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타이어 가족과의 2주는 마법 같았다. 짧은 20년 인생에서 그토록 충만한 행복을 느낀 적이 없었다. 사람에 대한 감동에서 오는 행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두 마리의 개를 부둥켜 안은 채 소파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마지막 아침, 앤드류가 차를 만드는 소리에 깨 부엌의 통창으로 멍하니 정원을 내다봤다. 그가 문을 열어 개들을 내보내자 눈에 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개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마킹을 하는 초록 잔디와 왼쪽 뒷쪽의 텃밭, 정원 한쪽에 무릎께를 넘는 네모난 돌 세 개.
언제나 여기 그대로 있을 것 같지만 오늘 오후가 되면 난 여기 없을 것이다. 앤드류가 차를 건네주며 웃는 순간 이게 마지막 차 한 잔임을 직감한 나는 속으로 이미 울고 있었다. 충만한 행복과 감사함이 순식간에 다가올 빈 자리와 그리움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 같았다. 2주는 너무나도 짧았다. 미셸과 앤드류는 내게 최선을 다했고 삶의 순간 순간 내가 배우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앤드류와 마지막 허그를 하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는 나를 꼭 안아 들어올렸다.
"잘가. 울지 말고. 이걸 우리의 작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있을 무수한 만남 중 첫 번째의 마무리라고 생각해."
"잘 있어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미셸은 버스에서 먹을 사탕 한 상자와 파란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나도 준비해 놓은 편지를 건네주었다. 우리의 인연이 계속되어 십 년 후 서로의 편지를 꺼내보며 그땐 그랬잖아 하고 수다떨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이게 마지막이라니, 힘들게 집 문 밖으로 발을 뗐다. 그 짧은 새에 정이 들어버린 집이 멀어지는 걸 바라보니 조금씩 눈물이 흘렀다. 차에 올라 미셸과 엑시터(Exeter)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동안은 그녀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엑시터에서 간단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작별을 준비하며 버스 출발 10분 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는데 그때서야 우리가 완전히 다른 지점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캐리어를 끌고 미친듯이 달려서 간신히 다른 곳에 서 있는 버스를 잡았고 그동안 눈물은 쏙 들어가버렸다. 감동적인 안녕 같은 건 없었다. 잘 가! 너도! 후다닥이 끝이었다.
그렇게 세 달 여행의 귀국길에 올랐고 그들을 많이 그리워했다. 가족들이 질투할 정도였다. 휴대폰이 고장나 사진도 많이 찍어오지 못해서 아쉬움은 더 컸다.
미셸-앤드류 가족과 영국은 이제 어떤 식으로든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회가 될 때마다 영국에 오고 싶다. 사람 덕에 행복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기에서는 좋은 인연을 만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