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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휴머노이드는 2015년의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경쟁,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by CapitalEDGE Mar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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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휴머노이드 투자 경쟁의 원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0억 달러에서 2033년에는 291억 달러로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 전망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투자 열기도 뚜렷합니다. 미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AI)는 2024년 초 21억 달러에서 1년 만에 기업가치가 15배 상승한 395억 달러로 시리즈 C 라운드를 진행 중입니다. AI 두뇌를 개발하는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 역시 2024년에 4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0억 달러를 인정받았습니다. 뛰어난 팀이 모이면 제품 개발 이전에도 수천억 원의 자금이 모이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FigureAI가 공개한 Figure 02FigureAI가 공개한 Figure 02


선도 업체인 테슬라의 행보도 시장의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AI 데이에서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처음 발표한 이후, 2022년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3년에 개선된 버전의 보행·물체 이동 데모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2024년 초에는 접시 정리, 세탁물 개기 등 가정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는 시연을 내놓으며 지난 한 해 손재능, 이동, 자율능력 측면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고 자평했습니다.


머스크는 2024년 7월에 "내년에는 테슬라 내부에서 유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량 생산해 활용하고, 2026년경부터 외부 기업용으로 대량 생산할 것"이라고 밝혀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머스크는 2017년 컨퍼런스에서 2019년까지 테슬라 차량의 완전 자율주행을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하였습니다. 그러나 2025년인 지금, 완전 자율주행 테슬라는 여전히 찾아볼 수 없습니다.



휴머노이드, 왜 지금인가?      


덤블링하는 로봇으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가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2년 전인 2013년입니다. 양자컴퓨터와 함께 영원한 미래 기술로만 언급되던 휴머노이드가 2025년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가장 주요한 차이점은 AI입니다. 최근 수년간 생성형 AI의 비약적인 발전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지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2022년 말 공개된 ChatGPT를 비롯한 대규모 언어모델은 복잡한 상황 이해와 추론,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대화까지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로봇 상용화를 가로막았던 지능형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크게 밀어냈습니다.


FigureAI + OpenAI 추론 모델 개요FigureAI + OpenAI 추론 모델 개요


실제로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담당 부사장 레브 레브 레바레디안(Rev Lebaredian)은 ‘생성형 AI의 돌파구가 로봇에게 3D 지각, 제어, 기술 플래닝과 지능을 가져다주었다’고 평가했습니다. AI 알고리즘이 풍부한 데이터 학습과 강화학습 기법으로 사람 같은 판단을 내리는 수준에 근접하면서,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맥락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인지적 토대가 갖춰진 것입니다.


다음으로, 하드웨어 기술의 성숙과 원가 절감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로봇 연구가 한창이던 2013년 무렵에는 센서, 모터, 배터리의 성능 한계와 높은 가격 때문에 인간형 로봇을 만들어도 효용 대비 비용을 따질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자율주행차와 드론, 전기차 산업을 거치며 부품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카메라와 레이더 등의 센서류도 대량 생산으로 저렴해졌고, 해상도와 범위는 좋아졌습니다. 정밀 모터와 액추에이터도 로봇 각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향상되었고, 전기차용으로 개발된 고밀도 배터리는 로봇이 수시간 이상 작동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비용과 노동 임금이 교차하는 특이점이 다가온다 (출처: Coatue)휴머노이드 로봇의 비용과 노동 임금이 교차하는 특이점이 다가온다 (출처: Coatue)


10년 전 구글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의욕적으로 인간형 로봇 연구에 뛰어들었으나 당시에는 효용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소프트뱅크에 매각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테슬라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 또한 기술의 발전과 경제성의 패리티 (Parity) 도달이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2015년의 자율주행      


현재 뜨겁게 부상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분위기는, 과거 2015년 전후의 자율주행차 열풍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에도 거대 자본과 기술 인력이 운집하며 미래 혁신을 예고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2016년 초 제너럴모터스(GM)는 당시 신생 스타트업이었던 크루즈(Cruise)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확보 전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어 포드, 구글(웨이모), 우버, 리프트 등 자동차 제조사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와 인수를 단행하며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포드는 2021년까지 모든 차량에서 레벨4 자율주행을 구현할 것입니다. 자동차에서 가속 페달과 핸들도 사라질 것이며, 미리 정해진 지역 안에서는 탑승자가 절대 운전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 마크 필즈 (포드 CEO, 2015년 CNBC 인터뷰)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예측은 결과적으로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지난 10년간 수백조 원의 자금이 자율주행 연구에 투입되었지만 살아남은 기업은 극소수입니다. 우버는 2020년에 자율주행 부문을 매각했고, 리프트도 2021년에 자체 개발을 접었으며, 포드와 폭스바겐이 공동투자했던 Argo AI는 2022년 문을 닫았습니다.


