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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계속 쓰고 싶다.

by 야키로브 Mar 10. 2025


몇 년 전, 코로나가 창궐해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기억 속에서 아득해질 만큼 옛날이지만 그때 감정은 복합적이었다. 

숨고를 틈 없이 바빴던 일상에서 찾아온 휴식이 좋으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강제로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불안하기도 했다. 

하늘길은 텅 비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막혀버렸다.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는 승무원인 나는 발길이 묶여

집에 머물며 여유와 불안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로 찾아온 침묵과 휴식이 한편으로 좋긴 했지만,

다시 돌아갈 곳이 언제쯤 안정화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문득 엄습해 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그 불안감이 그리울 만큼, 너무 - 너무 바쁘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잊지 않은 건 

오늘도 내 삶을 살아내야 하는, 

나는 내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때 에세이 수업을 하나 듣게 되었다.

마스크를 꽁꽁 싸매고 들어선 작은 책방에서 

여섯 명의 수강생들과 한 명의 작가님과 하는 수업이었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2주에 한 번 모여 리뷰하고 첨삭해 주었다. 



‘경쟁과 비판이 없는’ 수업이 모토였기에 

나는 용기 있게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다. 

날 선 시선보다 이해와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에 이끌렸고 

글쓰기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내가 

글을 쓰고 싶은 내면을 끄집어낼 기회가 된 것이다. 




사실 그 수업 내내 나는 글을 쓰는 데 있어서 괴로움뿐이었다. 

일주일 내 앉아서 한숨만 푹- 내쉬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노트북에 쏟아냈고 나머지 일주일은 

그 쓰레기 같은 글 중에 몇 개를 주워 담고, 다시 버리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한 (어쩌면 미완성인) 내 글을 나는 읽고 또 읽었다.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나는 행복했었던 거 같다. 

진득하게 한 가지를 할 줄을 몰랐던 내가, 

인고의 시간을 견뎌낼 줄 몰랐던 내가 

무언가를 ’ 완성‘했다는 것이 뿌듯했을지도 모른다. 



내심 자랑스러운 마음에 여기저기 내 글을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너무나도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꺼내놓았기에 주변인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여섯 명의 수강생들과 작가님은,

이 수업이 끝나면 다신 만나지 않을지 모를 사람들이었기에 

내면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함께 들은 수강생들의 깊은 상처와 바닥을 들여다보는 일도 있었으니까. 

왠지 모를 연민과 가슴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 대해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사이임에도 내면의 바닥을 꺼내놓을 수 있는 사이.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이런 관계에서 나설 수 있는 용기와 솔직함,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두 달 반의 에세이 수업이 끝나고 나서 나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있으나, 혼자서는 그것이 잘 실행되지 않는다.

코로나도 끝났고 회사로 돌아온 나는 하루하루 너무나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아득바득 살아내고 있는 중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그 사이 작가님은 책을 한 권 더 출간하셨다.

그 책을 읽으며 작가님의 따뜻한 사유의 시선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글을 쓰지 않는 나를 생각하며 왠지 모를 죄책감도 몰려온다.

형편없던 나의 글을 보듬어주시던 작가님의 손길을 생각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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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글을 써내려 가고, 정리하고 첨삭하는 과정을 혼자서 하는 것은 힘들다.

글을 쓴다는 것, 나의 내면을 깊이 내려다보는 일은

바쁜 하루를 숨을 헐떡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글을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언젠가 작가님을 만나면 ‘저 여전히 글을 쓰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상처를 보듬고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주던 사람들의 눈을

부족하고 마냥 부끄럽기만 한 나의 에세이에 

미지근한 숨을 불어주던 작가님과 그분들에게

저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고,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작가님을 나의 공간에, 꼭 초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쓰겠다는 다짐, 그리고 실천을 이제 시작하기로 했다. 








https://blog.naver.com/ddukddakgirl


#승무원일기 #크루라이프 #야키로브 #글을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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