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글로벌 인재 되기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새로 관리자가 된 사람들 과제 중 하나는 팀원들을 어떻게 성장시킬까이다.
나는 팀원들 성장에 욕심이 많은 리더였다.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고의 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아시아 영업이사로 실수하면서 배운 몇 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1. 한 단계씩 성장시키기
아시아 팀이 최고 팀이 되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라인인 영업과 기술지원팀 외에도 마케팅, R&D, Supply Chain 팀의 역량 향상이 중요했다. 머릿속으로 각 팀이 최고라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그리고 또 그렸다. 각 역할에 맞는 역량 자료도 찾아서 직원들과 공유했고, 직원들에게 그 분야의 최고가 되라고, 내가 얼마든 돕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최고의 팀이 될 거라고 세뇌시키듯 말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직원들이 변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직원도 한 명도 없었다. 이 사람은 이게 부족하고, 저 사람은 저게 부족해서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직원들을 만나면 열정을 다해, 부족한 역량을 얘기하며 이걸 고쳐라 저걸 고쳐라 라고 말했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빨리 성장하면 빨리 승진할 수 있으니 더 좋을 거라고.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직원들도 보기 싫었다. 부족한 직원들 때문에 더 좋은 결과가 안 나온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멘토에게 이런 고민을 얘기했더니, “직원들이 네가 원하는 10이 된다면 네 팀원이 아니라 네 자리에 있어야겠지. 직원이 level 6이면 10이 되기 위해 부족한 4를 얘기할 게 아니라, 6에서 7로 성장시켜야 해. 한 단계씩. 6에 있는 직원에게 8, 9를 얘기하면 그건 그냥 잔소리일 뿐이야. 못 알아들으니까.”
반신반의했다. ‘빠른 성장을 원하는 게 잘못인가? 자주 얘기하면 듣겠지. 무엇보다 그들을 위한 거잖아.’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다 문득 내가 직원들이면 뭘 원할까 생각해 봤더니, 직원들이라면 내가 싫겠구나 싶었다. 늘 더 잘하라고 하고, 칭찬하는 일 없이 7,8,9를 요구하는 내가 싫겠구나. 나라도 기운 빠질 것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 눈에 항상 부족해 보일 테니까. 나는 그런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멘토의 말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이 사람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 지를 보려니 관찰을 많이 해야 했다. 그 사람 말도 더 열심히 들어야 했다. 생각보다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 직원에게 ‘너, 지금 어느 단계야?”라고 물어볼 수도 없지 않은가? 그 직원의 잘한 점도 칭찬해 주기 시작했다. 나라면 열심히 했을 때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을 테니까. 희한하게 칭찬을 하고 나면 직원들이 혹시 조언해 줄 건 없냐고 물어봤다.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고. 그럼 딱 한 가지씩만 던졌다. ‘수고 정말 많았고, 아주 잘했어. 앞으로 더 성장하고 싶다면 다음에는 key stakeholder들과의 소통 전략을 미리 세워보고 실행해 보면 어떨까?” 직원들은 기분 좋게 회의를 마쳤다.
신기한 건 방법을 바꾸니 직원들이 자꾸 면담을 더 요청하는 게 아닌가? 내 조언이 듣고 싶고,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래도 예전처럼 부족한 모든 걸 얘기하지 않았다. 한 가지만. 더 원하면 두세 가지. 그리고 말했다.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더 신기한 건 직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성장하라고 할 때는 가만히 있더니.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어려움 없이 조언을 구하고, 자주 찾아왔다. 우리 모두 내면에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 보다.
가장 큰 수확은 팀원을 보는 내 시각이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정한 높은 기준에 못 미치는 부족한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사람으로 변했다.
p.s. 아주 가끔 7, 8, 9를 알려주면 그걸 다 해내는 직원들이 있었다. 스펀지처럼 빠르게 흡수하고 성장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10까지 알려줬다 ㅎㅎ.
2. 조직 전체의 역량에 대해 고민하기
팀 전체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특히 처음 관리자 (people leader)가 되면 팀원들 성장을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최근에 이런 팀장을 코칭할 기회가 있어서 그분에게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라고 말씀드렸다. 나무가 개개인이라면 팀장은 숲인 조직 전체도 봐야 한다고. 우리 팀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원하는 팀 역량을 구체적으로 그린 후 팀 전체의 역량을 향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팀을 최고의 영업팀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역량을 팀 전체에 만들지, 팀원들의 장단점이 모여서 시너지를 만들게 하기 위해 어떤 조합의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지.
3. 관찰하고 많이 듣기
팀원들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알려면 많이 관찰하고 들어야 한다. 뭘 원하는지 모르겠으면 물으면 되지만, 서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상사가 뭘 원하는지 묻는다면 열의 아홉은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신뢰를 쌓았던 방법 중 하나는 팀원들이 원하는 걸 말하지 않아도 해 주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한 게 틀린 적도 있었지만, 맞는 경우에는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 예상 못 했으니까. 신뢰가 쌓이면 직원들은 묻지 않아도 제안을 했고, 자기 얘기를 했다. 신뢰를 쌓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관심을 갖고 원하는 걸맞은 때에 주려 노력했다. 이를 위해 관찰하고 많이 들어야 했다.
위의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새로 관리자가 된 리더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