한때 $7Bn까지 기업가치가 치솟았지만 지금은 사라진 ArgoAI한때 $7Bn까지 기업가치가 치솟았지만 지금은 사라진 ArgoAI


결국 남은 것은 자금력과 인내심을 갖춘 소수의 플레이어입니다. 구글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앞서가기 시작한 웨이모(Waymo)가 그나마 파일럿 수준으로 대도시에서 서비스를 확장해나가는 중입니다. 2015년의 자율주행 피치덱들을 보면 2025년에는 이미 전 세계 도로에서 L5 자율주행 차량들이 즐비해야 하지만 그런 미래는 여전히 아득한 모습입니다.



자율주행 트럭의 저주, 휴머노이드는 피할 수 있나?      

자율주행차 열풍에서 배우는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바로 ROI 정당화의 어려움이었습니다. 로보택시를 현실화하기 위해 수조 원에 달하는 자본이 투입되었지만, 추가 투자를 납득시킬 만한 수익 모델을 증명하는 데 실패하면서 여러 기업들이 중도에 방향을 틀거나 사업을 접은 것입니다.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스타스키 로보틱스(Starsky Robotics)의 창업자 스테판은 2020년 사업을 접으며 ‘완전 무인 트럭을 구현해도 트럭 한 대당 절감 비용은 연간 6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일갈한 바 있습니다.


2020년 일찍이 사업을 접은 스타스키로보틱스2020년 일찍이 사업을 접은 스타스키로보틱스


사람이 운전하는 비용을 감안해도, 자율주행 트럭 운영 기업의 경우 처음과 마지막 구간 정도만 원격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사람이 개입하는 방식과 비교해 전체 이익률이 2% 미만 향상되는 수준이어서, 수십억 달러의 기술 개발 비용을 들여 얻을 만한 가치가 사실상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가장 풀기 어려운 자율주행의 마지막 5%라는 완전 자동화란 기술 난제를 해결해 봐야 비용 절감은 트럭 운전사 한 명의 월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냉정한 계산이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스키를 비롯한 여러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 실패하거나 사업을 접었고, 업계는 부분 자동화 + 원격제어와 같은 현실적 해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ROI      


현재 휴머노이드 한 대의 목표 가격은 약 2만~3만 달러 선으로 거론됩니다. 머스크는 나아가 2040년까지 1대당 2만 달러 수준으로 100억 대에 이르는 로봇이 보급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까지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기업이나 가정에서 이 로봇을 들이기 위해서는 "이 돈을 주고 살 만큼의 확실한 효용"을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가정용 휴머노이드의 경우 ROI 논리가 더욱 엄격히 적용될 것입니다. 가정에서는 직접적인 수익 창출보다 시간 절약과 편의 향상이 구매 이유가 될 텐데, 이를 정량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RBC Capital의 톰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휴머노이드의 진정한 잠재력이 ‘단순히 채소를 써는 것 이상의, 가정에서 아이 돌보기나 노약자 보조까지 해내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발현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도 결국 2-3년 내에 ROI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초기의 거품과 열광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발전하려면, 이 로봇들이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미래 방향성과 아무리 잘 맞는다 해도 10년 후 상용화와 3년 후 상용화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듯이, 투자자라면 기술의 잠재력만이 아니라 '언제' 실현될 것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계속 반복해야 할 것입니다.






본 글은 글로벌 테크 + 벤처 + 투자 뉴스의 행간을 읽어주는 비즈니스 뉴스레터 CapitalEDGE에서 3월 1주 차에 발송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발행되는 WeeklyEDGE를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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