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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교수와 직원은 상극(?)

by 장수생

대학은 크게 학생,직원,교수라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외부인들은 학교라는 것은 결국 학생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거 아니냐라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14년간 대학교 그것도 지방거점국립대학교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대학은 절대적으로 교수 중심의 사회라는 것이다.


외부에서도 알 수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선 대학의 장인 총장은 교수가 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 직급인 부총장, 본부 주요부서의 처장, 부처장, 단장 그리고 단과대학의 학장, 부학장 등이 전부다 교수로 이루어져 있다. 직원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직급은 사무국이라는 총무과,재무과,시설과를 포괄 관리하는 사무국장이 유일하며, 사무국장은 처장과 같은 급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학교가 추진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은 모두 교수가 결정하게 되어있다. 주요 위원회에 사무국장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이 외의 모든 인원이 교수이기에 교수들이 추진하고자 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교수들이 추진하는 일들이 잘 못된게 아닌데 이게 문제가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수는 본인 전공 과목에 대한 전문가일뿐 행정의 전문가라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교수들이 추진하고자 기획하는 일들이 행정 입장에서 보면 너무 부정확하고 뜬구름 잡는 방향 설정이 많다. 또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경우도 적잖이 있다. 그러면 실제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부서 실무자가 교수가 주장하는 기획을 검토하기 시작하면 추진이 불가한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교수들이 실무자가 이 업무는 이러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하여 추진이 어렵습니다라고 말 하는 자체를 받아 들이지 못한다는 거다.


나와 업무적으로 엮였던 본부 보직 교수들 중 다수는 본인이 주장한 대로 그냥 하면되지 왜 안되는 이유를 이것저것 가지고 와서 반대를 하느냐는 뉘앙스의 말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너무 틀에 묶여서 예전 부터 이어져 오는 관습대로만 일을 하려는거 아니냐. 일을 왜 더 하려고 하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지금도 인성 자체가 되먹지 못했다고 생각한 교수 한명은 말끝마다 나에게 직무유기라는 말을 습관 처럼 내 뱉었다.


대부분 직원들은 시키는 일은 한다. 그게 월급받는 이유니깐 당연히 한다.(잘하고 못하고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시작 하지도 못하는 일들은 법과 규정의 틀을 벗어나는 일을 시킬 때이다. 당연한거 아닌가. 이런 당연한 이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수들이 있다. 그럼에도 상급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편법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추후 감사에 지적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 때 지적받고 징계받는 건 결국 직원이다.


2년여의 짧은 시간동안 잠깐 보직을 맡고 떠나간 교수들은 거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교수들이 감사때 불려와서 사유를 물어보면 그 당시에 안되는 거라고 말을 했어야지 이제와서 자기한테 이러느냐며 발뺌을 한다. 이런 상황에 어떤 직원이 본인의 인생을 걸고 모험을 할 수 있겠는가.


교수가 직원에게 갖고 있는 생각도 일부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기존의 규정과 관습이라는 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일을 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복지부동하면서 경직된 관료 조직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지내는 직원도 분명히 있다. 나도 그 틀을 벗어나는 직원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교수도 문제다. 새로운 발상이라 자처하며 법률과 규정을 무시하고 전공하지도 않은 분야에서도 본인의 말이 성서인냥 무조건 따르라 지시하는 교수 말이다.


교수들은 대학교 소속 직원이 하는 일을 '행정 서비스'라고 주장하는데 여기서 교수들이 착각을 한다. 서비스라는 개념을 오로지 종이 주인을 맞춰주기 위해서 하는 행동을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을 너무 쉽게 대하며 자꾸 무시하는 경향들이 생겨난다. 직원은 학교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학교 운영의 한 축이다. 교수 개개인에게 비서처럼 맞춤 서비스를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이 점을 교수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교수와 직원들이 그나마 가까워 지려면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 학교 발전을 위해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하는 비지니스 파트너로 인정하여야 한다. 각자가 해야할 그리고 해내야할 고유 업무가 있는 것일뿐 상하관계와 중요도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 인정해줘야 한다. 상대방이 나보다 그 분야에서 만큼은 뛰어나고 경험이 많다면 그게 누구든 듣고 배워야 한다. 자기의 주장만 관철하려 해서는 안된다.


교수와 직원이 싸움이 소송까지 이어지는 학교들도 있다. 그러한 통에 결국 손해 보는건 학생과 학부모이다. 현대의 대학은 교수중심에서 학생중심으로 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자각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내가 최고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모든걸 좌지우지하면서 군림하려 한다면,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사라지는 대학이 될 뿐이다.


직원과 교수 모두 어떻게든 어떤식으로 라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 그래야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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