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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Jul 16. 2024

암환자가 된 우울증 환자 - 30살, 2억짜리 목숨값

30살, 그토록 절실히 입사하기를 원했던 대기업을 퇴사했다.

마지막 출근에도 이곳을 떠난다는 게 서러워 눈물이 날 만큼 애틋한, 버티고 버텨낸 8년의 마무리였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워 침대에 누울 때면 제발 내일이 없게 해달라고 빌었다.

병원 상담도, 오랜 시간 동안 받아온 심리상담도 순간의 도움만 될 뿐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며 내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가 지경이 되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내 목숨만큼은 내가 지켜야겠다.' 오직 이 생각 하나만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한 후 6개월 뒤, 퇴직한 회사에서 희망퇴직자를 받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2억쯤은 손에 쥐어준다고.

'내가 반년만 버텼으면 2억을 받을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 결론은 이랬다. 내 목숨값으로 2억은 아깝지 않다. 정말, 진심으로 아깝지 않았다.


힘겹게 낸 용기인 만큼, 최선을 다해 나를 돌보았다.

제법 행복이 무언지 느낄 수 있게 되었고, 행복해서 눈물을 흘린다는 걸 경험해 볼 수도 있을 만큼 나아졌다.

꼬박 3년이 걸려 2022년 11월 23일, 나는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었다.

'지금 이 순간 온전히 행복하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2022년 11월 24일, 나는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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