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나만 이런가?

“딱 오늘만이야!!”

by 윈지

"엄마, 땀 별로 안 흘렸는데, 머리 안 감으면 안 돼?"

"엄마, 오늘 수학 채점 안 하고 내일 같이 하면 안 돼?"

"엄마, 라면 너무 먹고 싶은데, 오늘만 먹으면 안 돼?"


나는 아이의 간절한 부탁에 못 이기는 척, 하지만 엄근진(엄격하고도 근엄하며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의 얼굴 앞에 검지 손가락을 힘줘 세우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딱 오늘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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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속마음은 이렇다.

‘너 머리 안 감으면, 너 채점 안 해주면, 너 라면 먹으면, 엄마가 더 편해~~, 오늘만 그렇게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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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아, 나만 이런가?



초중고시절 학교에서 부득이하게 수업을 못하는 상황이 되면 우리는 “야호!! 오예~~” 온갖 감탄사를 외치며 뛸 듯이 기뻐했지만, 선생님은 “그렇게 좋니?”라고만 하셨다. ‘역시 선생님은 쉬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몰라주시는군!!’ 인간미 없는 선생님에게 거리감이 느껴졌다.

대학시절 과외 아르바이트했다. 그때 학생 부모님에게 갑자기 사정이 생겨 과외를 못한다는 연락이 오면 다음 일정을 잡고 아쉬워하며 통화를 마무리했지만, 나는 이미 어깨가 들썩이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입꼬리가 스윽스윽 올라갔다.

그때 알았다. 수업을 못하는 상황은 학생들을 뛸 듯이 기쁘게 만들지만, 선생님은 날뜻이 기쁘게 만든다는 것을… 둥실둥실…

어쩌면 학창 시절 선생님도 속으로 ‘나도 너희들만큼, 아니 너희들보다 더 좋다.’하시지 않을셨을까?




“오히려 좋아.” 요즘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오히려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 말이 유행하면서 합리화하는 느낌으로도 많이 쓰인다.


엄마가 된 나는 이런 지극히 본능에 충실한, '오히려 좋아.'의 못된 습성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내 몸하나 챙기기 벅차고 그러다 보면 아이를 양육하는 여러 상황에서 적당한 타협과 합리화를 하게 된다…는 핑계를 대본다.


안다. 내가 쓰는 “딱 오늘만이야!!”는 지친 엄마의 적당한 타협이고, ‘오히려 좋아.’는 게으른 엄마의 합리화라는 것을…

정말 안다. ‘오히려 좋아’가 쌓이면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도…

그럼에도,, ‘정말 나만 이런가?’하며 어쩌면 나와 같은 엄마들도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쓸데없는 위로를 건네본다.




손톱을 잘라줘야 한다.

아이는 분명 내일 자르면 안 되겠냐 묻겠지?

나는 또 흔들리겠지?


오늘은 절대
“딱 오늘만이야!!로 타협하지 않으리!!
‘오히려 좋아’를 마음에 품지 않으리!!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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