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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Feb 06. 2022

인생 계획대로 잘 안되네

휴직 중 아빠와 방학 중 딸 - 28일째

- 28일째 - 

새벽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명절이 지나고 다시 시작된 평일의 일상을 기대했다. 그래서 아침을 차려 가족들을 먹게 하고, 막내 유치원을 데려다주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돌렸다. 딸은 본인의 숙제인 피아노, 플루트 연습을 했다. 새벽에 생각했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운동을 하러 갔고, 그  후 계획은 명절 음식이 질렸기에 간단히 딸과 점심을 먹고 집에 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운동 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야, 유치원 오늘 애들이 아무도 안 왔데? 그래서 초등학생 형아들하고 같이 놀게 하다가 12시 이전에 선생님이 집에 데려다 주기로 했어"

"응. 시간 맞춰 바로 집으로 갈게"


그래서 밖에서 점심을 먹지 못해 서운해하는 딸을 데리고 운동 끝나자마자 집으로 왔다. 원래는 오후 4시에 와야 되는 막내인데, 점심때부터 계속 케어를 해주어야 하는 날이 되어 버렸다. 명절 연휴 포함 5일을 아이 둘과 붙어있었는데 그날들이 연장되어 버린 것이다.


더 문제는 유치원 친구가 우리 아들 포함 3명인데, 오늘 오지 않은 친구 2명이 내일까지도 오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명절 이후 커져버린 코로나 때문이다.


내일도 모든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모든 날들에는 세세하진 않지만 일상의 계획을 두고 생활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계획이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다.


휴직 전 직장일을 할 때에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그 사이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대체적으로는 스스로 세운 계획하에 컨트롤이 됐었다. 당연히 갑작스럽게 터지는 일들이야 곧잘 있었지만 그것도 일을 처리하는 큰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처리를 해 나갔다. 항상 일정한 말투, 일정한 행동으로 일을 했기에 "선생님은 화도 안 내고, 항상 차분하게 일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휴직 후 집안일을 하게 되니 일상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이 너무도 자주 발생했다. 휴직 후 몇 개월이 지난 후에야 아이들을 나의 계획안에 정확히 들이기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인정하고 끝나면 큰 문제가 없는 건데, 문제는 계획 틀어지면 감정이 밖으로 표출된다는 거였다.

"아빠, 뭐라고 좀 하지 마"

"자기야, 애들이 그럴 수 도 있지"

그렇기에 휴직 중 이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왜 직장에서 처럼 집에서는 쉬이 포커페이스가 유지가 안되는지 모르겠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은 같은 구성원이든 민원인이든 조심히 대하는데 가족들은 너무 편하다는 핑계로 쉽게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는 게 결론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을 남들보다 더 소중하고 조심성 있게 대해야 맞는 것 같은데, 참 인생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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