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감옥 요리를 만든다. 아이들 방학, 아내는 재택근무, 그리고 난 육아휴직. 덥디 더운 여름날 온 가족이 모두 집안에 갇혀있다. 무더위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로 인해 집 밖을 나가는 일이 두렵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아이들 방학하자마자 5박 6일로 예정했던 여행도 모두 취소하고,집안에서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여기에 더해 집에만 있어도 이상하게도 배가 자꾸 고파 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때가 되면 배는 무언갈 넣어주길 원한다. 내가 뭘 먹고 싶지 않을 때에도 우리 딸은 "아빠, 점심 뭐 먹어? 간식 뭐 없어? 나 배고픈데? 입이 심심한데?"라며 내 옆에서 참새처럼 종일 조잘데며 먹을 걸 찾는다.
다행이라면 면단위의 작은 시골 동네이다 보니 앞집, 뒷집, 옆집에서 이것저것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은 자주 준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동네 텃밭에서 가장 핫한 작물은 감자와 옥수수 인가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집 대문 앞 또는 계단 안쪽에 검은 봉지 한가득씩 감자와 옥수수 거기에 고추, 오이, 가지 등을 넣어두고 가신다. 어쩔 땐 어느 집에서 놓고 간 건지 알지 못해서 인사를 못 드리는 경우도 있다. 행복하다. 이래서 시골 밖으로 이사가질 못한다.
이렇게 소중하게 키워서 주신 음식들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사 표시는 하나도 남김없이 잘 먹는 것이다. 그런데아쉽게도 난 요리를 잘 못한다. 육아휴직을 한 이후에야 요리라는 걸 제대로 해보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지 않으면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다.
그렇지만 다행이라면 다행히도 감자와 옥수수는 그냥 쪄서 먹는걸 가족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냄비에 감자와 옥수수를 넣고 재료가 적당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과 설탕을 넣어준다. 그리고 푹 삶아주면 된다. 우리 집에선 이 요리를 찐 감옥 또는 감(자) 옥(수수) 요리라 부른다.
단짠단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감옥들을 한가득 맛있게 쪄서 식탁 위에 올려두면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하나씩 집어 먹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빈접시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왜들 이렇게잘먹는 건지?'
이것들을 요리한,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암튼 직접 찐 감옥을 조리한 나는 이것들을 먹지 않는다. 난 찐 감자, 찐 옥수수, 찐 고구마, 찐 땅콩 같은 구황작물을 그냥 찌기만 한 음식들은 거의 손 데지 않는다. 이상하리만큼 입 맛이 당기질 않는다.
하지만 아내가 특히 좋아하고 아이들도 곧잘 먹기에 종종 만들어서 내놓고는 있다. 손쉬운 요리이기에 만드는데 어려움이나 부담도 없다. 어차피 코로나에 폭염에 집에서 갇혀만 있게 될 것 같은 여름방학이다. 이런 감옥 같은 생활에 잘 어울리는 요리는 감옥 요리 만한 게 없다.
그중 가족들도 좋아하고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찐 감옥 요리가 우리 집 여름 식탁을 장악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