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리더가 아니었다.

좌충우돌 글로벌인재 되기

by 켈리황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시작한 첫날, 상사가 말했다. “여태까지 네가 일에 온전히 집중해서 성공했고,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앞으로 너는 일은 50%, 나머지 50%는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나는 성향 평가에서 Driver, Director, ENTJ인 결과 지향적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추진력도 강한 사람이다.


첫 해 내가 이해한 사람 50은 조직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잘 따르게 하는 것이었다.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논리가 서면 직원들에게 몇 번이고 말했다.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리더십 책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하루 종일 미팅을 했고, 머리도 아플 정도로 썼다.


외국계 회사는 직원들이 리더 평가를 한다. 우리 회사도 매년 1회 직원들이 자신의 상사에 대한 평가를 했다. 내 결과가 좋았을까? 안 좋았다. 직원들과 미팅을 하며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다. 열심히 고칠 테니. 별 말이 없었다. 미팅 후 친구를 만나 직원들 욕을 그렇게 했다. ‘점수를 그렇게 줬으면 고칠 방법이라도 얘기해 줘야지’라며.


이상한 건, 직접 보고 라인 영업 매니저들의 평가 결과는 괜찮은 것이다. 인도 매니저를 빼고. 특히 중국 매니저는 거의 만점이었다. 왜 그럴까 싶었다. 내가 더 전략적이고, 말도 잘하고, 머리도 좋은 것 같은데... 중국 사람들은 원래 점수를 좋게 주는 건가 싶었다.


영업 이사 2년째에도 비즈니스 50%: 사람 50%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썼던 방법은 일정을 인위적으로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50% 할당하는 것이었다. 그 시간에 사람에 대한 책을 읽고, 회사 임원들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 직원들과 일대일 미팅도 했는데, 원하는 것이나 제안할 것을 물으면 다들 없다고 했다. 안갯속에서 길을 찾는 느낌 속에 일 년을 더 보냈고, 리더십 결과는 아주 약간 개선됐다.


그러던 어느 날, 계약직 비서의 계약기간이 끝나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일처리가 깔끔하고, 우리 비즈니스 한국 직원들도 만족해서 정규직으로 결정했다. 다음 날 인사 전무가 나를 찾아왔다. 비서의 평판이 너무 안 좋다는 것이다. 우리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례했다는. 몇 가지 얘기를 더 하며, 한국 직원들이 반발했단다. 우리 회사 정규직에 그런 직원을 들일 수 없다고.


시간을 달라고 하고 고민했다. 비서 정규직은 몇 년에 한 번 나는 자리라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 계약직 다른 비서들도 그 자리를 원했고, 싫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정규직을 얻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 내가 충격받은 건, 그 비서가 있는 2년 동안 왜 아무것도 몰랐을까였다. 물론 아시아 전체를 담당하니 늘 출장 중이어서 한국 사무실에 많아야 한 달에 5번 출근했다고 변명했을 수도 있었다. 몰랐던 아래 직원들을 탓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뭘 단단히 잘못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나와 회사 건물 13층에서 15층까지 걸었다. 어디에 누가 있는지, 도대체 누가 인사부에 일렀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러다 직원들에게 비친 내 모습은 어떨까 싶었는데, 그냥 바쁘기만 한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사람들은 관심이 필요한데, 나는 2년간 출입문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내 사무실로만 갔구나. 여기 있는 사람들 이름도 나는 모르는구나. 내가 사람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깨달았다. 인사부에 정규직은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고, 휴가를 냈다.


휴가 중 여러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이 일이 아시아 전체 직원들의 마음이겠구나. 사람에 대한 관심은 오직 이 사람들이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이고, 그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는. 당시 한국 직원들과 점심을 먹은 적도 거의 없었다. 늘 일이 우선이었다. 사람들도 같이 밥 먹는 게 불편하겠고, 바쁘니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준다고 변명하면서. 사실 내가 불편했던 건데.


변해야겠다 싶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밥도 먹고 같이 놀러도 가고. 그런 시간에는 일 얘기는 전혀 하지 않기로. 우선 한국 직원들과 친해지기로 했다. 출장이 많지만 한 달에 한 번 점심을 같이 먹고, 다른 비즈니스 사람들과도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기로.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다시 일에 치일 테니, 일정의 50%는 사람을 만나는데 쓰기로 했다. 일이 아닌 그 ‘사람’에 대한 관심만 갖는 것과 함께. 출근할 때도 사무실로 바로 가지 않고, 가는 길에 있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름을 묻고 안부를 묻고. 왜 저러나 싶었겠지만 나는 이미 변하기로 마음먹었다. 관심을 가지니 직원들이 애 때문에, 편찮으신 아버지 때문에 등등 다들 걱정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해외 출장을 가서도 직원들에게 “필요한 게 뭐니? 조직이 어떻게 바뀌면 좋겠니?”라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관찰했고 필요한 게 있어 보이면 그걸 주려고 애썼다.


얼마 안 돼, 이상한 경험을 했다. 출근하는 데, 직원들이 더 이상 직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람으로 보였다. 나는 2년간 일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했고, 직원들은 그 일을 잘 해내는 수단으로 여긴 것이다. 몰랐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각했으니까.


직원이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하니 더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회사 생활이 더 재미있어졌다. 무채색이었던 내 생활에 사람들이 들어오니 컬러풀해진 것 같았다. 사람들과 이렇게 관계를 맺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리더십 평가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아주 상승했고,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는 머리 좋은 리더보다, 그들에게 사람으로 온전한 관심을 갖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걸 드디어 깨달았다. 리더가 사람으로 좋아지면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것도.


내가 변하니 팀 전체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Before you are a leader, Success is all about growing yourself.
When you become a leader, Success is all about growing others.

– JACK WEL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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