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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Jul 12. 2021

우리집수건 전쟁

하루 수건 사용 권장량은 몇 장인 가요?

장마철이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린다. 기상캐스터가 '장마가 시작됩니다.'라고 하는 말은, 주부들에게는 '빨래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라는 말과 같다. 여름 장마철엔 빨래가 더 많이 나온다. 아이들 옷은 매일 빨아야 하며, 밤새 흘리는 땀 때문에 이불도 자주 빨아줘야 하며, 특히 수건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 집엔 건조기가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건조기 용량이 적다. 그렇기게 베란다 건조대에 널어놔야 하는 빨래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장마철엔 건조대에 널어놓은 이 빨래들에게서 절대 나지 말아야 할 냄새들이 나기 시작한다. 꿉꿉하다고 표현하는 그 냄새가 온 집에 진동을 한다.


그 빨래들 중 가장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수건이다. 우리 가족은 4명이다. 매일 빨래를 하는데 어느 날 수건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세어보니 12장이다. 우리 집이 미용실을 운영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이 사용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평균적으로 보면 하루에 한 명당 3장의 수건을 사용했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수건을 사용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우리 가족들 수건 사용량을 관찰해 보았다.

우선 나는 아침에 씻고 머리 감으면서 한 장을 사용하고, 저녁에 샤워 후 한 장을 더해 총 2장의 수건을 쓴다. 와이프도 나랑 동일했다. 그리고 우리 딸은 아침에 한 장, 학교 다녀온 후 가볍게 손 씻고 세수만 했으면서 한 장, 그리고 저녁 샤워 후 한 장 총 3장을 사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집 막둥이였다. 우리 집 막둥이는 아침에 한 장, 학교 갔다 와서 한 장, 샤워 후 한 장을 사용하는 건 누나랑 동일했다. 그런데 중간중간 손을 씻으면서도 한 장을 쓰고 욕실 앞 바닥에 놓는 거였다. 바닥에 놓인 수건은 누군가가 세탁기에 가져다 놓고, 그럼 또 손 씻고 한 장을 새로 꺼내 쓰고 관찰한 그날만 5장을 사용했다.


하지만 막둥이가 5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키가 작아서 수건을 걸어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건걸이에 걸려있는 수건은 아래쪽으로 늘어져 있기에 스스로 수건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다시 걸어놓기에는 키가 작아서 닿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막둥이가 선택한 방법은 그냥 바닥에 던져놓는 것이었다. 손에 들고 다닐 순 없을 테니 이해는 간다. 그 바닥에 놓인 수건은 누군가가 발로 밟게 되고, 몇 십분 이상 바닥에 있던 수건들은 나나 와이프의 손에 의해 세탁기로 들어가게 된다.


수건을  많이 쓰기만 하는 거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장마철에 빨래를 하게 되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건조기 성능이 좋아서 모든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마르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용량이 적어서 한 번에 건조기를 돌릴 수가 없어서 베란다 건조대에 널게 되고, 장마철엔 베란다에 잠깐만 널어놓아도 좋지 못한 냄새가 빨래에 스며들어 빠지지가 않는다. 또한, 빨래를 자주 하고 건조기에 자주 돌리다 보니 수건에 구멍이 나는 것도 큰 문제다. 그렇게 헤진 수건은 버리고 또 사야 하기에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이것도 가사를 '제대로' 하기 전까진 잘 몰랐다. 그래서 너무 헤져있는 수건을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하거나, 또는 출근할 때 입어야 할 옷에서 냄새가 나면 와이프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한마디씩 하기도 했었다. 모든 이유를 알게 된 지금은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미안해. 니 탓이 아닌데'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나나 와이프 그리고 아이들이 매일 두 세장의 수건을 매일 사용하는데 이 정도는 모든 집에서도 그렇게 사용하는 건가? 그게 궁금해졌다. 어떤 집은 아침에는 한~두장이면 네 식구가 모두 쓴다고 하던데, 우리 집은 언제부터 아침저녁으로 무조건 각 1장씩 쓰게 된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손에 물 안 묻히고도 깨끗하게 빨래를 해주는 세탁기가 있고, 작지만 쌩쌩 잘 돌아가는 건조기가 있고, 씻는 걸 좋아하는 깔끔한 가족들이 있기에 나만 빨래를 냄새 안 나게 잘 말리는 방법을 찾으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바라는 건 장마가 빨리 끝나는 것 하나뿐이다.

 

- 옆집 아저씨에게 -

장마는 살림하는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듭니다. 옆에서 짜증을 돋우는 모든 말과 행동을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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