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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Jul 06. 2021

아내와 함께 운동을 해보셨나요?

육아 휴직 후 처음으로 아내와 단 둘만 하는 일이 생겼다. 바로 운동(필라테스)이다. 일주일에 2번을 목표로 비용을 지불하고 3개월 넘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저녁 6시에 12살, 6살의 두 아이를 집에다 두고 와이프와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어 운동하러 다니는 일이 쉽진 않다.


아내의 재택근무가 오후 6시에 끝나기에 운동 시간을 6시 30분으로 잡았다. 시 외곽 주택에 살고 있는 우리는 30분 전에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그전에 나는 아이들 저녁을 미리 차려서 먹이던지, 아니면 운동 끝나고 집에 도착하는 8시까지 배고프지 않도록 간식을 준비해둬야 한다.


12살 딸아이는 핸드폰을 하기 위해 부모가 잠깐 집을 비우는 걸 좋아하는 나이이 괜찮지만, 6살 둘째는 가끔씩 가지 말라며 울면서 옷자락을 붙잡는다. 그럴 땐 나 운동하자고 우는 애를 떼놓고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운동하내내 마음이 좋지 않다.


결혼 후 1년여 만에 딸을 낳았기에 와이프와 단둘이 무언갈 해본 적이 없다.(장을 보고나 일 때문에 잠깐씩 나갔다 온건 제외) 있다면 결혼기념일 10주년 때 아이들을 이모집에 잠깐 맞기고 뮤지컬 한번 본 게 전부인 것 같다.


래서 그런 건지  운동 첫날 차를 타고 가는 길이 조금은 어색했다. 싸운 날도 아닌 데 가는 길에 거의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색한 분위기에 말은 하지 않고 운전에 집중하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뭔가 꽁냥꽁냥 한 간지러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레었었다.


그렇게 학원에 도착했고 난생처음 필라테스란 걸 해보았다. 40년간 운동에는 쓰지 않았던 내 뼈와 근육들은 강사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절대 굽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강사의 말을 이해도 못 했다. "척추를 순서대로 접으세요. 갈비뼈를 접으세요. 골반을 하늘로 들어 올리세요"라고 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가능한 건가?' 지금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 순간 난 내 뼈들은 부러질지언정 굽히진 않겠다는 절개가 있는 것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운동 이후 당연하게도 다음날다음날까지 온몸이 비명을 질러 됐다.


첫날 이후 와이프는 운동할 때 절대 나를 쳐다보지 않겠다고 했다. 너무 웃겨서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다음 날부턴 몸을 돌려 내  모습이 보일 때면 차라리 눈을 감고 운동을 한다고 했다. 연애 때처럼 강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끄럽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이미 굳어버린 몸뚱이를 부드럽게 만들려면 굳게 된 시간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하며 모든 걸 내려놓고 운동을 배우고 있다.


아내와 평생 처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함께하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이 시간을 소중히 여겨 빠지지 않고 학원에 가야 한다라 고도 생각하지만, 운동이란 게 참 하기가 싫다. 어떤 핑계를 데고서라도 안 가려고 노력하게 된다.


근데, 아내가 운동하는걸 너무 좋아한다. 돌발적인 일로 운동을 못 가게 되면 다음 운동 때까지 "운동을 안 해서 그런지 등이 너무 아프다. 무릎도 아프고. 운동 갔어야 하는데"라는 혼잣말을 꼭 내 옆에서 한다.


아내와 무언갈 함께 한다는 건 기분 좋고 설레지만, 부담되고 눈치도 보게 된다.  있으면 처음 수강 신청한 4개월의 기간이 끝난다. 나는 그만하고 싶지만, 와이프는 당연히 또 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연장할 것이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하게 된 후부터는 아내가 그만하자고 할 때까진 무조건 해야 되는 거다.


부부가 공통된 취미를 찾아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좋은 일이다. 설렘도 느낄 수 있고 아직까지도 몰랐었던 모습을 보며 신선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공통된 취미가 없을 때에는 서로가 원하는 취미 생활을 각자 하는 건 더 좋은 일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한다.


- 옆집 아저씨에게 -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는 삶에 힐링이 되지만,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는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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