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글로벌 인재 되기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모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아시아 영업 이사 2년 차일 때 한국 지사장님께서 올림픽 일도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귀국할 때 약속받았던 두 단계 승진은 job scope이 부족하단 이유로 한 단계 승진만 한 상황이었다. 올림픽 일까지 하면 두 명의 일이 되니 당연히 승진이 되겠거니 하는 마음에 덜컥하겠다고 했다. 나 참 욕심이 많구나 싶다. 스위스에 있는 상사에게 전화하니 떨떠름한 목소리로 하라고 했다.
2016년 회사는 전 세계 올림픽을 지원하고 있었고, 2018년 평창 올림픽 또한 지원대상이었다. 목적은 올림픽 인프라에 우리 제품들을 사용한 직접 매출과 이로 인한 전 세계 홍보 효과였다. 막상 하겠다고 하고 보니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전임자 2명 차례로 그만둔 상황이었다. 올림픽 조직은 글로벌에서 관리하고 있었고, 한국 담당자는 나와 회사 PR 담당 이사님 둘 뿐이었다. 올림픽은 다가오고 한국 직원들은 자꾸 그만두고 하던 차에 내가 덥석 미끼를 문 것이었다.
올림픽 일은 처음으로 소위 ‘관’과 일해보는 경험이었다. 졸업 후 쭉 기업에서 비즈니스를 해왔기에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방식에 익숙했다. 정부기’ 관’과 일하는 건 ‘관계’를 잘 이용하는 거였다. 처음 회사 영업사원 한 명과 평창에 갔다가 한 시간 내내 욕을 들었다. 어떤 말을 해도 딴지를 걸었다. 그 사람들의 요는 이미 인프라 설계와 입찰이 다 끝났는데 이제 와서 뭘 해달라는 거였다. 그나마 평창 조직위원회는 스폰서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기에 우리를 도우려고 애썼으나, 강원도와 평창 조직위원회 관계는 좋지 않았다.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도대체 감이 안 왔다. 한국의 실질적 담당자는 나 하나고, 지사장님도 도울 거 있으면 얘기해 라고만 하시고, 글로벌 팀은 이래라저래라 훈수만 뒀다. 비즈니스라면 조언을 구할 사람이 널리고 널렸는데, 정부기관과 일하는 방법은 내 주위 누구도 물어볼 수 없었다. 전혀 감이 안 잡혔다.
방법을 찾기 위해 혼자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기도도, 운동도 해 보고, 한 번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며 눈을 감고 몇 시간을 답을 찾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지만, 결정은, 그리고 답은 내가 찾아야 했다.
코칭 철학 중 하나가 “모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이다. 코칭을 하다 보니 이 말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코칭을 받는 사람들 중에 내게 답을 구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저보다 더 회사 생활 오래 하셨잖아요. 이 일 해보셨으니까 어떻게 할지 알려주세요.’ 그때마다 이미 답은 당신 안에 있다, 그 답을 찾는 게 힘들어도 당신 안에 있는 당신만의 답을 찾으라 대답한다. 그래도 조언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언을 해드린다. 속으로 안타까워하면서.
얼마 전 서른 살 직장인을 코칭할 기회가 있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한창 많을 나이다. 코칭에 대해 설명하며 ‘모든 답은 이미 당신 안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니 많이 당황해했다. ‘그래도 조언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얼마 전 이 친구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첫 시간,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는 말씀이 흘러가는 격언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 말씀이 정답임을 알게 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효율을 따지느라, 때로는 낮은 확신과 자신에 고민만 하느라 제 안의 정답을 외면하기도 하고 소위 “남들의 조언”을 따라가고자 했었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대표님이 주신 과제를 수행하면서 이때까지 애써 모른 척했던 질문들을 제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습니다. 녹슨 거울을 다시 닦고 또 닦는 작업처럼 느껴졌어요. 결국 마지막에 거울에 비친 건 저더군요. 지금 제가 얻어낸 답들이 혹여나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표님 말씀대로 현재의 제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답을 찾고, 고민보다 행동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내용이 잘 연결이 안 되죠? 네, 사실 이메일 내용이 너무 좋아 공유하고 싶어서 올림픽 얘기를 갖다 붙였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