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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Jul 23. 2021

여름철 최애 간식, 감옥 요리

올여름도 찐 감옥과 함께

오늘도 난 감옥 요리를 만든다. 아이들 방학, 아내는 재택근무, 그리고 난 육아휴직. 덥디 더운 여름날 온 가족이 모두 집안에 갇혀있다. 무더위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로 인해 집 밖을 나가는 일이 두렵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아이들 방학하자마자 5박 6일로 예정했던 여행도 모두 취소하고, 집안에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여기에 더해 집에만 있어도 이상하게도 배가 자꾸 고파 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때가 되면 배 무언갈 넣어주길 원한다. 내가  뭘 먹고 싶지 않을 때에도 우리 딸은 "아빠, 점심 뭐 먹어? 간식 뭐 없어? 나 배고픈데? 입이 심심한데?"라며 내 옆에서 참새처럼 종일 조잘데며 먹을 걸 찾는다.


다행이라면 면단위의 작은 시골 동네이다 보니 앞집, 뒷집, 옆집에서 이것저것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은 자주 준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동네 텃밭에서 가장 핫한 작물은 감자와 옥수수 인가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집 대문 앞 또는 계단 안쪽에 검은 봉지 한가득씩 감자와 옥수수 거기에 고추, 오이, 가지 등을 넣어두고 가신다. 어쩔 땐 어느 집에서 놓고 간 건지 알지 못해서 인사를 못 드리는 경우도 있다. 행복하다. 이래서 시골 밖으로 이사 가질 못한다.


이렇게 소중하게 키워서 주신 음식들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사 표시는 하나도 남김없이 잘 먹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난 요리를 잘 못한다. 육아휴직을 한 이후에야 요리라는 걸 제대로 해보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지 않으면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다.


그렇지만 다행이라면 다행도 감자와 옥수수는 그냥 쪄서 먹는걸 가족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냄비에 감자와 옥수수를 넣고 재료가 적당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과 설탕을 넣어준다. 그리고 푹 삶아주면 된다. 우리 집에선 이 요리를 찐 감옥  또는 감(자) 옥(수수) 요리라 부른다.

단짠단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감옥들을 한가득 맛있게 쪄서 식탁 위에 올려두면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하나씩 집어 먹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접시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왜들 이렇게   먹는 건지?'


이것들을 요리한,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암튼 직접 찐 감옥을 조리한 나는 이것들을 먹지 않는다. 난 찐 감자, 찐 옥수수, 찐 고구마, 찐 땅콩 같은 구황작물을 그냥 찌기만 한 음식들은 거의 손 데지 않는다. 이상하리만큼 입 맛이 당기질 않는다.


하지만 아내가 특히 좋아하고 아이들도 곧잘 먹기에 종종 만들어서 내놓고는 있다. 손쉬운 요리이기에 만드는데 어려움이나 부담도 없다. 어차피 코로나에 폭염에 집에서 갇혀만 있게 될 것 같은 여름방학이다. 이런 감옥 같은 생활에 잘 어울리는 요리는 감옥 요리 만한 게 없다.


그중 가족들도 좋아하고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찐 감옥 요리가 우리 집 여름 식탁을 장악하게 될  것 같다.


- 옆집 아저씨에게 -

찐 감옥 요리 좋아하세요? 전 정말 싫어하거든요. 전 뭐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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