감정이 없고 서야 보내지 않았겠지. 그냥 찢어 버렸겠지.


몇 주가 지났다.


몇 통의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냈고 안부를 답하는 문자만 왔다. 이 정도면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구나 싶었다. 그런데 오기 같은 이상한 마음이 스믈 스믈 올라오는 건 뭘까??

카페를 오픈할 때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인연을 끊지 않고 이어갔다.


여름이 다가오는 어느 날 마지막으로 문자를 한 번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문자를 했다. 문자가 갔다 왔다 제법 긴 장문도 왔다 갔다 했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 나는 마지막 필살기를 날렸다


‘내가 드라이브시켜드릴게요 만나실래요?’


‘네’


‘이번주 토요일 저녁에 가게로 갈게요 ‘


‘네 그때 봬요’


문자를 다 하고 난 뒤 폴더폰을 딸깍하고 접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었다. 설렘과 황당함이 섞인 감정이었다.


토요일이 되었다.


나는 꽃단장을 하고 이것 저 젓 옷을 고르고 그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하늘 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힐을 신고 나의 애마 아반떼(스틱기어)를 몰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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