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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Mar 14. 2024

다섯 번째 수요일

정거장이 없는 버스



기차를 좋아했다가 요즘에는 접근성이 좋은 버스를 좋아졌다.

가끔 전철보다 버스를 갈아타는 일이 생겼다.

빛을 받으면  비닐의자에 삐딱하게 앉으면 어디로 가고 있다는 안심은 평안함을 준다.

빛은 세금 없는 불로소득  같다.

점점 자연이 소중해진다.

햇빛, 빗방울, 흙, 눈... 같은.

식물들은 물론이고.

그래서 그들 곁으로 몸이 움직인다, 이동한다.

마치 자석처럼.

견고하고 화려한 집보다는 자연이 좋다.

집에 많은 투자를 했던 지난 시간은 이제 온 데 간데없고 틈만 타면 신의 은총을 갈구하듯 햇빛을 받기 위해 버스도 타고 걷기도 하고.

물론 집에 많은 투자를 했던 그 무용한 시간이 있었으니 지금에나마 자연에 기대려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지혜로움이란 무용함을 알았으면 그 자체를 인정하고 무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보는 것이 시작이 아닐까 싶어졌다.

집도 책도 돈도 다 들고 배 두드리며 살  줄 알았던 거다.

잠깐이었다.

어느 날 알았다, 아니 발견.

명확하고 선명한 발견!

모두 내 것이 아님을.

나도 내 것이 아님을.

모두 자연의 일부임을.

그렇다면 이제라도 자연과 가깝게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오늘도 나는 전철 말고 버스를 타고 걷고 다시 버스를 탔다.

한낮의 버스 타기.

얼굴에 기미는 작렬이지만 하늘에 태양이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다.

달리는 버스를 집으로 생각하니 놀이기구 타러 가기 전날 밤처럼 가슴이 쿵쿵 즐거웠다.

이토록 찬란한 햇빛과 앞 서거니 뒷 서거니.

잠시 잠시 멈추는 정거장만 없었어도 완벽했겠지만.

완벽하면 곧 생명이 다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완벽하지 못한 즐거움을 고맙게 여기며 버스도 이제는 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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