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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Jul 08. 2022

사소함에 가려진 보물

어렸을 적, 소풍을 가면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이 있다. ‘보물찾기’ 시간. 아쉽게도 국민학교 시절 내내 나는 한 번도 보물을 찾은 적이 없다. 매번 소풍 때면 반드시 이번에는 보물을 찾아 내고야 말리라 다짐하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녔지만, 애석하게도 보물은 늘 내 눈을 피해 숨어 있었다. 그래서 보물을 찾은 친구에게 보물이 어디 있었냐고 물어보고, 보물이 숨겨져 있던 장소로 가 확인을 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곳이었길래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걸까?’


숨겨진 보물이 있었던 곳은 의외였다. 왠지 대단한 어떤 곳에 숨겨져 있었을 것 같았는데, 보물은 의외로 허술하고, 너무나 지나치기 쉬운 곳에 숨겨져 있었다. 이를테면 그냥 풀더미 사이라든지, 낙엽 밑이라든지 말이다. 선생님들이 왜 대단한 곳에 숨겨두지 않고, 이런 곳에 숨겨 두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매번 난 뭔가 대단한 곳을 찾아 헤매며 보물을 찾으려다 실패했던 것 같다.


내 삶의 보물 찾기도 다르지 않았다. 대단해 보이는 것들을 좇으면 삶의 보물들을 찾게 될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를 했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곳에 내가 찾던 보물들은 없었다. 소풍 가서 보물 하나 찾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풀을 걷어차던 어린 시절 나처럼, 열심히 달렸는데, 그곳에는 보물이 없었다. 숨차게 달렸는데, 그곳에는 공허함 뿐이었다.


어릴 적 보물 찾기를 다시 떠올렸다. 사소한 풀숲 속에 숨어 있던 보물들, 사소한 낙엽 속에 가려져 있던 보물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보물들도 그런 사소함 속에 가려져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만나는 사소함을 들추어 보기로 했다. 풀숲을 들추어 보듯이, 낙엽을 들추어 보듯이 내 삶 속에 가려진 사소함을 들추어 보기로 했다.


들추어 보니 그 사소함 속에는 내가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들이 가득했다. 사소함에 가려진 모든 내 삶의 조각들은 마치 ‘인생이란 이런 거야.’라고 조용히 외치는 퍼즐과 같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소한 것들에 인생이란 여행길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그 지도를 따라 가보면 결국엔 그곳에 보물들이 숨겨져 있었다.


어릴 적 보았던 동화책 ‘보물섬’에서는 주인공들이 보물을 찾기 위해 수많은 해적을 무찔러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 인생은 동화책과는 너무나 달랐다. 대단한 모험도 필요 없고, 수많은 적들을 무찌를 필요도 없다. 그리고 보물섬처럼 보이는 곳에 보물이 있지도 않았다. 내 주위 사소한 모든 곳에 보물이 묻혀 있었다. 그저 내 곁의 사소함을 들추기만 하면 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나 사소해서 놓쳐버리고 마는 그곳에 보물들이 있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것이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지만, 사소함에 가려져 그 외침을 듣지 못했다. 대단한 ‘보물섬’을 찾아 헤매느라 내 주위에 묻혀있던 보물들을 놓치고 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보물을 못 찾아 풀을 걷어차던 어린 시절의 내가 아니다. 사소함 속에서도 인생의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보물들을 다 찾기에는 내 인생이 짧지만, 즐거운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도 풀섶을 가르며 보물을 찾고 있다.


<사진출처: Click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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